세종학당재단과 함께 시각장애인 한국어 교원 활용한 ‘세종학당 전화 한국어 교육과정’ 사업 펼치는 코리안앳유어도어 김현진 대표
세종학당재단은 시각장애인 한국어 교원이 세종학당 학습자에게 전화로 한국어를 교육하는 ‘세종학당 전화 한국어 교육과정’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재단과 함께 이 사업을 진행 중인 코리안앳유어도어의 김현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안녕하세요? 김현진 대표님. 우선 <월간 똑똑> 독자들을 위해 ‘코리안앳유어도어’라는 회사 소개와 대표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코리안앳유어도어는 창업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고민에서 출발한 기업(소셜벤처)이자 장애인 표준 사업장입니다. 저는 한국어 전문가도 아니고 제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다만 제가 어렸을 때 아토피가 너무 심해서 주변으로부터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애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생겼고, 장애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까지 시작하게 됐습니다.
‘시각장애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업 목적에 공감이 갑니다.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은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은 거예요. 지적 역량이 낮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우리의 오해입니다. 저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면 그들이 자립해야 하고, 그러려면 결국 일자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시각장애인들을 만나 보니 다들 말씀을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분들이 한국어를 가르쳐서 수익을 올리는 사업 모델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2018년에 코리안앳유어도어를 창업했습니다.
코리안앳유어도어의 시각장애인 교원이 세종학당 학습자에게 전화로 한국어를 교육하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세종학당재단과 시각장애인 한국어 교원을 활용한 ‘세종학당 전화 한국어 교육과정’ 사업을 함께하고 계신데요. 어떻게 세종학당과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한국어·한국문화 교육의 대표 브랜드인 세종학당과 어떤 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베트남의 세종학당을 찾아갔죠. 학당장님이 ‘이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하셨는데 결국 사업화를 위해서는 절차를 밟아야 하더라고요.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이곳저곳을 알아보다 세종학당재단이 베트남 하이퐁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위해 한국어 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렇게 해서 2020년 세종학당재단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때 코리안앳유어도어의 시각장애인 교원들이 세종학당 교원 교육을 지원받은 거군요?
네. 세종학당재단에서 저희 시각장애인 교원들의 전문성을 높이도록 세종학당 교원 양성과정을 들을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덕분에 저희 교원의 보다 탄탄한 한국어 교수법을 바탕으로 전화 한국어 교육을 잘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2023년 세종학당 전화 한국어 교육과정’을 통해 14개국 15개소 250명의 세종학당 학습자들이 코리안앳유어도어의 시각장애인 한국어 교원들로부터 총 8회, 4시간 동안 1:1 전화 한국어 회화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수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네, 세종학당 학습자와 저희 교원이 1회에 20~30분 정도씩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 수업에 지원한 학습자들이 많아 지원자들 중에 뽑힌 분들이어서 학습자들이 모두 열의가 대단합니다. 전화로 수업을 하다 보니 학습자와 저희 교원 사이에 ‘친밀감’이 형성돼서 학습 결과도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저희 선생님들은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려주려고 하고, 학습자들 역시 한국어 교원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무척 소중하게 여기고 있어요.
전화 한국어 회화 수업을 듣고 난 세종학당 학습자들의 한국어 회화 실력은 얼마나 향상된다고 느끼시나요?
올해 ‘세종학당 전화 한국어 교육과정’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건 교원과 학습자의 ‘마음’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학습자에게는 대면 수업보다 전화 수업이 더 어려워요.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런 만큼 전화 수업을 통해 자신감을 얻으면 한국어 실력이 부쩍 높아지게 됩니다. 저희 시각장애인 교원들은 이 일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겨요. 그래서 학습자에게 더 집중하고, 더 많은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성의를 다해요. 학습자들 역시 한국어로 소통하는 경험을 소중하게 여기다 보니 서로 마음이 잘 맞고, 덕분에 한국어 실력이 빠르게 향상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인공지능이 발음을 교정하고 문법까지 가르치는 시대잖아요. 저희 교원들은 인공지능이나 비장애인 교원보다 이해력과 공감 능력이 더 뛰어난 ‘좋은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학습 결과도 더 좋아지니까요.
한국어 학습자들이 보낸 감사 편지들을 바라보는 김현진 대표
실제로 ‘세종학당 전화 한국어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시각장애인 한국어 교원과 세종학당 학습자들이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회의 시간에 저희 교원들과 이야기 나눠보면 이번 수업에 대해 다들 큰 보람을 느끼더라고요. 이번 경험을 계기로 대학원에서 한국어 교육을 전공하고 싶다는 교원도 있습니다. 만족도조사를 해보면 학습자들의 만족도도 무척 높게 나와요. 특히 ‘선생님이 너무 좋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문화까지 느끼게 돼서 더 좋았다고 답하는 학습자들도 많고요.
지금까지 4년째 세종학당재단과 협업하고 계신대요. 재단과 함께 일하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베트남 하이퐁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현지인 직원에게 전화 한국어 교육을 펼쳤던 2020년 ‘하이퐁 한국어 교육 사회공헌 사업’을 통해 처음 세종학당재단과 인연을 맺었을 때를 생각하면 재단이 ‘코리안앳유어도어’라는 작은 신생 회사를 믿고 수업을 맡겨주신 것이 신기하고, 감사하게 느껴져요. 재단이 한국어 학습자뿐만 아니라 저희처럼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한 기업(소셜벤처)과의 협업에도 관심이 많다는 느낌을 계속 받고 있습니다.
코리안앳유어도어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한국어 교육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의 운영 체계를 더 고도화하려고 해요. 시각장애인 교원의 전문성을 높여서 더 좋은 수업을 진행하는 더 좋은 선생님으로 키우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