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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의 세월로 일군 작은 대한민국

글쓴이홍보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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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11-01

조회수1518

세종학당재단 새소식 2021년 11월 제 101호
누리벗 사랑방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1 세종학당 허선행 학당장

30년의 세월로 일군 작은 대한민국

내년이면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수교를 맺은지 30주년이 된다. 이와 더불어 허선행 학당장이 낯선 땅 우즈베키스탄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파한 세월도 30년이 된다. 양국을 연결하는 문화 교두보 역할을 하며, ‘한국어 교육의 대부’로 불리고 있는 허선행 학당장을 만나 보았다.

타슈켄트1 세종학당을 이끌게 되기까지 지난 시간 동안 걸어온 길이 궁금합니다.

1991년, 대학 4학년으로 졸업을 앞두고 미래를 고민하고 있었어요. 당시 은사님께서 모국어인 한글을 잊고 살아가는 고려인들에 대해 말씀해 주셨지요. 50만에 이르는 고려인 동포들에게 모국어를 되찾아주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듬해 졸업을 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우즈베키스탄으로 건너갔지요. 어느덧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빗물이 들이칠 정도로 허름했던 초창기 모습은 기억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우리 학당은 많은 발전을 해 왔지요. 이제는 고려인 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청소년 등 현지인들로 교육 대상을 확대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보급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07년 제1회 세계한인의 날 행사에서는 외교부 한글교육기관 평가에서 1위를 달성하고, 국민포장을 받았습니다. 또, 2013년에는 한글 보급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지요.

이 외에도 올해 열린 운영기관 워크숍에서 우리 학당의 운영기관인 순천향대학교가 문체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운영기관과 학당이 서로 신뢰를 갖고 함께 발 맞춰 왔기에 이룬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주신 모든 상에 대해 앞으로 더욱 정진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며, 변함 없는 마음으로 학당을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2011년 타슈켄트1 세종학당이 문을 열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세종학당으로 지정되기 전인 1992년부터 2010년까지의 명칭은 타슈켄트 세종한글학교였습니다. 첫 시작을 함께한 학습자는 20여 명이었는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교실이 가축 축사와 다름없을 정도로 낡고 허름했어요. 하지만 배움에는 때와 장소가 없는 법입니다. 묵묵히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파해온 결과 학습자 수도 늘고 교육 환경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세종학당으로 지정되기 전 어려움은 있었습니다. 당시 민간인이 운영하는 한글학교가 세종학당으로 지정되는 것이 쉽지 않았거든요. 더군다나 타슈켄트에는 교육부가 운영하는 한국교육원이 있었기에 한 도시에 한국어 교육기관이 두 곳이나 개설된다는 데 대한 반대 여론도 있었어요. 저는 포기하지 않고 주 우즈베키스탄 대한민국 대사관에 여러 차례 찾아가 세종학당 개설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 마침내 타슈켄트 세종한글학교가 타슈켄트1 세종학당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지요. 이후 세종학당재단을 통해 한국어 전문교원의 파견과 정기적인 지원을 받아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학당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업 중인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1 세종학당의 강의실
▲ 수업 중인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1 세종학당의 강의실
 
타슈켄트1 세종학당만의 특징과 장점은 무엇인가요?

우리 학당은 한 학기당 450여 명의 학습자가 등록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웁니다. 고려인 청소년에게는 모국어를, 현지 청소년에게는 외국어를 가르치는 기관으로 역할하고 있지요. 그와 동시에 우즈베키스탄 속의 ‘작은 한국’으로서 문화를 나눕니다. 우리 학당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한국문화를 전파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은 매월 4회에 걸쳐 열리는 한식 요리교실입니다. 또, 케이팝 동아리의 경우 한인회나 여러 단체로부터 출연 요청을 자주 받을 정도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합니다. 최근 케이팝이 인기를 얻고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만큼 케이팝 동아리는 예비 학습자들의 유입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지요.

이처럼 시작은 문화에 대한 작은 호기심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학당을 찾은 학습자들은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데 멈추지 않고,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통해 꿈과 미래를 설계합니다. 한국 유학이나 한국 기업으로 취업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요. 앞으로 타슈켄트1 세종학당을 통해 학습자들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길 바랍니다.



 
우즈베키스탄 내에서 한국어 및 한국문화에 대한 인지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요?

우즈베키스탄은 오래 전부터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해 관심이 높았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방탄소년단의 활약을 통해서나, OTT를 통해 쉽게 접근이 가능해진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관심은 더욱 확대되고 있지요.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의 UN 연설 동영상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미 해당 동영상을 개인적으로 본 학습자들이 많았습니다. 또, 최근 ‘오징어게임’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달고나를 판매하는 카페들도 눈에 띄고 있어요. 학당 마당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교원 선생님과 학습자들을 본 적도 있지요. 그런데 놀라웠던 건, 교원 선생님보다 학습자들이 오히려 놀이의 규칙을 더 잘 알고 있더라고요. 한국문화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실감할 수 있었지요.


타슈켄트1 세종학당의 케이팝 댄스팀 DMZ
▲ 타슈켄트1 세종학당의 케이팝 댄스팀 DMZ
 
타슈켄트1 세종학당을 운영하시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다면?

저에게는 학습자 하나하나가 소중한 추억입니다. 한국 기업에 취직했다며 첫 월급날 선물을 사온 학습자, 한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방학이 되어 돌아오면 잊지 않고 학당을 찾아 주는 학습자 등 크고 작은 감동을 준 학습자들이 많습니다. 그중 2명의 학습자를 소개하고 싶네요.

먼저, 박율리아라는 학습자입니다. 율리아는 2010년 G20이 열렸을 때 러시아 대통령 통역 역할을 담당한 재원이지요. 2013년 어버이날에 율리아에게서 한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첫 줄을 읽자마자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의 감정을 설명하기 보다는 제가 받은 편지 내용을 함께 공유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싶습니다.


편지 프레임

To.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이자 하나뿐인 우리 아빠께

어제 우리 사랑하는 아빠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 저녁 내내 기분이 매우 좋았습니다.
저 말고도 신경쓰셔야 할 것들이 많을 텐데, 이렇게 늘 걱정해주시고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를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아빠가 계신다는 사실이 제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저에게 선생님을 보내주신 하나님께도 항상 고마워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을 만난 후 저에게 처음으로 아빠에 대한 욕심이 생겼고, ‘나도 선생님 같은 아빠가 계셨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상상도 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부족한 저에게 따뜻한 아빠가 되어주시고, 아빠의 사랑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 어버이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도 우리 아빠께서 많은 학습자들의 길을 비추어주시는 것처럼 사랑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율리아 올림

편지 프레임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학습자는 굴잔입니다. 이제는 꿈을 이뤄 승무원으로 활약하고 있지요. 언젠가 굴잔이 일하는 항공사 비행기를 탑승한 적이 있는데, 먼저 반갑게 달려와 “안녕하세요, 교장 선생님! 선생님 덕분에 승무원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더라고요. 그 순간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했는지, 제 마음이 비행기보다 더 높이 하늘을 날았답니다.

코로나 팬데믹에 대하여 타슈켄트1 세종학당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우리 학당은 정부의 지침을 받아 지난해 3월부터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였습니다. 초기에는 교원 선생님도, 학습자들도 비대면 수업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지요. 이에 저는 학습자들 전원에게 한 학기 수업료를 받지 않고, 온라인 수업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그 결과 학습자들이 차츰 상황에 적응해 나갈 수 있었지요. 또, 최근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대면 수업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직접 만나지 못했던 그동안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2020년 네트워크 구축 사업으로 진행된 선배 특강 :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한국어를 통한 꿈을 이룬 이야기
▲ 2020년 네트워크 구축 사업으로 진행된 선배 특강 :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한국어를 통한 꿈을 이룬 이야기
 
타슈켄트1 세종학당이 갖고 있는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내년은 한국와 우즈베키스탄의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중앙아시아 세종학당 발전 방안에 대해 모색해 보는 학술회의와 문화 행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양방향 수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시간과 거리의 제약을 받지 않고 누구나 온라인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만날 수 있는 타슈켄트1 세종학당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