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아프리카 지역의
한국어·한국 문화 보급에 앞장서겠습니다”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 오주원 소장
아랍에미리트의 토후국 샤르자에 중동·아프리카 지역 최초의 거점 세종학당이 개원했습니다. 2017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종학당재단이 직접 운영하는 다섯 번째 거점 세종학당입니다.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 오주원 소장님을 만나 앞으로의 목표를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소장님. 먼저, 재단의 다섯 번째 거점 세종학당이 위치한 ‘샤르자’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중동 여러 나라 중 아랍에미리트를 선택한 이유와 아랍에미리트 7개의 토후국 중 ‘샤르자’에
거점 세종학당을 개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샤르자는 아랍에미리트 7개 토후국 중 아부다비, 두바이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토후국으로 유네스코(UNESCO)에서 “아랍의 문화수도(Culturual Capital of the Arab World)”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샤르자는 언어와 문화교류에 관심이 큰 지역으로, 지혜의 집(House of Wisdom) 등 도서관과 같은 다양한 복합 문화시설이 들어와 있습니다.
재단은 오랜 기간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한국어와 한국문화 수요 충족을 위해 중동 거점 세종학당 설립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먼저 개방된 아랍에미리트를 주요 거점 세종학당 설립
후보지로 고려했습니다. 마침 아랍에미리트 내 샤르자 정부 역시 지난 2019년부터 현지 한국어와 한국문화 수요 증가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고, 정식 한국어 교육기관 개설을 염원해온바, 지난해 재단과
한국어·한국문화 수요 대응을 위한 양해각서(MOU)와 합의각서(MOA)를 체결하게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 설립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2023 중동·아프리카 세종학당 지역별 워크숍’ 개회식에서 진행된 세종학당재단-샤르자 정부관계부 업무협약식
그렇다면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한국어·한국문화 전파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재단이 직접 운영하는 세종학당인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은 아랍권역 내 한국어와 한국문화 보급의 본부로서 ▲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지역 내 세종학당 운영은 물론 ▲ 현지 한국어 교원 양성과 재교육 ▲
중동·북아프리카 세종학당 대상 맞춤형 지원 실시 ▲ 주재국 내 대한민국 공관 및 유관기관과의 협력·협업을 통한 한국어 보급 확대 등 중동·아프리카 지역 내 한국어 교육 품질 및 브랜드 제고에 중점적 역할을
수행합니다.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 수업이 진행되는 샤르자대학교 도서관 전경
현재 샤르자 내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인지요? 그리고 이러한 한국어 학습 인기는 어떤 영향 때문일까요?
샤르자 지역 내에 한국어과가 개설된 학교나 사설 어학원이 없음에도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인기가 꽤 높습니다. 일상생활 중 현지인들에게 제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합니다.
심지어 제가 길에서 넘어지자, 검은 전통 복장을 한 중년 여성분이 “괜찮아요?”라고 자연스럽게 물어보기도 합니다. 이들은 모두 한국어를 정규 강좌에서 수강한 분들이 아니고, 한국 드라마와 예능으로
한국어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례로 최근 한국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한국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아랍에미리트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10위권 진입 후
오랜 기간 유지 중입니다. 이는 한국 콘텐츠 인기의 반증일 뿐만 아니라 한국 콘텐츠가 한국과 큰 시간차를 두지 않고 아랍에미리트에서도 높은 화제성을 가진다는 걸 보여주는 예입니다.
이외에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케이팝 등과 같은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인기가 꽤 높은 편입니다. 샤르자 지역 내 대학에 별도의 공식 및 비공식 한류 동호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동호회는 샤르자 아메리칸 대학 내 동아리(Korean Cultural Club)로 881명의 회원(‘23년 기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이 위치한 샤르자국립 대학교 내에도 비공식
동호회지만 수십 명의 학생과 교직원이 한국 동호회를 조직해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왼쪽 사진) 아랍아메리트에서 활동 중인 케이팝 커버댄스 그룹 프리즘(PRISM)
(오른쪽 사진) 샤르자 현지 식료품점에 진열되어 있는 한국 라면
샤르자는 아랍에미리트 지역 내에서도 이슬람 율법을 중시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세종학당 운영에 어려움은 없는지요? 있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따로 구상하고 있는 게 있을까요?
샤르자는 아랍에미리트 지역 내에서도 꽤 보수적인 지역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슬람 율법을 엄격하게 지키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부터 두바이 지역은 주휴일이 금요일과 토요일에서 토요일과 일요일로
바뀌었으나, 샤르자 지역은 대부분의 관공서와 학교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휴일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대학 내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 구성원의 대부분인 대학생과 교직원들이 금요일 수업에는
출석하기 어렵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다르게 보면 이러한 긴 주휴일을 활용해 일반인들이 본업에 제약받지 않고 한국어 수업을 수강할 기회를 더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은 앞으로
현지 고유의 문화를 최대한 존중하여 학당을 운영하되, 규율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확대할 예정입니다.
올해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수강생 인원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시나요?
주변 다른 중동·아프리카 지역 세종학당과 비교했을 때 많은 편인지요?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은 4월부터 본격 수업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첫발을 떼는 세종학당이기에 기존의 다른 중동·아프리카 지역 세종학당에 비해 수강생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올해 상반기 5월에는 총 4개의
입문반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인데 총 50명 내외의 수강생이 모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반기 본격 정규과정을 운영하면서 최대 200명 내외의 수강생이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을 찾아오기를
기대합니다. 아직은 매년 수백 명의 수강생이 몰려 별도로 수강생 선발해야 하는 다른 중동·아프리카 지역 세종학당만큼은 아니지만, 차차 인지도를 높이고 규모를 확장해 나감으로써 아랍에미리트 지역 내의 수강생을
매년 5% 이상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 현판
올해 4월부터 진행 중인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 한국어 수업
올해 샤르자 정부 혹은 샤르자 현지 기관과 구상 중인 협업이 있으신가요?
현재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현지 기관은 샤르자 정부관계부 (Department of Government Relations)입니다.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 설립에 결정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세종학당은 설립과 운영에 이어 이들과 함께 각종 문화행사 공동 개최는 물론 향후 각종 박람회 및 프로젝트 등에 참여해 한국어와 한국문화 콘텐츠를 선보이고자 합니다. 앞으로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은 현지 대학 및 연구기관과 함께 한국의 콘텐츠가 아랍문화권에서 무리 없이 소개될 수 있도록 콘텐츠 감수 및 제작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향후 문화산업 분야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유관기관 및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관계자들의 한국어 교육 지원 등 다방면으로 협력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 개원식에 참석한 샤르자 정부 관계부 주요 관계자들
마지막으로, 앞으로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이 나아갈 목표나 비전을 말씀해주세요.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은 중동·아프리카 지역 내 한국어와 한국문화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우리 정부의 ‘제2차 중동 붐’에 따른 대중동 산업 확대 정책에 부합해 현지 한국어 교육의 양적·질적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의 안정적인 현지 정착과 인지도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자하며, 장기적으로는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중동·아프리카 지역 내 현지 맞춤식 수요에 대응하고자 합니다. 현재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분위기는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지만, 아직 한국어 교육 인프라 공급이 더 필요합니다. 이에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은 한국어와 한국문화 신규 수요를 발굴하고, 이들이 한국의 콘텐츠를
더욱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