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세종학당 문화인턴 활동은 자아실현 그 자체였습니다”
2023 세종학당 문화인턴 우수성과자 박도현
‘세종학당 문화인턴’은 문화예술 분야 전공자이거나 그에 버금가는 경력을 가진 대학(원)생을 뽑아 세종학당에 파견하는 제도입니다. 세종학당 문화인턴들은 현지 세종학당으로 직접 파견을 나가 한국문화 강의를 진행하고 돌아오는데요. 오늘은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세종학당 문화인턴으로 활동하고 온 박도현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우선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한국예술학과 4학년 박도현입니다. 2023년 8월부터 12월까지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의 비슈케크 세종학당에서 문화인턴으로 활동했습니다. 단소반 운영을 중심으로 한국 전통예술을 알리고 왔습니다.
어떻게 세종학당 문화인턴을 알고 지원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매년 세종학당 문화인턴이 파견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어요. 그래서 1학년 때부터 세종학당 문화인턴 관련 정보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마침 상황이 잘 맞아서 2023년 세종학당 문화인턴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로 파견지를 배정받고 기분이 어땠는지, 파견 준비할 때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제게 키르기스스탄은 다소 낯선 국가였어요. 하지만 이전에 키르기스스탄으로 파견되었던 선배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또 한국국제협력단 봉사단원으로 키르기스스탄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이 적극 추천하면서 파견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대학 재학 중 이런 기회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감사한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비슈케크 세종학당 아이디아나 운영요원님이 하나하나 꼼꼼히 챙겨주셔서 수고를 덜 수 있었습니다.
비슈케크에서 느낀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위상은 예상했던 것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였나요?
파견 준비 기간 동안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비슈케크 학생들의 ‘참여도’였습니다. 제가 키르기스스탄을 모르는 만큼 그들 역시 한국에 관한 관심이 매우 적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세종학당 문화인턴으로 활동한 4개월 동안 ‘참여도’와 ‘적극성’을 고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로 비슈케크 사람들은 한국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K-팝을 즐기며 한국 음식을 즐겨 찾더라고요. 비슈케크 거리에서 제가 한국어를 하고 있으면 “한국인이에요? 안녕하세요?”라며 한국어로 말을 거는 현지인이 있을 정도였어요.
박도현 님이 진행한 가야금 특강
네 달 동안 단소 수업을 진행하고 수료식 공연까지 마쳤는데요. 수업 내용, 학습자들의 반응, 수업의 성과가 궁금해요.
저는 어릴 때부터 가야금을 연주해왔지만 비슈케크로 여러 대의 가야금을 가져가는 게 어려워서 한국의 또 다른 전통 악기인 ‘단소’ 수업을 했습니다. 화/목 오전/오후 총 2개 반, 각 1시간 수업이었고, 한 반에 10~12명의 학생들이 수강했습니다. 단소는 기본 원리와 운지법만 익히면 쉽게 연주할 수 있는 악기여서 4회 차의 기본기 연습 이후 국악, K-팝 등 다양한 악곡의 진도를 나갈 수 있었어요.
저는 단소를 통해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서로 친밀해지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여러 특강을 구성했습니다. 장단, 농현, 시김새 같은 한국 전통음악의 특성을 가르쳤고, 한국 노래를 가르칠 때는 학습자들을 위해 한글 가사 뜻도 함께 설명했습니다.
학생들이 따라오는 속도에 맞춰 진도를 조절하는 건 조금 어려웠습니다. 제 예상보다 잘 따라오는 날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날도 있었기에 파견 전 준비한 교육 계획을 매번 수정했습니다. 하지만 수업을 준비할 때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임할 수 있었어요.
수료식에서는 투표로 5곡의 연주곡을 정해 학생들의 단소 메들리와 가야금의 합주로 공연을 했습니다.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네 달 동안 열심히 노력하고 목표를 이룬 것은 학습자들과 저에게 큰 힘을 주었어요. 마지막 수업과 수료식 공연 날 서로를 안아주며 운 건 저희들만의 비밀입니다.(웃음)
추석 맞이 강강술래 특강과 세종문화아카데미 한국 전통음악 특강도 진행했습니다. 아무리 전공자라고 해도 외국인 학습자에게 요즘 한국문화가 아닌 한국 전통문화를 알린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이었을 듯해요. 한국 전통문화를 전파한 소감이 궁금해요.
만 10세에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해 약 12년간 전통음악을 공부해 온 저는 늘 ‘한국 전통음악의 위치’를 고민해왔습니다. 한국의 드라마, 영화, 음식 그리고 K-뷰티는 이미 세계에 진출해있지만 ‘과연 한국 전통음악도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갖고 있었거든요. 한국음악은 서양음악과는 완전히 다른 음악 체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접근성과 이해가 큰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종학당 문화인턴으로 활동하면서 ‘차이점이 곧 우리의 무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만의 고유한 특성이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음을 깨달았어요. 익숙하지 않은 한국 전통문화가 그들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매력 포인트였다고 생각합니다.
추석 맞이 강강술래 특강
세종학당 문화인턴으로 활동하면서 언어 소통의 어려움은 없었나요?
굉장히 많았습니다. 비슈케크는 러시아어와 키르기스어를 사용하고,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점점 귀가 열리면서 간단한 생활 회화가 가능해졌고, 수업 때는 세종학당에서 통역을 해줘서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특히 단소반 수업에서 한국어를 오래 배운 학습자들이 통·번역을 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카시엣과 안나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세종학당 문화인턴 활동 경험이 박도현 님의 미래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세요? 자신이 성장했다는 느낌이 드나요?
세종학당 문화인턴은 자신이 기획부터 준비, 진행, 마무리까지 손수 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기획, 교육, 운영 등의 일들을 경험하며 많이 성장했고, 교육기관의 구조와 운영 방식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예술 기획과 예술 경영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는 저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였습니다.
저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한국 전통음악을 이 세상에 ‘선물하는’ 삶을 꿈꾸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세종학당 문화인턴 활동은 자아실현 그 자체였기 때문에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낌없이 주고 흘러넘치게 받았으며, 고단했지만 보람찼고, 두려웠지만 용기 내는 법을 터득했던 지난 4개월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비슈케크 세종학당이 2023년 최우수 세종학당으로 선정되고 저도 문화인턴 우수성과자로 발탁되어 참 기쁩니다. 항상 따뜻하게 챙겨주신 손동원 학당장님과 운영요원님들, 교원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