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미래로 뻗어나가는 한국어를 위해
국립국어원 장소원 원장님
국립국어원은 국어 발전과 국민 언어생활을 향상하는 연구 사업을 추진하고 정책 수립 기반을 마련한다. 우리 국민과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의 효율적인 언어생활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국립국어원의 장소원 원장을 만나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안녕하세요? 장소원 원장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국립국어원 원장 취임 이전에는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장소원입니다. 저는 국립국어원장으로 오기 전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교수로 약 20년간 재직했고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장, 국어학회장, 한국문학번역원 이사 등을 해오면서 국어학, 한국어교육학 분야와 관련된 활동을 해왔습니다.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 편찬, 어문 규범 제공 등으로 친숙한 기관입니다. 이 밖에 국어 발전과 국민의 언어생활 향상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 그중에서도 올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2023년부터 국립국어원은 우리 국민이 언어생활을 하고 다양한 과업을 수행하는 데는 글쓰기 능력이 필수적인 핵심 역량이라는 판단 아래 <국민의 글쓰기 능력 진단 체계 개발> 사업을 중점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이를 위해 전국의 9개 협약 대학과 더불어 진단 지표 연구, 글쓰기 자료 수집, 채점 자료 수집, 채점 전문가 양성을 수행하는 등 많은 과정을 거쳤고, 그 결과 글쓰기 능력 진단 지표 개발 등 적잖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올해도 국립국어원은 논리적인 사고와 체계적인 글쓰기 표현 능력 향상을 위해 2차년도 사업인 논증적 글쓰기 능력 평가 연구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또한 미래 수요를 대비한 채점 전문 인력 양성을 계속하고 글쓰기 진단 지표 공개를 통해 효율적이고 표준화된 글쓰기 평가 체계를 구축·운영할 계획입니다.
국립국어원의 글쓰기 능력 진단 체계 사업이 추후에는 학교뿐만 아니라 공공기관과 기업체의 인재 선발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고 나아가 국어 능력 향상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2022년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 교재인 <세종한국어> 전면 개정판을 선보였는데요. 기존 <세종한국어>와 비교해 어떤 점이 가장 크게 달라졌나요?
먼저, 세종학당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서 일상생활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의사소통 상황을 다양하게 반영했습니다. 문체부에서 만든 교재이니만큼 여행이나 방송, 영화처럼 한국문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주제도 다양하게 포함했습니다.
<세종한국어>는 여러 지역에서 활용되는 기본 교재이기 때문에, 국외 한국어교육의 기본 기조인 문화 상호주의를 구현해야 합니다. 개정 교재는 성인지와 문화 다양성 전문가 감수를 통해 성별과 문화적 충돌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다는 점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파일 형태로 제공돼 선택적으로 인쇄해 활용할 수 있고, 문법이나 의사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더하기 활동 교재를 덧붙여 지역별 여건에 따라 탄력적인 수업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측면에서 <세종한국어>가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는 증거를 찾아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국립국어원은 한국 언어문화가 인공지능과 함께 발전하도록 돕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가 열렸습니다. 챗GPT, 음성인식 인공지능 스피커와 같은 인공지능이 양질의 언어 데이터를 학습한다면 사용자 또한 고도화된 인공지능 서비스를 누리게 됩니다. 국립국어원이 '모두의 말뭉치', ‘인공지능 AI 말평’ 사업을 펼치시는 것 또한 이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두 사업이 국어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소개해주십시오.
국립국어원은 초거대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한국어 말뭉치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구축한 말뭉치는 ‘모두의 말뭉치’를 통해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으며, 많은 기업과 연구자들이 이를 내려받아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국어 연구에 활용합니다. ‘인공지능(AI) 말평’은 인공지능의 한국어 능력을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평가체계로, 과제 참여자들은 국립국어원의 리더보드에서 자신이 개발한 모델의 수준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최근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로 인간과 본격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국민의 국어 생활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은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말뭉치를 구축하고 평가 과제를 개발·운영함으로써 한국어를 잘하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언어문화가 인공지능과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장소원 원장
영상 문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현대인들의 국어 능력 저하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무엇이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근 청년 세대의 한자 어휘력 및 중장년 세대의 디지털 문해력 부족 등 세대 간 소통 문제가 계속해서 언론에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세대별로 다른 언어 감각과 언어 환경의 변화, 더 나아가 세대 구성원의 국어 능력 차이에서 오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에서 국민의 국어 능력 및 문해력 향상은 일생에 걸쳐 요구되는 평생 학습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립국어원은 이를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어문화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는 이 사업을 확대해 관련 기관 및 공공기관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국어 문해 교육 강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이 사업은 정보화 사회에서 주요하게 요구되는 문서 읽기 능력, 정보 해석과 이해 능력 향상에 활용돼 국민의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편, 국립국어원은 국민이 공공기관의 복잡하고 어려운 공문서를 쉽고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공공언어 개선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주요 추진 성과를 소개해주십시오.
네. 국립국어원은 공공언어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언어의 상담과 감수를 비롯해 공문서 등에 사용된 공공언어 평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국립국어원에서는 지난 2010년부터 작년까지 중앙행정기관ㆍ지자체ㆍ공공기관에서 의뢰한 문건, 문화재 안내문, 정부 표창 문안, 국정 도서 등에 대해 약 730건의 상담을 진행했고, 약 3,500여 건의 감수를 지원했습니다.
한편, 국립국어원에서는 중앙행정기관을 비롯해 지자체 등 모든 공공기관의 공문서에 사용된 공공언어를 조사, 평가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어려운 외국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우리말 다듬기 사업과 공공용어와 문화 용어 등을 번역(영/중/일)하는 공공번역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 2024년 평가 대상 기관: 중앙행정기관(45개), 지자체(광역, 기초 총 243개), 교육지자체(17개), 공공기관(119개) 총 424개 기관 대상 본 평가 확대 실시
국가의 주요 정책이나 여러 사업이 국민에게 공문서에 사용된 언어를 통해 전달된다는 점에서, 쉽고 바른 공공언어의 사용은 매우 중요한 일이므로 국립국어원에서는 앞으로도 공공언어 개선 지원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그 결과를 수요자 맞춤형 콘텐츠로 개발해 누리소통망(SNS) 등 접근성 높은 매체로 보급함으로써 정확하고 바른 우리말을 널리 알릴 계획입니다.
올해 국립국어원 원장으로서 또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소망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우선 앞서 말씀드린 올해의 국립국어원 사업들이 모두 다 잘 진행돼 우리 국민과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모두 편하고 효율적으로 언어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국립국어원에서 계획한 많은 일들을 잘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저와 국립국어원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월간 똑똑> 독자 여러분, 갑진년 새해에는 더욱 값진 한 해를 보내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