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번역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종학당 출신 파울라 님
2018년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에 올라 현재 25개국에 출간된 한국의 수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스페인어로 번역한 바르셀로나 세종학당 출신 파울라 마르티네스 괄을 만났습니다. 열네 살부터 한국어를 공부해온 그는 스무 살이 되던 해 세종학당을 찾았고, 지난해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 대회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이번 번역 작업을 통해 어떤 것들을 느꼈을까요?
파울라 님 안녕하세요?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제가 열네 살 때 우연히 <꽃보다 남자>라는 한국 드라마를 보게 되었어요. 그 드라마가 정말 재미있어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궁금해졌고, ‘한국어를 한번 배워볼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때만 해도 스페인에서 한류가 유행하기 전이라 주변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저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랬군요. 한국어는 어디서 어떻게 배우기 시작했나요?
처음에는 저 혼자 인터넷에서 한국어 문법이나 단어, 어휘 등을 찾고, 한국 드라마나 문학 작품을 보면서 공부했어요. 그러다 한국어 수업이 마련된 바르셀로나의 한 어학원에 들어가면서 좀 더 진지하게 한국어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어학원에는 더 높은 수준의 한국어 수업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2020년에 바르셀로나 세종학당을 다니게 되면서 좀 더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한국어 공부를 할 수 있게 됐어요.
세종학당재단을 방문한 파울라 마르티네스 괄
바르셀로나 세종학당에서의 수업은 어땠나요?
세종학당은 일반 어학원보다 체계적이고, 높은 수준의 수업이 있어서 좋았어요. 제가 한국어 어휘나 쓰기가 좀 약했거든요. 다행히 바르셀로나 세종학당에서 고급 어휘를 배웠고, 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수업을 들으면서 큰 도움을 받았어요.
2022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파울라 마르테니스 괄
2022년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우수상을 타셨어요.
네. 그 대회에서 저는 ‘성장’에 대해서 이야기했어요. 대회 전에 ‘나에게 성장이란 무엇일까’ 깊이 고민해봤어요. 저에게 성장이란 ‘전문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열심히 대회를 준비했지요. 막상 대회에 참여해보니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앞으로 어떻게 공부하면 더 좋을지를 깨달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어요.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상을 탄 덕분에 지금 서강대학교 한국어교육원에서 어학연수를 받고 있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파울라 마르티네스 괄은 2022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우수학습자로 선정돼 한국 생활을 하고 있는 소감이 궁금합니다.
작년에 세종학당 우수학습자 초청연수에 참가하게 되면서 처음 한국에 방문했고 올해 9월부터 서강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요. 첫 한국 생활인데도 모든 면이 다 좋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한식을 정말 좋아해서 한국 식당을 가는 게 즐거움 중 하나예요. 스페인에서도 한식을 맛볼 수는 있지만 여기서는 진짜 한식을 먹을 수 있잖아요.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식은 ‘오징어볶음’입니다. 내년 2월 어학연수를 마치면 다니던 대학을 졸업하러 스페인으로 돌아가야 하는데요. 다시 한국에 돌아와 대학원에서 공부를 이어나가고 싶어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한국 책을 스페인어로 번역하셨어요.
네. 저의 첫 한국어 선생님이신 황승옥 선생님께서 출판사에 저를 추천해주신 덕분에 한국 책을 스페인어로 번역할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얻었어요. 처음 번역을 제안받았을 때는 조금 긴장됐지만 이런 기회가 저에게는 큰 영광이어서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문학 작품을 통해 여러 국가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좋은 관계를 만들기도 하잖아요. 제가 스페인과 한국의 관계 개선에 일조하게 된 것 같아서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울라 마르티네스 괄이 스페인어로 번역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번역 전 이 책을 읽은 소감은 어땠나요?
이 책은 ‘기분부전장애’를 앓고 있는 글쓴이가 자신의 감정 변화, 상담 치료 등에 대해 쓴 책이에요. 책을 읽으며 글쓴이가 저와 비슷한 완벽주의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책을 읽기 전에는 나도 잘 이해할 수 없었던 나 자신에 대해 알게 된 것도 많아서 좋았습니다.
자신이 번역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보고 있는 파울라 마르티네스 괄
독서와 번역은 전혀 다른 영역인데요. 이 책을 번역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네. 맞아요. 이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스페인어와 한국어가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문화적으로도 두 나라가 얼마나 다른지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그 문화적인 차이점을 번역하는 것이 가장 힘든 과정이었어요. 예를 들어, 스페인 사람으로서는 전혀 죄책감을 갖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 주인공이 지나치게 죄책감을 느끼는 부분 등이 그랬어요. 이런 부분들은 스페인의 상황에 맞추거나 혹은 한국식 사고를 그대로 드러내는 등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번역했습니다.
번역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제가 경력 많은 번역자만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번의 첫 번역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저의 모국어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에요. 스페인어를 잘해야 상황과 문맥에 맞게 제대로 번역을 할 수 있더라고요. 다행히 제가 어릴 때부터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했던 게 번역에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번역이란 그야말로 ‘제2의 창작’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파울라는 요즘 한국과 스페인의 관계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어를 공부해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최근 국제관계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외교 분야를 더 공부하려고 해요. 스페인과 한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이렇게 전문적인 목표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바르셀로나 세종학당이었어요. 그곳에서 한국어를 전문적으로 배우면서 제 꿈이 더 커졌거든요.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 쓰기 대회에 참여하면서 한국과 관련된 꿈을 실현하는 데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한국어를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은 분이라면 꼭 세종학당을 찾아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