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세종학당 한국어 쓰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엥흐 우일스와 세종학당재단 이해영 이사장
2023 세종학당 한국어 쓰기 대회에서
문화체육부장관상을 받은 엥흐 우일스 님
지난 2023년 10월 10일 시행한 2023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 쓰기 대회에서 쓰기 대회 문화체육부장관상을 받은 엥흐 우일스(Enkh-uils) 님을 만났습니다. 한국 유학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 아버지의 사업을 다시 일으키고 한국 소설도 몽골어로 번역하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 그의 꿈을 만나보세요.
2023 한국어 말하기 쓰기 대회에서 수상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우선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온 엥흐 우일스입니다. 몽골에서 2022년 7월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 유학을 준비하던 중 한국어 실력을 더 높이려고 울란바토르2 세종학당에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올해 9월 한국 유학의 기회가 주어져 지금은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어요.
처음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중학생 때 엑소의 ‘으르렁’을 듣고 케이 팝과 케이 드라마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점점 노래 가사의 의미를 알고 싶고, 드라마도 한국어로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혼자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2023 세종학당 한국어 쓰기 대회 모습, 답안 작성 중인 엥흐 우일스씨
엥흐 우일스 님이 한국어 공부를 하는 데 울란바토르2 세종학당은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한국으로 유학을 오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대신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석사 과정은 꼭 한국에서 유학하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공부했습니다. 그러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울란바토르2 세종학당 수강생 모집 공고를 보고 고급반에 등록하게 되었어요.
저는 세종학당에 한국에서 오신 선생님들이 계신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특히 임권정 선생님에게 글쓰기 지도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지도를 통해 조금씩 발전하는 제 쓰기 실력을 보며 자신이 생기자 수업 시간이 기다려졌습니다. 쓰기가 쉽지 않았던 저에게 “해 보자. 할 수 있다.”라고 용기를 주시고 그 방법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올해 9월부터 한국에서 유학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느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하고 있나요?
저는 충청북도 청주에 위치한 충북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몽골에서 저희 아버지는 작은 기업을 운영하셨는데 재무와 경영을 잘 모르셔서 기업이 쓰러지고 말았어요. 그 과정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저는 그때 한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회계사가 되어 아버지의 마트를 예전보다 큰 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번 2023 한국어 말하기 쓰기 대회는 어떤 마음으로 참가했나요? 말하기 대회가 아니라 쓰기 대회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작년부터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마트에서 일을 도와드리며 한국 유학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이번 대회에서 수상하면 한국 유학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알고 이번에 쓰기 대회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저는 쓰기에 자신감이 붙는 중이었기 때문에 쓰기 대회를 선택했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면 너무 긴장하는 바람에 말하기 대회는 생각도 안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자신감을 얻고 보니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겼습니다.
이번 쓰기 대회의 주제는 ‘나는 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는가’였고, 엥흐 우일스 님은 ‘마침내 이룬 한국 유학의 꿈, 세종학당에서 꾸준히 한국어를 공부하며 꿈을 향해 걸어가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주셨습니다. 글을 통해 한국에서 몽골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셨는데요. 새롭게 알리고 싶은 몽골의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요?
한국에 와서 보니 대부분 ‘몽골’이라고 하면 ‘칭기즈 칸의 나라’, ‘초원 유목민의 나라’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는 그게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몽골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꿔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몽골에는 낯선 사람이 집을 방문해도 꼭 따뜻한 음식을 대접해서 배웅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한국의 ‘정’ 문화와 비슷한 것인데요, 몽골의 이런 따뜻한 문화와 역사, 생활양식 등을 소개해서 몽골의 이미지를 높이고 싶습니다.
울란바토르2 세종학당 임권정 교원이 엥흐 우일스에게 선물한 한글 손글씨 책갈피
한국어로 글을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평소 엥흐 우일스 님은 한국어 작문을 어떻게 공부하나요? 이번 대회에서 수상하기 위해 어떤 것들을 준비했는지 궁금해요.
지금도 맞춤법, 띄어쓰기가 헷갈리는 경우가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글의 구성과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지도해주신 임 선생님은 “글쓰기의 목적은 감동과 설득이다, 읽는 사람들이 내 편이 될 수 있도록 친절한 글쓰기를 해야 한다. 생각을 꺼내 메모하고 개요를 짜고 표현을 해봐야 발전한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덕분에 이제는 글을 구성하는 데 겁을 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한 내용이 풍부하고 감동을 주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배경지식을 늘리기 위해 글을 읽은 후 그것을 요약,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한국 유학을 마치고 몽골로 돌아가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몽골에 돌아가면 경영학 지식과 한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마트의 재무를 관리하고 한국 기업과의 무역을 추진하려고 해요. 그것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저를 응원하는 길이고, 고생하신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딸로서 은혜를 갚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2023 세종학당 우수학습자 초청 연수’를 통해 한국의 여러 곳을 둘러보셨는데요. 한국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직접 한국을 둘러본 소감이 궁금합니다.
한국에 와서 한 달이 지났는데도 학교와 집만 오갈 뿐이었어요. 이번 연수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한강을 야간 크루즈로 관광한 것이 가장 인상에 남아요. 그동안 함께 했던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는 마지막 슬픔의 밤이기도 했고, 멋진 야경을 보며 행복을 만끽했던 밤이기도 했습니다.
‘2023 세종학당 우수학습자 초청 연수’ 중 한강 야경 크루즈 관광 프로그램
나중에 몽골에 돌아가도 세종학당을 다닐 계획인가요?
네. 아직 제 한국어 실력은 많이 부족해요. 하지만 제가 몽골로 돌아갈 때는 자신 있게 한국어를 말하고 한국문화를 잘 이해하는 석사 졸업생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때는 제 꿈인 기업 경영을 하며 취미로 제가 좋아하는 한국 로맨스 소설을 몽골어로 번역하고, 몽골의 좋은 책을 한국어로 번역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제가 어떻게 한국어를 공부했는지, 한국 유학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주는 세종학당 선배로 다시 세종학당을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세계 곳곳의 세종학당 학습자들을 위해 한국어 공부의 즐거움과 보람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 역사를 비롯해 경제, 사회, 지리 등 모든 것에 관심을 두어야 한국어를 잘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국어는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워진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외국어는 원래 어려운 거야! 포기하지 않는 것도 실력이야!” 하고 생각하면서 끝까지 걸어가세요. 그러면 얼마 안 걸려 케이 팝도, 케이 드라마도 한국어 고유의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기적이 일어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