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우수교원 공모전’에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상 수상한 이수현 교원 인터뷰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2023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는 전 세계의 한국어 교육자를 만날 수 있는 반가운 행사였습니다. 이번 우수교원 공모전 시상식에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상을 받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종학당 이수현 교원에게 수상 소감 등 궁금한 것들을 물었습니다.
이수현 님, 안녕하세요? 먼저 <월간 똑똑>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여러 기업체에서 한영 통·번역사로 활동해왔는데요. 2010년 우연히 외국인 임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게 됐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2011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 지도자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어교원자격증 3급을 취득한 후, 삼성 등의 기업체에서 한국어를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한국어를 제대로 가르치기에는 여전히 제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2016년 소아스런던대학교에서 응용언어학 및 언어 교육학(한국어 과정)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귀국해서는 대진대학교 국제교류원 한국어교육센터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다가 국립국제교육원 교원 해외 파견사업의 한국어 교원으로 파견돼 2017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말레이시아의 중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쳤습니다. 2022년에는 세종학당재단의 해외 파견교원 사업에 지원해,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으로 파견돼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2023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우수교원 공모전 국회 문체위원장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2023년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의 한국-헝가리 전래동화 북클럽 활동을 소개합니다!’의 수상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2022년 2월,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에 처음 파견돼 헝가리 학생들을 만나보니 한국 친구를 사귀고 언어 교환을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때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세멜바이스대학교 의과대학의 한국인 학생들도 헝가리어를 배우고 싶어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래서 세멜바이스 의대 한국인 학생회와 언어 교환을 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평소 한국 전래동화, 단편 소설, 시 등으로 학생들과 북클럽을 운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세종학당에 한국-헝가리 전래동화 북클럽을 제안했고, 세멜바이스 의대 한인 학생회가 적극 동참하면서 북클럽 활동을 세종학당 상반기 특화 수업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올해 3월 북클럽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헝가리 학생 22명, 한국 학생 20명과 함께 10주 동안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북클럽이 만들어졌군요. 실제로 어떻게 활동했는지 궁금합니다.
1차 활동으로는 5주간 짝꿍과 함께 한국 전래동화를 한 편 선택해 단어, 문법, 표현 공부를 한 후 짧은 영상 대본 작성 및 낭독 연습을 하고, 함께 공부한 한국 전래동화에 대한 짧은 영상을 제작하도록 했습니다. 헝가리 학생은 한국어를, 한국 학생은 헝가리어로 영상 대본을 낭독해 영상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발음이나 억양도 꼼꼼히 연습할 수 있었어요. 2차 활동으로는 헝가리 전래동화를 선택해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1차와 2차 활동 후, 학생들이 만든 한국-헝가리 전래동화 영상들을 새로 개설한 유튜브 채널(@hanhungbookclub)에 올렸고, 부다페스트 세종학당 페이스북 계정과 누리집에 작품을 공개해 누구나 감상하고 공부할 수 있게 했습니다. 지난 6월 부다페스트 세종학당 상반기 수료식에서는 북클럽에서 성실하게 활동한 학생들에게 수료증과 기념품을 증정하고, 4팀의 짝꿍들에게 상을 주며 격려했습니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수상한 4팀의 학생들에게 북클럽 참가 후기를 한국어와 헝가리어로 작성하게 해 부다페스트 세종학당 페이스북 계정에 올리고 있습니다.
2023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우수교원 공모전의 문체위원장상 수상자로 발표됐을 때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북클럽 참가 학생들이 자기 짝꿍들과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꼭 알리고 싶어 이번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의 세종학당 현장 우수사례 공모전에 지원했습니다. 수상자 발표 날, 저는 지방에 사는 학생들을 만나러 기차로 이동하고 있었어요. 창 너머를 바라보다 휴대폰으로 온 메일에서 ‘최우수상 수상’이라는 내용을 확인하고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어요. 사실 40명이 넘는 북클럽 참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가 혼자서 매주 진행 정도를 점검하고, 새 과제를 제시하고, 격려하는 등 할 일이 많아 좀 버겁기도 했습니다. 짝꿍과 문제가 생기거나 활동이 중단되는 팀도 나와서 마음고생도 했고요. 수상 소식을 들으니 고생한 기억은 다 사라지고 북클럽 참가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동자와 활동을 지원해 주신 동료 선생님들, 운영 위원님들, 인턴 학생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정말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교육자로 일하면서 얻는 가장 큰 보람은 어떤 것인가요?
세종학당 학습자들은 저를 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 한국을 만나기 때문에 저는 온 마음과 정성을 쏟아 수업을 준비합니다. 그렇게 제가 준비한 수업에 참가한 학습자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더 잘 이해하고 한국어를 점점 더 잘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제가 정성을 다해 수업을 준비한다는 걸 학생들도 느끼는 것 같아요. 많은 학습자들이 강의 평가에서 제 수업이 최고라고 평가해줘 뿌듯했습니다. 작년에 제가 가르친 학습자들 중에서 장학금을 받고 한국 유학을 준비하거나 세종학당 쓰기·말하기 대회 등에서 수상해 한국에 갈 기회를 얻은 학생들이 많은데요. 이 학생들이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며 설레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정말 기뻤습니다.
부다페스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2022년 1월 처음 파견돼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의 상황을 파악하고 제 역할을 찾는 데 한 학기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 것 같습니다. 헝가리어와 헝가리 문화, 헝가리 학생에 대해서도 알아야 할 것이 많아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 노력을 통해 2023년 상반기에 한국-헝가리 전래동화 북클럽 활동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2023년 하반기를 끝으로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에서의 제 활동을 종료해야 하니 무척 아쉽습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활동을 계획하고 진행하기에는 2년의 파견 기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한국어 교육과 관련해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지금까지 만난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그리고 앞으로 만날 새로운 학생들에게 계속해서 아름다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잘 전달해줄 수 있는 멋진 한국어 교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