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우수교원 공모전’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한 김연웅 교원 인터뷰
지난 8월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서울에서 펼쳐진 2023년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에는 전 세계의 한국어 교원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대회 첫째 날, 우수교원 공모전 시상식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1 세종학당 김연웅 교원의 이야기, 지금 만나 보시죠!
김연웅 님 안녕하세요? 먼저 <월간 똑똑>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세종학당이 키운 교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싶은 한국어 교원 김연웅입니다. 저는 지난 2016년 경북대학교에서 러시아어와 영어를 전공한 후 “무슨 일을 하면서 먹고 살면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답을 얻기 위해 세계를 떠돌다 세종학당에서 일을 하게 됐어요. 2017년부터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세종학당에서 현지 교원으로 시작해 2020년에는 주이집트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파견 교원으로, 2023년 현재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1 세종학당에서 현지화 교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대학 졸업 후 7년간 줄곧 세종학당에서 근무하고 있네요!
올해 2월부터 타슈켄트의 아리랑요양원에서 고려인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셨다는 소식도 들었는데요. 어떤 계기를 통해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희 허선행 학당장님이 오래전부터 아리랑요양원에 전문 한국어 교원을 보내는 교육 사업을 계획하고 계셨어요. 드디어 올해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과 양해각서까지 체결하셨는데 어떤 교원에게 출강을 부탁할지 고민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마침 저는 새로운 수업 환경에서 새로운 학생들과 호흡하면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은 열망이 있었고, 무엇보다 제가 예전에 코이카(KOICA) 봉사단원으로 아리랑요양원을 방문한 적이 있어서 그 어르신들을 다시 뵐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자원했습니다.
러시아권 한국어 학습자를 대상으로 유튜브도 운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취지로 유튜브를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세종학당 학습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따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던 것이 계기가 됐어요. 2018년에 키르기스스탄에서의 교원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와 영어 강사로 일할 때였는데,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세종학당 학습자들에게 한국 모습을 보여주며 안부를 전하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어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영상, 가령 ‘러시아 상남자와 부산 토박이 아가씨가 ’썸 타는’ 이야기’ 같은 애니메이션을 익살스럽게 만들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올렸는데요. 그런 콘텐츠가 러시아어권 한국어 학습자들에게 입소문을 타서 하루아침에 구독자가 5천 명이 늘더니 결국 3만 명에 이르더라고요.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 유머 코드를 이해하는 한국인이 새로운 매체로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데 흥미을 느꼈던 것 같아요. 이 일을 계기로 저 또한 진득하게 한국어 교육자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2023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우수교원 공모전에서 문체부장관상을 수상하셨는데요. 대회 첫째 날 발표를 통해 공유해주신 ‘여든부터 MZ까지 한국어와 한국문화로 잇는 타슈켄트1 세종학당’의 수상 내용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타슈켄트1 세종학당 수강생들이 세대를 뛰어넘어 한국어와 한국문화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발표에 담으려 했습니다. 평균 연령이 84세인 고려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음과 모음을 익히시고, 영상 단어 카드로 단어를 배우고, 우리 민요를 따라 부르면서 글자를 쓰시는 모습을 전 세계 교원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배움을 향한 열정 앞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몸소 보여주시는 어르신들께서 너무 자랑스러웠거든요.
또한 요즘 세종학당을 가득 채우고 있는 ‘MZ세대’ 학습자들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교수법도 소개했습니다. 요즘의 학습자들에게 친숙한 매체, 가령 유튜브 쇼츠 영상 제작이나 SNS 활동을 통해 말하기와 쓰기 연습을 하는 모습도 공유했어요. 교사가 멍석만 깔아주면 저마다의 끼를 한국어로 발산하는 10~20대 학생들을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많은 교원들께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수상자로 발표됐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살면서 상을 받은 적이 많지 않은데, 장관님께서 상을 주신다고 하셔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부모님께 먼저 기쁜 소식을 전하고, 다양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신 학당장님께도 먼저 감사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발표 준비 과정에서 특별히 어려웠던 것은 없었지만, 고려인 어르신들의 수업 모습을 담은 영상이나 사진이 별로 없는 것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어느 날은 동료 선생님 두 분께 부탁드려서 요양원 출강을 함께하는 하루를 같이 촬영했어요. 영상이 너무 길어 발표 때 활용하지는 못했지만,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보낸 보람된 하루를 영상으로 간직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같은 날 ‘한국어로 빚는 미래세대의 꿈!’을 주제로 세종학당 학습자들과 한국어 교육자들이 함께한 토크 콘서트에도 참여하셨는데요. 이 자리가 김연웅 님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토크 콘서트 참가자분들의 이야기를 대본으로 먼저 접했는데요. 서로 다른 국적과 외모를 가졌지만 세종학당을 통해 같은 경험을 한 분들이라는 생각에 왠지 친근감이 들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뵈니까 분명 초면인데 오랜만에 만난 학당 학습자, 동료 교원, 학당장님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까지도 각 나라와 세종학당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며 교감하고 공감했어요. 아마 콘서트를 통해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으신 분들도 “우리 학당 사람들 얘기랑 똑같네?”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세종학당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같은 언어, 같은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새삼 경이롭게 느껴졌어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교육자로 일하면서 얻는 가장 큰 보람은 어떤 것인가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꿈을 품고, 세종학당을 벗어나서도 그 꿈을 향해 정진하는 학생들을 보면 세종학당의 구성원으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제가 7년 전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세종학당에 처음 가르쳤던 고려인 학생이 있었는데요. 그림에 소질이 있었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예술을 향한 꿈을 포기하고 언어를 전공하던 대학생이었어요. <춘향전> 연극을 같이 준비할 때 골판지로 양반의 갓이나 포졸의 삼지창 같은 걸 뚝딱 만드는 걸 보면서 정말 재능이 출중한 학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제가 교원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한국어를 가르쳐 주는 것밖에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3년 뒤 그 학생이 기쁜 소식을 전해 왔어요. 자기가 대한민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돼 국내 유수의 대학에 디자인학과 학생으로 입학하게 됐다는 거예요. 그리고 지금은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어로 자신의 한국 생활과 예술 활동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며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더라고요. 한국어를 통해 저마다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면서 세종학당은 “세계인을 꿈꾸게 하는 힘이 있구나!”라는 걸 실감했고, 세종학당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한국어 교육과 관련해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귀띔해주세요.
한국어 통·번역 과정을 가르칠 수 있는 교원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세종학당재단에서 설계하고 있는 통·번역 과정 교재들을 보면서 저도 이 책으로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대학 학부생 수준에서 러시아어와 영어를 전공했을 뿐 통·번역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은 부족해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학생들과 언어 교환을 하면서 언어적 역량을 키우는 중입니다. 이번 파견 기간이 끝나면 통·번역 관련 석사도 도전해서 전문성을 갖추고, 이후에 러시아어권과 영어권 초급 학습자부터 통·번역 고급 학습자까지 가르칠 수 있는 전문 이중언어 교원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