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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학당 학습자 분들에게 우리말과 우리나라에 대한 인상이 윤슬처럼 아름답게 반짝이길 바랍니다._엄지인 아나운서

글쓴이홍보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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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06-16

조회수1549

세종학당재단 새소식 2022년 6월 제 108호
세종학당재단 창립 10주년 맞이 특별 인터뷰_여섯 번째 손님 : 세종학당 학습자 분들에게 우리말과 우리나라에 대한 인상이 윤슬처럼 아름답게 반짝이길 바랍니다._엄지인 아나운서
 

매주 월요일 저녁, 유익함과 즐거움을 전하는 퀴즈쇼가 있다. 바로 KBS 1 간판 프로그램인 ‘우리말 겨루기’다. 흔히 교양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딱딱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말 겨루기는 좀 다르다. 특히 엄지인 아나운서는 ‘우리말 겨루기’의 마스코트로 불릴 만큼 때로는 긴장감 있게, 때로는 유쾌한 입담을 발휘하며 12년간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엄지인 아나운서는 ‘우리말 겨루기’를 떠나 잠시 숨 고르기를 한다. 출연자와 소통해 온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많은 시청자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세종학당재단은 긴 시간 시청자들 곁에서 ‘우리말 겨루기’를 진행해온 엄지인 아나운서와 프로그램에 대한 소회와 한국어의 아름다움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안녕하세요! 우리말 겨루기’ 애청자로서 엄지인 아나운서의 하차 소식에 너무 아쉬움이 큽니다. 많은 분이 엄지인 아나운서의 ‘우리말 겨루기’를 오랫동안 기억하실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프로그램에 대한 소회와 아나운서님의 근황을 여쭙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이렇게 여러분께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제가 10년을 넘어 12년간 ‘우리말 겨루기’로 여러분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함께 했는데 이제는 시청자로 돌아오니 아쉽기도 하고 반대로 방송으로 보면서 문제 맞히는 재미도 찾으면서 여러 가지 감정들이 교차하는 요즘입니다. 제가 결혼 전 신입 아나운서 시절부터 우리말 겨루기를 진행하고 결혼과 출산, 육아를 다 같이 해왔습니다. 제 인생의 큰 변곡점들을 다 함께했던 셈인데요. 이제는 우리말 겨루기와 헤어지는 시간으로 큰 변환점을 맞았습니다. 처음엔 현실감이 잘 없다가 주변에서 연락이 오면서 실감을 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이제는 시청자로 돌아왔구나. 많은 분이 프로그램에서 제가 없는 걸 알아채시고는 아쉬움의 메시지들을 많이 보내주셨어요. 가족들과 함께 퀴즈를 풀면서 월요일 저녁을 즐겼는데 이제 함께할 수 없으니 허전하고 아쉽다는 내용들이 참 많았어요. 연락 해주신 내용들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아, 내가 그동안 정말 분에 넘치는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마지막 방송에도 짧게나마 말씀드렸지만, 두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잠깐의 출산 휴가로 자리를 비운 적은 있지만 육아 휴직 한번 없이 12 년간을 달려왔어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잠시 쉬게 되었습니다.

‘우리말 겨루기’는 한국어를 다루는 프로그램이에요. 한국어라고 하면 왠지 진지해야 할 것 같기도 한데 프로그램이 대중의 많은 사랑 을 받아 온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한국어’, ‘우리말’ 이기에 많은 사랑을 꾸준히 받는 것 같아요. 지금도 우리말로 이야기하고 숨 쉬는 공기처럼 우리말로 소통하고 있잖아요. 누구나 다 알고 사용하는 말이기 때문에 어린아이부터 문제를 맞히려고 하고 퀴즈와 게임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저희 가족만해도 유치원생 아이와 할머니가 함께 누가 더 잘 맞히나 시합을 하면서 방송을 즐기고 있었어요. 이게 바로 매력인 것 같아요. 우리말을 아는 사람이라면 진입장벽 없이 다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퀴즈라는 요소가 있어서 진지하거나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고요.
요즘엔 또 누리소통망(SNS)에서 글을 쓰는 기회들이 많이 늘었잖아요. 글을 올릴 때면 누구나 한 번쯤 맞춤법, 띄어쓰기에 대해 고민을 해봤을 거에요. 이런 고민들을 방송을 통해 해소할 수 있고, 재미있게 즐길 수도 있으니 프로그램이 20년 가까이 장수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엄지인 아나운서 비주얼 이미지
‘우리말 겨루기’는 남녀노소가 즐겨보는 장수 프로그램입니다. 12년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가장 유의했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말이죠. 말 한마디 한마디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입니다. 비속어나 은어 같은 말은 물론 쓰지 않으려 노력했고요. 뿐만 아니라 평소 많이 쓰는 외래어 예를 들면 게임 버저는 누름단추, 온라인은 누리집, 선물 세트는 선물 꾸러미처럼 우리말로 고쳐 썼습니다. 방송에서 우리말로 순화된 말을 처음 들으면 어색할 수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쓰다 보면 시청자분들이 거부감이 없어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방송에서 우리말이 많이 파괴되고 있는 요즘, 우리말 겨루기에서 만큼은 최대한 지켜내기 위해 저뿐만 아니라 제작진들이 많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재미를 포기하면 안 되니 그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아내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고 봅니다.

게다가 다양한 세대와 국적의 출연자분들이 출현하셨어요. 참 많은 분을 만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가 있으신가요? 외국인 분들 가운데도 ‘명예 달인’이 된 경우가 있어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맞아요. 외국인분들도 ‘우리말 겨루기’를 좋아하고 즐겨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어를 좋아하고 한국을 사랑하는 많은 분이 계신다는 것을 방송하면서 많이 알게 됐습니다. 특히나 한국어 실력에 깜짝 놀라는 경우가 참 많았어요. 발음도 정확해서 말만 들어서는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분들도 상당하시더라고요. 명예의 달인뿐 아니라 일반 회차에서, ‘우리말 겨루기’ 일반 예심을 거쳐서 한국인들과 겨뤄 우승한 외국인도 계셨습니다. 그 중 한 분은 평소에 ‘우리말 겨루기’가 삶의 낙이라고 하시며 일하고 쉬는 시간 틈틈이 한국어 공부 하면서 실력을 키워오신 분이었어요. 워낙 실력이 뛰어나셔서 같이 출연하셨던 한국분들도 다들 인정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말 겨루기’가 시작됐던 2003년과 2022년을 비교하면 해외에서 한국어의 위상이 달라졌어요. 2003년에 외국인이 ‘우리말 겨루기’에 출연하는 걸 상상하지 못했을 텐데 지금은 시청자층, 출연자층에 외국인분들도 많아졌습니다. 이런 변화를 느낀 사례가 있으신지, 그를 통해 한국어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뀐 부분이 있으신가요?

한국 도전자들과만 함께했을 때는 잘 못 느끼지만 확실히 외국인 도전자들과 함께하다 보면 우리말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로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 위주로 한국어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말 겨루기’에도 도전하는 분들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한국에 흥미가 있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보통의 외국인들이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방송을 잠시 멈추고 쉬고 있는 최근 1~2개월 사이에 우리말 위상의 변화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데요. 제가 일을 잠시 쉬며 가족이 있는 일본에서 얼마 전부터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2년 넘게 와보지 못했던 일본에서 그간 우리나라와 우리말의 위상이 많이 달라진 것을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 1~2년 사이 일본에서 우리 문화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에 많이 놀랐습니다. 저희 가족이 한국어로 대화하고 있으면, 주변 일본 사람들이 관심이 어마어마 하더라고요. “와 나도 저렇게 한국어 했으면 좋겠다.”, “저 사람들 하는 한국어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반응들이 나오더라고요. 최근의 한류는 음악이나 드라마 콘텐츠를 넘어 대한민국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확대되었다는 사실이 확연히 느껴졌습니다.



엄지인 아나운서 비주얼 이미지
세종학당재단은 해외에 한국어를 보급하는 기관입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가 사랑받는 이 시대에 역할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고 있는데요. 세종학당재단에 대해서 알고 계시는지, 그리고 재단이 하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네. 세종학당재단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세계적으로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세종 학당과 같은 해외에서 한국어를 전하는 기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 한국어에 대해 관심을 두고 다가올 때 우리가 더 쉽고 다양하게, 하지만 정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 있어야겠지요. 세종학당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곳에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어를 전달해오고 있기 때문에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종학당의 여러 활동이 있지만 외국인들이 누리소통망(SNS)에 자신의 모국어로 우리 문화와 우리말을 전하는 기자처럼 활동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말을 가르치는 것만이 아니라 나비효과처럼 우리 문화에 관심 있는 외국인이 그 주변에 우리의 문화를 알리고 즐길 수 있게 한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도 한국어에 대해 고민하는 기관인 KBS의 아나운서실 소속이고, 또한 우리말과 관련한 방송을 10년 이상 지속해왔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어떻게 하면 우리말을 더 정확하게 알릴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밖에 나와보니 우리말에 대한 소중함을 새삼 더 느끼게 되네요. 일본에서 생활하는 동안 세종학당이든 어떤 형태로든 저의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고 싶습니다.

‘우리말 겨루기’ 출제하셨던 문제 중에서 기억에 남는 한국어, 세종학당 학습자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단어가 있으신가요?

제가 좋아하는 예쁜 우리말 ‘윤슬’이란 단어입니다.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라는 뜻인데요. 해 질 무렵 강이나 바다, 호수에 비치는 반짝이는 햇빛이 참 아름답죠? 그 아름다움을 예쁜 우리말로 표현한 단어인데요. 세종학당 학습자 분들에게 우리말과 우리나라에 대한 인상이 윤슬 처럼 아름답게 반짝였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윤슬’이란 단어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세종학당재단이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이했어요. 마지막으로 축하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우리말을 지키는 자리에서 10년을 있었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타성에 젖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한데요. 이 시기를 변환점으로 삼아서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는 세종학당재단이 되었으면 합니다. 창립 1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예쁜 우리말 '윤슬'이란 단어입니다.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라는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