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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는 새로운 세상을 가져다 주었어요 _타일러 라쉬

글쓴이홍보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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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04-05

조회수1618

세종학당재단 새소식 2022년 4월 제 106호
누리벗 사랑방
세종학당재단 창립10주년맞이 특별 인터뷰 네 번째 손님 : 한국어는 새로운 세상을 가져다 주었어요_타일러 라쉬
 

맑은 눈과 단호한 표정, 그리고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의 의견을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다정한 사람. 타일러 라쉬를 만나 그의 한국어 이야기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월간 새소식>에 모시고 싶었는데, 바쁘셔서 쉽지 않았습니다. 요즘 어떤 일들이 타일러님을 그렇게 바쁘게 하나요?

요즘은 점점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활동도 조금씩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아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라디오에 TV 방송을 계속해서 하고 있고요. 슬슬 새로운 책을 준비하려고 하고 있고 대중문화예술 활동 외적으로도 규모가 작지만 동업자와 함께해서 해외시장진출, 무역 관련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인 생활에 있어서는 강아지도 키우고 있고 취미로 그림을 계속해서 그리고 있고요. 올해 목표 중에 하나가 먼 데에 있는 가족들과 더 자주 소통하는 것도 있거든요. 시차 때문에 어려운 점은 있지만 그래도 가족들과 소통할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처음 한국어를 만났을 때가 대학 1학년 때였고 이후로 전공인 국제정치학의 학사 논문으로 <북한의 1990년 대기근이 법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선택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 오시기 전부터 많은 관심을 가지셨던 것 같은데요. 한국, 그리고 한국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는요. 어릴 때부터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마치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 것과 같아요. 식감도 맛도 다르고, 그것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느낌, 우리 기분과 생각을 바꿔주기도 하죠. 매일매일 비슷한 음식을 먹다 보면 조금씩 질리기 마련이에요. 그런 것처럼 항상 뿌리가 비슷하거나 역사와 문화, 철학을 공유하는 언어들만 공부하다 보면 마음속 깊은 곳에 채우지 못하는 구멍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대학교 때 포르투갈어, 불어, 스페인어, 독일어를 공부하다가 가능한 언어 체계가 대조되는 것을 일부러 찾아서 배워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이 한국어였죠.

영어와 어순이 정반대이고 어휘에 한자어도 있고 고유어도 있고, 말 자체가 제가 그동안 배웠던 것과 매우 다르기 때문에 매력이 있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어는 그동안 알고 배운 기존의 시야를 벗어나 새로운 문화와 역사, 세계에 대한 시야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타일러 라쉬 이미지
처음엔 한국어 공부를 독학으로 하셨다가 워싱턴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공부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독학으로 공부하실 때에 비해 어떤 점이 한국어 공부에 도움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어 학습 외에 세종학당에서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리고 ‘세종학당’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대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오르는 사이 여름 방학 때 독학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고 2학년 첫 학기부터 수업을 들기 시작했어요. 1년의 공부를 마치고 3개월 어학연수로 서울에 왔다가, 다시 시카고에 돌아가서 졸업할 때까지 계속해서 공부했어요. 그리고 졸업하고 주미한국대사관에 취업을 하고 일을 하면서 영어 위주로 주로 업무를 봤지만 한국어를 쓰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조금 더 직장에 적합한 어휘와 표현을 접하게 되었는데요. 워싱턴에서 생활하면서 커리어에 집중하다 보면 한국어 실력을 늘리거나 유지하기 어려운 것 같아서 언어생활을 계속하려는 의미에서 세종학당의 야간 수업을 듣기로 했습니다. 워싱턴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은 대사관 옆 문화원에서 수업을 했기 때문에 다른 문화행사나 문화원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를 통해서 한국어를 더 쓰고 언어생활을 살릴 수 있었다는 점이 아무래도 가장 도움이 되는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종학당 하면 떠오르는 게 뭔지 물어보셨는데요. 그때 수업을 해 주셨던 선생님과 학당 문화행사에서 김밥을 말면서 얘기를 즐겁고 편하게 나눴던 기억이 있는데요. 가끔 한국에 있는 어학당에서 수업을 들어보면 학생과 교사 사이에 거리가 좀 있어요. 그런데 세종학당이나 학당에서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은 전혀 그런 거리감이 없었던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어 책도 많이 읽으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일 처음 읽은 한국어 책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세종학당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한국어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한국어 책은 요즘은 잘 읽고 있지 않아 조금 걱정이 되는데요. 다시 독서를 시작해야겠네요(웃음). 처음 읽어본 한국어 책은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한국생활을 하고 있는 일본 여자분이 쓴 <요코짱의 한국살이>였어요. 책 펼칠 때 왼쪽에는 만화, 오른쪽에는 관련 짧은 수필이 나오는데요, 인도에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것이나 공원에서 갑자기 로봇인가 싶을 정도로 온몸을 가리고 빠르고 열심히 걷는 운동을 하는 아주머니를 보고 놀라는 경우라든지, 당시 한국에서 어학연수하고 있던 저에게 공감되는 짧은 이야기들이 있는 책이었거든요. 어휘도 그렇고 내용도 그런데 초보 한국어 학습자에게 딱 맞는 책이었죠. 그 책을 통해서 일상 관련 도움되는 표현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한국어학습자라면 한국인이 쓴 한국어로 된 책을 보고 싶어할 수도 있지만, 한국어가 아직 초중급이라면 그나마 공감대가 있고 어휘가 눈높이에 조금 더 맞는 책이 좋을 것 같아요. 한국살이의 경험이 있는 외국인 작가의 도서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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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단어 중에 타일러님이 특별히 좋아하시는 단어나 문장이 있을까요? 있다면 어떤 단어와 문장인지, 좋아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또 한국어 사투리에도 능숙하신데, 좋아하는 사투리가 있다면 어느 지방 사투리를 어떤 면에서 좋아하시나요.

특별하게 좋아하는 단어나 문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한국어의 식감이라고 해야하나? 그 느낌을 좋아하는데요. 발음도 그렇고 억양도 그 식감을 만들어주거든요. 발음 중에서 특별시 된소리를 좋아합니다. 왠지 모르겠습니다.

사투리는 솔직히 잘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전반적으로 경상 지역의 억양이나 몇 가지 표현 외에는 노출도 잘 안 되고 사투리를 쓰시는 분들이 저랑 대화할 때는 사투리의 억양은 있어도 본격적인 사투리를 안 써주시더라고요. 궁금하긴 한데 실제생활보다 주로 영화나 책 등 그런 매체에서 보게 되는 거죠. 개인적으로 한 언어 속에 있는 다양성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일반적으로 한국 직장, 매체, 사회, 교육 등에서 표준어를 지켜 쓰더라도 사투리의 사용을 더 허용하고 사랑해 줄 수 있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이 사투리를 접해보고 한국어의 풍부함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전 세계 세종학당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공부하고 있는 세종학당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 이렇게 공부하면 더 즐겁다’는 팁을 전해주세요. 그리고 세종학당재단 10주년을 맞아 격려 부탁드립니다.

먼저 팁을 알려드리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본인의 관심사와 연결 지어서 공부하면 더 즐겁고 잘 배워질 거예요. 그렇게 하시기를 추천드려요. 언어는 그렇게 관심있는 쪽으로 해야지 본인도 모르게 습득이 저절로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세종학당재단 10주년이 된지 몰랐는데요.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 위상이 뻗어나갈 수 있도록 세종학당재단 활동이 계속되고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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