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크기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유튜브 바로가기 블로그 바로가기

한국어 교육은 한류의 종착역

글쓴이홍보협력팀

태그

작성일 2021-12-02

조회수1270

세종학당재단 새소식 2021년 12월 제 102호
누리벗 사랑방 주이집트한국문화원한국문화원 세종학당 오성호 원장 겸 세종학당장

한국어 교육은 한류의 종착역

‘한국어는 한국문화의 정수이며, 한국어 교육이야말로 한국문화를 널리 알리는 최선의 길이다’ 이는 오성호 원장 겸 세종학당장이 항상 되새기며 간직하고 있는 신념이다. 주이집트한국문화원과 문화원 내 세종학당을 이끌고 있는 그를 만나 한국어 교육자로서 지난 시간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보았다.

주이집트한국문화원 원장이자 세종학당장이 되기까지 지난 시간 동안 걸어온 길이 궁금합니다.

저는 국무총리실에서 문화분야 조정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하였습니다. 자연스럽게 한국문화를 바다 너머 세계로 알리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지난 2015년 주이란한국대사관 문화홍보관 직에 지원했지요.

이란의 수도 테헤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만 해도, 해외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제 모습을 선뜻 그리기 어려웠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란은 마치 ‘첫사랑’처럼 다가왔습니다. 한국문화 안에서 행복과 자유를 누리는 이란 학습자들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기특하게 여겨졌거든요. 특히, 한국어로 스스로의 재능을 꽃피우는 학습자들과 소통하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바로, ‘한국어는 한국 문화의 정수이고, 한국어를 널리 가르치는 일이야말로 한국문화를 홍보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확신이었지요. 이에 세종학당재단이 추진하는 한국어 교육 사업에도 깊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주이집트한국문화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올해 2월입니다. 이집트는 한국어를 향한 열기가 중동 어느 곳보다 뜨겁습니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문화적 교두보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이집트에서 세종학당을 이끌게 된 데 대해 무한한 영예와 책임을 느낍니다.

 
주이집트한국문화원 세종학당이 개원한 지 8년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학당 운영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나요?

2014년 주이집트한국문화원의 개원과 함께 세종학당도 문을 열었습니다. 이집트 내 한국어 교육 사업은 양국이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한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대사관의 자그마한 한국어 교실이 차츰 학습자들로 북적이기 시작했고, ‘BTS’와 ‘오징어게임’이 있기 훨씬 이전에 ‘겨울연가’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이 이집트까지 불어왔어요. 2005년에는 중동-아프리카 지역 최초로 카이로에 있는 아인샴스대학 내에 정규 한국어학과가 개설되기도 했지요.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국어를 향한 호기심으로 이어져 세종학당은 늘 지원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종학당 설립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 가지 고민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은 많은 반면 한국어를 가르칠 선생님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집트에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한국어를 지도할 수 있는 한국인 교원 수가 매우 적고, 한국어 교육 기관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현지인 한국어 교원이 자생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있어요. 매 학기 수천 명의 예비 한국어 학습자가 세종학당을 찾고 있지만, 우리 학당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그중 1%도 되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현재 우리는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2019년부터 최소 인원으로만 신청했던 세종학당재단 파견 교원 수를 올해에는 5명으로 늘렸고, 현지 교원 또한 대대적으로 모집하고 있어요. 내년부터는 현지인 교원 양성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이집트 내 한국어 교원을 최대한으로 확보할 계획입니다.

이와 더불어 학습자들에게 한국에 대한 다채로운 문화적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당은 문화원에서 운영하는 만큼 학당 자체에서 진행하는 문화 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문화원에서 주최하는 문화 행사에도 동시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10월에 문화원에서 ‘한국문화주간(Korean Culture Week)’이라는 대규모 행사를 진행했 는데요. 한국 영화 상영과 케이팝 경연대회, 한국 공예품 전시회 등 각 행사를 기획하는 과정 에서부터 학당 학습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학습자들이 직접 한국 영화를 아랍어로 홍보하고, 유튜브로 익힌 케이팝 춤을 친구들에게 선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적극적으로 나누려 하는 모습이 정말 자랑스러웠어요. 앞으로 우리 문화원과 학당을 통해 학습자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길 소망합니다.

그동안 정부 부처와 대학 기관, 한국어 선생님들의 숭고한 노력을 자양분 삼아 주이집트한국문화원 세종학당은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지난 8년여의 시간 동안 그래왔듯 우리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상)2021 세종학당 말하기 쓰기 대회 : 참가자 발표 현장,(하)2021 한국어 학습 소감 발표회
▲ (상)2021 세종학당 말하기 쓰기 대회 : 참가자 발표 현장
(하)2021 한국어 학습 소감 발표회
 
현지에서 한국어 및 한국문화에 대한 인지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집트 내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은 2000년대 초반부터 확산되어 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지금, 이집트도 마찬가지로 한국문화 애호층이 더욱 두텁고 다양해지고 있지요. 현지 케이팝 동호회만 80여 개가 운영 중이고, 회원 수가 20만 명에 이릅니다. 또, 나일강변을 산책하다 보면 서툰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외치는 이집트 청소년을 심심치 않게 만납니다. 최근 택시를 탔는데 청년으로 보이는 기사가 대뜸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을 아냐고 묻더니, 자신이 갖고 있는 한국 드라마에 대한 사랑을 쏟아 내더군요.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한국어 학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학당에서 공부하는 고등학생 학습자에게 한국어를 공부하게 된 계기를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삼행시가 나왔는데, 자막으로 이해하기 어려워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답하더군요. 이런 학습자들을 마주할 때마다 한류의 종착역과 같은 한국어 교육에 더욱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집니다.



 
주이집트한국문화원과 세종학당을 이끌어 나가며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문화원과 학당이 합심하여 기획했던 사업 중 ‘찾아가는 문화원, 찾아가는 세종학당’이라는 행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문화 행사가 수도 카이로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쉬워 이집트 지방 도시를 찾아가 한국문화를 알리고자 기획된 것인데요. 당시 이집트 북부에 위치한 항구도시인 포트사이드를 방문하여 영화 상영, 전시, 전통문화 체험, 한식 시식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펼쳤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당 선생님들도 함께 한글 캘리그라피 시연과 한국어 기초 표현 특강을 진행하였지요.

행사를 기획하던 단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한류 열풍도 식어가는 것은 아닐지 걱정도 컸습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지요. 600여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행사장을 찾은 덕분에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입장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였습니다. 특히 한국어 기초 표현 특강은 원래 오전과 오후 각각 30명의 학습자를 수용하는 것으로 예정했지만, 강의실 앞에 수백 명의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우리는 그들을 돌려보낼 수 없어 책상을 끌어 모아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캘리그라피 시연을 담당한 선생님은 수백 명에 달하는 시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채에 써 주느라 진땀을 뺐지요. 어렵게 행사를 치렀지만, 보람을 넘어 감동까지 안겨준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찾아가는 문화원, 찾아가는 세종학당’은 문화원과 학당이 연계할 때 그 시너지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함께 수고했기에, 함께 느꼈던 보람도 배가 되었습니다. 내년부터는 문화원과 학당이 보다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이러한 지역 방문 행사를 매월 개최하여, 현지인들의 생활 속에 한국어와 한국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밀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2021 찾아가는 세종학당 캘리그라피 부채를 들고 있는 행사 참가자들
▲ 2021 찾아가는 세종학당 캘리그라피 부채를 들고 있는 행사 참가자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이집트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 생긴 변화가 있다면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우리 학당도 전면 휴강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전면 온라인 수업 체계로 전환해 학당을 운영했지요. 급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초반에는 선생님과 학습자들 모두 혼선과 불편을 겪었지만, 변화가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 덕분에 카이로 지역 외 전국 각지의 학습자들이 한국어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점입니다. 특히 이집트와 같이 여성의 외부 활동이 제한된 이슬람 사회에서 학습자들이 먼 길을 나서지 않고도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물리적인 단절로 인한 소통의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 학당에서는 교원-교원 간, 교원-학습자 간, 학습자-학습자 간 소통의 창을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우선 교원 간의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매월 교원 세미나를 개최하여 결속을 다지고 있습니다. 또, 학습자들이 교실 밖에서 선생님을 비롯한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문화 행사를 매월 개최하고 있어요. ‘한국어 공부 일상 VLOG 공모전’, ‘온라인 사자성어 퀴즈 대회’와 같은 비대면 행사와 ‘한국어 학습 소감 발표회’, ‘한글날 기념 한글 문화 마당’과 같은 대면 행사가 그 예입니다. 우리 학당은 앞으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행사를 동시에 추진함으로써 위기 속에서도 보다 체계적이고 끈끈한 유대를 유지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주이집트한국문화원 세종학당이 갖고 있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주이집트한국문화원 세종학당은 이집트 한국어 교육 보급의 전초기지와 같습니다. 현지 한국어 교육 기관 운영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인 교육 과정과 행정 체계를 갖추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문화원 세종학당이 안정적으로 구축된 이후에는 알렉산드리아, 아스완, 룩소르 등 이집트 지방 거점 도시에도 연계형 세종학당을 설립하고자 합니다. 이집트 내 주요 대학에 한국어학과를 신설하는 데에도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고 해요. 또, 정부 부처와 대학 기관, 기업들과도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해 세종학당을 졸업한 학습자들이 한국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진로를 확장해 주고 싶습니다. 이를 토대로 한국어가 이집트 내 제2외국어로 지정되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입니다. 이집트인이라면 누구든지 세종학당에서, 대학교에서,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미래가 곧 올 것이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 세종학당 학습자들과 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지역별 워크숍에서 우리 학당의 운영 사례가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많은 세종학당 관계자분들의 격려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매우 기뻤습니다. 전 세계 세종학당에서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같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선생님들, 그리고 한국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매 학기 우리 학당을 찾는 수천 명의 학습자들은 우리의 자랑입니다. 사막지대인 이집트가 나일강으로 인해 창대한 문명을 꽃피우고, 다양한 문화권의 융합로가 되었듯이 여러분과 함께하는 세종학당이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젖줄’이 될 것을 확신합니다.


2021 케이팝 아카데미를 방문한 오성호 문화원장과 댄스 연습을 하는 수강생들
▲ 2021 케이팝 아카데미를 방문한 오성호 문화원장과 댄스 연습을 하는 수강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