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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인연, 다시 만나자는 약속

글쓴이홍보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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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10-06

조회수1483

세종학당재단 새소식 2021년 10월 제 100호
누리벗 사랑방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인연, 다시 만나자는 약속

스승과 제자, 그리고 동료 관계였던 홍수민 교원과 까밀라 씨. 산티아고 세종학당 UDP에서부터 한국까지,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첫 만남

홍수민 교원:
제 첫 파견국은 칠레였습니다. 2015년부터 산티아고 세종학당 UDP에서 보낸 3년의 시간이 세종학당 파견 교원으로서 제 첫걸음이었지요. 이후 주멕시코문화원 세종학당을 거쳐, 2019년부터 현재까지 주스페인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근무 중입니다. 제가 거쳐온 3곳의 세종학당 중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산티아고 세종학당 UDP입니다. 파견 당시 저는 스페인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는데요, 그때 수업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던 까밀라 씨를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까밀라:
평소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많았는데, 친구의 추천으로 세종학당을 알게 되었어요. 2014년부터 4년간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부터는 운영팀의 일원으로도 활동했어요. 홍수민 선생님과 처음 만난 것도 운영팀에서 활동하기 시작할 때였지요. 이전에 계셨던 선생님은 스페인어를 잘 하셨어요. 일상적인 소통은 물론, 잘 모르는 한국어도 스페인어로 설명해주셨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쉬웠지요. 하지만 언어는 자꾸 사용해야 실력을 키울 수 있잖아요. 말하기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아 고민이었어요. 그때 홍 선생님을 만난 거예요. 스페인어를 전혀 모르는 홍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처음엔 걱정도 했지만, 서툰 한국어로 열심히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한국어 말하기 실력도 빠르게 늘었어요.

홍수민 교원:
까밀라 씨는 제게 제자인 동시에 운영팀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이기도 했어요. 또, 행정 보조 일도 함께 했지요. 제가 겪은 까밀라 씨는 충분히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 높은 한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저와의 만남을 통해 한국어 실력이 더 늘었다니 기분이 좋네요.

까밀라:
저 뿐만 아니라 공룡반 학습자들 모두 마찬가지일 거예요. 공룡반은 홍 선생님께서 처음 맡은 중급반인데요,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강한 공룡을 닮은 인재들이 모인 곳이라는 의미에서 이름 지어졌어요. 홍 선생님께서 한국어로만 수업을 해 주신 덕분에 우리 모두 ‘공룡’처럼 크게 실력을 키울 수 있었지요.

홍수민 교원:
공룡반에는 이름처럼 막강한 실력을 갖춘 인재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어 말하기 대회 우수학습자도 2명이나 있었지요. 공룡반 학습자들은 수업 시간에도 적극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당 행사에 봉사자로 앞장서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산티아고 세종학당 UDP에서 가장 처음 중급반을 시작하고 졸업까지 진행한 유일한 반 답지요?
 

비주얼 이미지 서로를 그리다

홍수민 교원:
산티아고 세종학당 UDP에 근무하던 3년 동안 2년을 공룡반 학습자들과 함께했습니다. 졸업하던 해 반별 장기자랑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사물놀이 공연을 펼치던 학습자들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역시나 1등이었습니다!

까밀라:
저에게 공룡반 친구들과 홍 선생님은 ‘가족’과 같아요. 매주 수업을 들으러 가는 토요일 아침이 기다려졌습니다. 함께 공부했던 시절이 너무 즐거웠기 때문에 가끔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홍수민 교원:
공룡반 학생들과는 즐거운 추억이 많습니다. 특히 까밀라는 수업 외에 함께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구 같은 사이로 지냈지요. 언젠가 칠레 북부 아타카마를 여행하던 중 우연히 까밀라와 만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생각했어요. ‘우리 인연은 정말 특별하구나’라고요.

까밀라:
저는 홍 선생님의 집들이에 초대되어 간 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처음 파견 오셨을 당시에 홍 선생님은 그야말로 ‘스페인의 외국인’이었죠. 말도 통하지 않는 스페인에 혼자 와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기까지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오히려 홍 선생님께서는 공룡반 친구들과 저를 집에 초대해 따뜻한 시간을 선물해 주셨어요.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통할 수 있다는 걸 느끼며, 서로에게 한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홍수민 교원:
까밀라를 비롯한 공룡반 친구들 덕분에 금세 현지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헤어짐의 시간은 찾아왔지요. 2017년 칠레에서 멕시코로 떠나던 날, 고맙게도 까밀라와 공룡반 학습자들 여럿이 공항까지 배웅을 나와 주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꼭 다시 만나기를 약속했지요.

까밀라:
우리는 한국에서 그 약속을 지켰어요. 2019년 제가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유학을 가게 되었는데, 홍 선생님께서 2020년에 한국으로 복귀하면서 만날 수 있게 되었지요. 한국에서 만나니 더 반가웠어요.

홍수민 교원:
그때 까밀라가 평소 가고 싶어했던 밀양 위양지로 여행을 떠났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표충사를 함께 걸었던 시간이에요. 표충사는 신라시대에 지어진 유서 깊은 사찰인데, 천황산과 재약산을 등에 업고 있어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여유롭게 사찰을 산책하고, 사진으로 추억을 남겼답니다. 또, 전통 찻집에서 향기로운 차를 즐기며 한국의 다도 문화에 대해 공부하기도 했어요. 그 시간들이 꿈만 같네요.

까밀라:
우리는 지금도 모바일 메신저를 활용해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코로로나19가 종식되면 함께 제주 바다를 보러 가기로 했어요. 함께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그날이 꼭 오겠지요?
 

 
영원한 친구

까밀라:
세종학당에서 공부하면서부터 갖게 된 꿈이 있었어요. 바로 한국으로의 유학이었습니다. 저는 마침내 그 꿈을 이뤘고, 현재 한국에서 비주얼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어요. 최근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한국의 전통 건축입니다. 홍 선생님과 표충사를 찾아간 것도 우연이 아니었지요.

홍수민 교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까밀라가 평범한 유학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요. 수업도 대면이 아닌 줌을 활용해 하고 있고, 한국에 와서 사귄 친구들도 어학원에서 만난 외국인들이 대부분이라고 했어요. 한국 곳곳을 누비며 문화를 체험하고 새로운 친구를 만날 생각에 들떴을 텐데 말이지요. 그나마 공룡반 친구들 중 몇몇이 한국으로 와 유학 생활을 하고 있기에 서로가 힘이 되어주고 있다고 하네요.

까밀라:
전 세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큽니다. 세종학당도 온라인 수업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 세종학당에서 홍 선생님과 공룡반 친구들을 만났던 건 정말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려움 속에서도 추억할 것이 많고, 그 추억이 힘이 되니까요.

홍수민 교원:
칠레에서처럼 저 역시 까밀라가 한국에 있는 동안 곁에서 많이 도와주고 싶었어요. 파견교원으로서 현지에서 책무를 다해야 하기에 한국으로 건너올 수 없지만, 마음만큼은 늘 함께 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까밀라, 어서 빨리 다시 만나자. 그리고 네가 가고 싶어하던 제주도 바닷가를 꼭 함께 걷자! 앞으로도 우리는 평생 친구야.

까밀라:
한국에서 다시 선생님을 만났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 기뻤어요. 홍 선생님은 저와 공룡반 친구들에게 따뜻한 스승이자 좋은 친구로 기억되고 있어요. 내년에 저는 대학원을 졸업할 예정인데, 꼭 한국에서 취직을 해 자리를 잡고 싶습니다. 선생님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면서, 미래를 향해 열심히 나아갈 거예요. 홍 선생님, 그리고 공룡반 친구들 모두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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