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크기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유튜브 바로가기 블로그 바로가기

세계 속에 한국의 첫인상을 그리다

글쓴이홍보협력팀

태그

작성일 2021-10-06

조회수1816

세종학당재단 새소식 2021년 10월 제 100호
누리벗 사랑방 콜롬비아 보고타 세종학당 양삼일 학당장

세계 속에 한국의 첫인상을 그리다

전 세계에 케이 컬처 열풍이 불기 훨씬 이전이었던 1990대, 콜롬비아에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양국의 문화 교류에 앞장서 온 이가 있다. 그 덕분에 현지 문화계에서는 한국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갖게 되었다. 콜롬비아에서 가장 처음 만나는 한국, 보고타 세종학당을 이끄는 양삼일 학당장을 만나 보았다.

콜롬비아 보고타 세종학당을 이끌게 되기까지 지난 시간 동안 걸어온 길이 궁금합니다.

제가 콜롬비아에 거주한지 40여 년이 다 되어갑니다. 지난 시간을 회상하면, 콜롬비아로 유학을 와 로스안데스(Los Andes) 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시절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실력이 뛰어난 교수님들께 정치학과 철학, 문학 수업을 받을 수 있었지요. 그때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저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을 때마다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각 분야의 전문가이자 지도자가 되어 콜롬비아 사회를 이끌고 있는 대학 동기들과 선후배들도 제게는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졸업 후 저는 콜롬비아와 한국의 소식을 전하고 문화를 알리는 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습니다. 또, 멕시코와 콜롬비아 대통령과 정부 고위층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과 인터뷰를 갖기도 하였지요. 그러면서 좀 더 체계적으로 한국에 대해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 문화계 인사들을 콜롬비아 문화계에 소개하였습니다. 문화 교류의 규모가 점점 커지자 아시아-이베로아메리카 문화재단(Asia Iberoamerica cultural foundation)을 설립하였고, 100여 개 아시아 예술단체를 중남미권역에 소개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여러 문화계 인사들에게서 우리 문화재단이 한국어와 한국문화 전파의 전초 기지가 되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지요. 고민하던 차에 세종학당재단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보고타 세종학당이 문을 열기까지 어떤 노력이 있었나요?

오랫동안 문화재단을 통해 한국문화를 전파해 왔지만, 현지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은 또 다른 준비가 필요하였습니다. 우선 저는 보고타 세종학당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문화 사랑방과 같은 곳이 되길 바랐습니다. 더 많은 학습자를 수용하기 위해 재단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행정실과 강의실을 마련했지요. 또, 대형 행사도 거뜬히 열 수 있는 시설도 확충하였습니다.

대사관 문화담당 서기관과 자주 만남을 갖고 세종학당 운영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비전을 공유하였지요. 세종학당으로 지정된 이후에는 대사관은 물론 코이카 등 여러 기관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며 각각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중복되지 않도록 사전 조율을 하고 있습니다. 세종학당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주재 한국 기업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협력해 나가고 있지요.



2018년 보고타 세종학당의 김덕수 사물놀이 초청 강좌 및 공연
▲ 2018년 보고타 세종학당의 김덕수 사물놀이 초청 강좌 및 공연
 
보고타 세종학당에 대한 현지 반응은 어떤가요?

2012년 보고타 세종학당을 설립할 당시, 한국 대중예술에 대한 콜롬비아인들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었습니다. 콜롬비아인들은 한국이 아닌 일본 문화 마니아 층을 중심으로 아시아 문화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었고, 그마저도 그 수가 적었습니다.

하지만 콜롬비아는 한국전 파병으로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와 인연을 이어왔습니다. 한국문화 자체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편이었지만, 한국에 대해 열린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지요. 또, 우리 재단에서는 지난 시간 동안 다양한 한국문화를 선보여 왔습니다. 이를 통해 현지 문화계의 인정을 받으며 지지를 얻었고, 긍정적인 관심과 응원 속에서 보고타 세종학당의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27명으로 시작한 우리 학당의 학습자 수는 지난해 기준 512명으로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또, 세종문화아카데미 등 한국문화 수업에는 연간 1,000여 명 이상의 학습자가 참여하고 있지요. 그동안 우리 학당은 문화재단에서 운영한다는 이점을 활용하여, 문화 특성화 학당으로 자리 매김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알리앙스 프랑세즈나 영국문화원 등 콜롬비아에서 60여 년 이상 운영해온 국제어학기관의 프로그램을 분석하고, 이들과 경쟁 가능한 수준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하여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지요. 이와 더불어 팬데믹으로 인한 디지털 교육 환경이라는 새로운 생태계를 맞이하여 대비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최근 콜롬비아에서는 중국 공자학원의 물량 공세와 무리한 외형적 세 확장이 반감을 불러 일으 키고 있습니다. 이를 교훈 삼아 보고타 세종학당은 조금 느린 걸음이라도 콜롬비아 속 ‘작은 한국’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최근 콜롬비아인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받는 한국문화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콜롬비아는 중남미의 아테네라고 불리는 문화 강국입니다. 유럽과 미주 지역의 문화예술 공연이 멕시코와 콜롬비아에 가장 먼저 소개되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음악 분야에서는 콜롬비아 출신 가수들이 라틴 그래미를 휩쓸고 있고, 미국의 주요 기획사를 운영하면서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장악하고 있어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물론, 현대 미술의 거장인 페르난도 보테로 역시 콜롬비아 출신입니다.

보고타 세종학당에서는 이러한 콜롬비아의 문화적 특성과 위상을 고려하여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소개한 프로그램 중 호평을 받은 것은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세계적으로 공감 받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 예로 한국의 고전을 담은 유니버설 발레단의 ‘심청’ 보고타 필하모닉과 한국의 사물놀이가 협연한 ‘마당협주곡’이 있지요. 이 외에도 어린 거인이라는 현지 비평가들의 평을 받고 있는 리틀엔젤스예술단 어린이들의 공연, 김빈 작가의 한지공예 전시 등이 현지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근 다양한 OTT와 SNS 등을 통해 한국의 방송과 음악, 영화, 드라마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인지도는 높아지고 있습니다. BTS의 존재감과 영화 기생충 으로 대표되는 케이 컬처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관심은 한국문화를 넘어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지요. 또, 코로나 팬데믹이 만든 ‘케이 방역’ 신드롬은 한국에 대한 새로운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유학은 물론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안전한 나라’라고요.

얼마 전, 도시 외곽의 저소득 지역 공립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 만난 동양인이라고 하더군요. 그 학생들이 제게 한 첫 질문은 “BTS의 어떤 멤버가 요리를 잘 한다는데, 그게 사실인가요?”였습니다. 한국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할 것만 같았던 외곽 지역 어린이들 입에서 ‘BTS’를 듣게 된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국문화의 위상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지요.



코로나19 이후, 보고타 세종학당의 케이-팝 댄스 온라인 수업
▲ 코로나19 이후, 보고타 세종학당의 케이-팝 댄스 온라인 수업
 
 
코로나19 확산의 지속으로 인해 교육 방식, 소통 방법 등에 변화가 있다면?

보고타 세종학당은 코로나19의 확산과 동시에 온라인 전환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선제적 변화의 배경이 된 것은 2018년 콜롬비아 이반 두케 대통령 취임 당시 우리 재단과 KACES 등이 함께 준비한 포럼이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생태계 변화’를 주제로 한 포럼 내용은, 우리 학당이 변화의 물결을 예측하고 디지털 생태계로 이주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우리 학당에서는 언택트 시대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세종문화아카데미 등 문화 수업을 운영해 나갈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교원 및 관계자들이 힘을 모아 디지털 플랫폼의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지요. 일례로 대면으로는 초청이 어려운 한국의 전문가 들을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는 디지털 강좌를 개최한 적이 있는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바 있습 니다. 앞으로도 참신한 아이디어와 실행력으로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연계되는 새로운 문화 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데 앞장설 것입니다.

 
 
보고타 세종학당이 갖고 있는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보고타 세종학당의 개원과 함께 10여 년을 함께 성장해온 한 학습자가 최근 GKS 장학생으로 연세대학교 대학원에 입학을 하였습니다. 첫 등록 당시 중학생이었던 학습자가 어느덧 대학원 생이 되었지요. 이처럼 성장하는 학습자들의 모습을 보는 만큼 보람 있고 기쁜 일은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우리 학당은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보급하고, 체험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데 주력하였습니다. 이제는 더 나아가 한국어를 익힌 보고타 세종학당 출신 학습자들이 걸어나갈 발걸음을 응원해주며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주콜 지상사와 기관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콜롬비아 주요 기관에서 중견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또, 국내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맺어 다양한 지역 문화를 현지에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국내 대학졸업예정자들의 콜롬비아 인턴십 프로그램을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보고타 세종학당의 상반기 수료식에서 한복 입고 절 하는 학습자들
▲ 보고타 세종학당의 상반기 수료식에서 한복 입고 절 하는 학습자들
 
마지막으로 전 세계 세종학당의 교원들과 학습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학당뿐만 아니라 전 세계 세종학당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학당의 파견교원 중에는 보고타에 도착한지 한 달 만에 적응 기간도 없이 강제 자가격리에 들어간 분도 있습니다. 현재는 한국으로 귀국하여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요. 담당 학당장으로서 도움을 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어려운 시기를 열정적으로 극복해 나가고 있는 전 세계 세종학당 교원 여러분과 학습자들에게 따뜻한 응원을 건네고 싶습니다. 다가올 포스트 팬데믹 속에서 세종학당을 다시 한번 발전시키기 위해 다 같이 힘을 내었으면 합니다.

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인들은 언제 어디서든 한국을 간접적으로 만나고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BTS, 기생충, 케이 컬처, 케이 방역 등 다양한 한국문화들이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첫인상으로 기억되고 있지요. 세종학당의 역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보고타 세종학당은 ‘처음 만나는 한국’이 학습자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고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