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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 세종학당 오충석 원장 겸 세종학당장

글쓴이홍보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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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9-01

조회수2017

세종학당재단 새소식 2021년 9월 제 99호
누리벗 사랑방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 세종학당 오충석 원장 겸 세종학당장

세상에서 가장 빠른 ‘한국행 비행기’를 이끄는 기장

지난 2016년 유럽 문화의 뿌리인 로마에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이 문을 열었다. 문화원과 출발을 함께한 세종학당은 5년여의 시간 동안 한국어 및 한국문화 보급에 힘써왔다. 현지 소도시에서 ‘한국’을 주제로 지역 축제가 열릴 만큼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지금,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 세종학당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오충석 원장 겸 세종학당장과 함께 되짚어보았다.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 원장이자 세종학당장이 되기까지 지난 시간 동안 걸어온 길이 궁금합니다.

저는 2019년 2월에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 원장으로 부임하였습니다. 문화원 내 개설된 세종학당의 학당장도 겸임하고 있지요. 한국의 통일부에서 근무하던 중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문화원장 직위 공모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사실 저는 주이탈리아문화원에 오기 전인 2014년부터 약 3년 동안 주필리핀한국문화원에서도 원장 겸 세종학당을 겸임한 경험이 있어요. 두 차례나 문화원장 겸 세종학당장을 겸임하면서 날마다 보람과 즐거움이 커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문화원 내 개설한 세종학당의 경우, 학습자들이 더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 학당 학습자들은 주이탈리아한국 문화원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지요. 또, 다양한 한국 영화와 공연,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한국어 말하기 대회, 한글 글짓기 대회, 한국 문학 독후감 대회 등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에도 설 수 있고요. 한국 음식부터 태권도, 가야금 등 문화원에서 진행하는 다른 수업에도 참여할 수 있답니다.


시에나 대학(Università di Siena) 강연을 듣고 있는 오충석 원장 겸 세종학당장
▲ 시에나 대학(Università di Siena) 강연을 듣고 있는 오충석 원장 겸 세종학당장
 
이탈리아인들에게 한국어 및 한국문화에 대한 인지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요?

이곳에 부임한지 2년 6개월여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에도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인지 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BTS와 봉준호 감독 등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으며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문화의 저력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탈리아인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계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라고 해요. 한국팀이 이탈리아팀을 이기면서, 자국팀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던 이탈리아인들이 한국을 다시 보게 된 것이지요.

월드컵이 단초가 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영화를 통해 확산되었습니다. 2002년 이창동 감독이 베니스영화제에서 특별감독상을 받은 이후, 매년 개최되고 있는 피렌체 한국영화제에서는 다양한 한국 영화들이 현지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또, 2004년에는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영화제 최고 영예인 감독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도 했지요. 이 외에도 우디네극동영화제, 로마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한국 영화가 꾸준히 소개되며 사랑받고 있답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젊은 층의 관심은 한국 영화에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케이팝, 한국 드라마, 한식 등 한국문화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지요. 지난 5월, 출장차 방문한 피렌체의 한 전시장 앞에 줄을 서고 기다릴 때였습니다. 검표 직원이 다가와 한국어로 말하며 제가 한국인인지 확인하더군요. 피렌체에서, 그것도 이탈리아인에게 한국어로 질문 받을 것을 생각지도 않고 있었기에 조금 당황했어요. 알고 보니 한국문화에 매료되어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더군요. 또, 지난 7월에는 이탈리아 동부 아트리를 방문했는데, 당시에도 이탈리아인이 건네는 한국어 인사를 받은 적이 있어요. 아트리는 한국의 강원도 봉평처럼 규모가 작은 지역인데, 매년 여름마다 축제를 연다고 해요. 올해에는 ‘한국’을 주제로 축제를 열었으니, 한국문화가 이탈리아 구석구석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 오충석 원장 겸 세종학당장이 피렌체 한국영화제에 참석했다.
▲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 오충석 원장 겸 세종학당장이 피렌체 한국영화제에 참석했다.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과 세종학당을 이끌어 나가며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지난 2020년 2월경이었어요. 우리 학당에서 새로운 한국어교원을 파견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외교부에서 일반여권 소지자에게 비자 노트 발급을 중지했습니다. 일반 여권 소지자에게 비자 노트를 발급하는 것은 외교부 규정에 없는 내용으로, 그 전 해에 규정에 없는 조치를 해 외교부 감사에서 지적을 당했다는 이유였어요. 일반 여권을 소지하고 있던 한국어교원이 비자 노트를 받을 수 없게 되면서, 주한이탈리아대사관에서도 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게 되자 우리 학당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즉시 외교부에 한국어교원 파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어교원에게 관용여권을 발급해 줄 것을 요청했지요. 국제협력단( KOICA)과 무역공사(KOTRA), 관광공사 등 공무원이 아닌 경우에도 외교부가 관용여권을 발급한 사례가 있으므로, 한국어교원 또한 충분히 관용여권을 발급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와 세종학당 재단 등이 함께 노력해 2021년 한국어교부터는 관용여권을 발급받아 무사히 파견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한국어교원도 문화원 직원과 동등한 처우와 신분을 갖도록 개선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 외교부에도 한국어교원 또한 우리 문화원 직원임을 강조하고, 문화원 직원처럼 외교관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게 해줄 것을 요청했지요. 이탈리아 외교부에서는 이를 받아들여 한국어교원에게도 외교관 비자를 발급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학당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어교원들은 ‘외교관 및 행정직원 규정’에 따라 백신도 우선 접종할 수 있었지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 세계에 보급하기 위해서는 한국어교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들이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지난해와 올해, 현지에서 백신을 맞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던 타 파견국 교원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반면 우리 학당은 한국어교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작은 노력을 통해 백신 우선 접종을 이끌어내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 & 세종학당 방문
▲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 & 세종학당 방문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 생긴 변화가 있다면?

코로나19 확산은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였습니다. 오프라인 수업의 경우 로마 시민들만 교육에 참여할 수 있었지요. 게다가 문화원 휴무일인 주말에는 수업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그동안 하기 어려웠던 주말반, 주말 집중반, 새벽반을 개설할 수 있었고, 전국 각지의 학습자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되었지요. 실제로 2019년 봄학기 학습자 수는 170여 명 수준이었지만, 2021년 봄학기에는 547명으로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온라인 수업 중 교원-학습자, 학습자-학습자 간 소통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찾았습 니다. 한국어나 영어를 잘 하는 학생 중 1명을 반장으로 선발하여 의사소통을 돕도록 한 것이지요. 수업 시간에 교원의 전달 사항을 다 이해하지 못한 학습자들도 반장을 통해 모두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가을학기부터는 온·오프라인을 병행하여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듯하여, 오프라인 수업을 원하는 학습자들을 위해 한글 학습용 기기를 구축 중이에요. 기기를 활용해 한글 이름 써 보기, 세종학당재단 학습 프로그램 접속하기 등이 가능하므로 학습자들이 유용하게 활용하길 바랍니다.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지금, 세종학당의 역할은?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많은 유럽 국가들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어 학습 희망자들도 빠르게 늘고 있지요. 이러한 수요에 걸맞게 세종학당도 노력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각 나라 현지 특성에 맞는 한국어 교재와 영상 개발, 한국어 전문 교원 확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세종학당재단에서 올해부터 현지 전문화 교원 양성을 시작한 것은 매우 시기적절한 결정이었지요.

장기적으로 유럽 내 한국어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지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교육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제가 필리핀한국문화원장 겸 세종학당장으로 일할 때, 양국의 교육부를 상대로 제안을 한 적이 있어요. 협력과 조정을 이끌어낸 끝에 2017년부터 현지 국공립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가르치도록 제도화할 수 있었지요. 당시 세종학당 파견교원들이 현지 교사들을 한국어 교사로 양성하도록 했지요. 그렇게 연수를 마친 현지 교사들이 2018년부터 각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덕분에 2020년까지 필리핀 내 중·고등학교에서 약 4,000여 명의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받았답니다. 올해에는 필리핀 내 총 52개 학교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여 교육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유럽 내 중·고등학교도 하루빨리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고, 점점 그 수를 확대해 나가길 바랍니다.

코로나 이전,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에서 실내 수업을 진행하는 한국어교원
▲ 코로나 이전,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에서 실내 수업을 진행하는 한국어교원
 
마지막으로 전 세계 세종학당 학습자들과 관계자들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게 세종학당이란 세계인들이 가장 빨리 떠날 수 있는 ‘한국행 비행기’입니다. 세종학당에 들어 서는 순간, 전 세계 어디서나 한국을 만날 수 있지요. 수십 가지, 수백 가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스마트폰처럼, 학습자 여러분이 세종학당을 잘 활용해 한국과 가까워지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세종학당재단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일선 학당장들과 파견교원들의 의견에 항상 귀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현재 재단은 신규 학당 지정뿐만 아니라 교원 선발, 현지 교원 관리, 교원 처우 개선, 교재 개발 등에 있어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성과도 높이고 있습니다. 이 변화와 성과를 주도해온 강현화 이사장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앞으로도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 해외에서 한국어 교육이 더욱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함께 나아 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