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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인연, 서로를 응원하는 인생 친구

글쓴이홍보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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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8-02

조회수1146

세종학당재단 새소식 2021년 8월 제 98호
누리벗 사랑방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인연, 서로를 응원하는 인생 친구

라스팔마스 세종학당에서 만나 서로 마음을 나누고 문화에 공감하며 우정을 키워 온 이미희 교원과 다이안 씨. 선생님과 학습자의 관계를 넘어 인생 친구가 된 그들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합니다.



첫만남

 

이미희 교원:
세종학당 파견교원으로 활동한지 5년차에 접어듭니다. 올해 1월에 주독일문화원 세종학당으로 근무지를 옮기기 전까지, 약 3년 동안 스페인 라스팔마스 세종학당에서 근무했어요. 오랫동안 근무한 곳인 만큼 잊지 못할 추억이 많습니다. 그중 가장 값진 선물은 인생친구가 된 다이안 씨와의 만남이에요. 교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르네요. 다이안 씨의 직업은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었는데, 다시 배우는 입장이 되어 세종학당에 오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 거예요. 누구보다 집중해서 수업을 듣는 모습을 통해 그녀가 갖고 있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이안:
저는 한국 드라마를 계기로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처음 본드라마가 ‘사임당, 빛의 일기’였는데, 화려한 색감의 한복이 눈길을 사로잡았지요. 처음 접한 것이 역사 드라마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의 전통 문화와 역사에 대해 궁금해졌어요. 또, 드라마 속 배경음악들도 좋았어요. 문득, ‘아,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세종학당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고, 첫 수업에서 이미희 선생님을 만났어요. 선생님은 제가 만난 첫 한국인입니다. 만나서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신났어요.

이미희 교원:
우리가 서로의 인생 친구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어요. 다이안 씨는 토요일마다 진행하는 수업을 수강했는데, 수업을 마친 후엔 직접 운전을 해 항상 저를 집 근처까지 데려다 주었어요. 덕분에 버스로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를 10분만에 갈 수 있었지요. 본인의 집 근처가 아님에도 배려해 주는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다이안:
집으로 가는 동안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서로의 관심사가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세종학당 안에서는 학습자이지만, 그 밖에서는 저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그러나 보니 자연스럽게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선생님과 학습자 관계를 너머 일상을 함께하는 관계가 되었지요.



잊지 못할 추억

 

다이안:
세종학당에서 수강하는 동안 한국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었어요. 드라마와 음악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예술, 특히 한국 여성 작가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문화 수업을 통해 처음 한복을 입던 날도 생각나네요. 새 장난감을 갖게 된 아이보다 더 행복했습니다.

이미희 교원:
다이안 씨는 학당 문화 행사가 열릴 때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제가 ‘라스팔마스 세종학당 홍보대사’라는 별명을 지어 줄 정도였죠. 누가 부탁하지않아도 본인이 근무하는 학교 게시판에 학당 행사 포스터를 붙이는 모습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또, 세종학당 안에서의 일상뿐만 아니라, 강의실 밖에서 만나는 시간도 즐거웠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야외에서 열린 라스팔마스 클래식 음악 콘서트에 함께 참석한 것입니다. 다이안 씨가 한국 문화를 좋아해 주었듯이 저 또한 콘서트를 통해 스페인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다이안:
저는 삼각김밥 만들기 재료를 선물 받았을 때가 생각나요. 선생님께서 직접 밥 짓기와 삼각김밥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지요. 한국 음식을 좋아하지만 직접 요리하는 것은 자신이 없었는데, 선생님 덕분에 자랑할 만한 요리가 생겼습니다.

이미희 교원:
서로의 문화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수록 대화의 폭도 넓어지는 것 같아요. 우리는 서로의 선생님이자 제자입니다. 일례로 저는 다이안 씨와 같은 반 학생들을 한식당으로 초대해 생소한 한국음식을 소개했어요. 다이안 씨와 학생들은 그 보답으로 야외에서 즐기는 스페인 바비큐 파티에 초대했지요. 각자의 문화를 주고받으며 우리는 점점 더 서로에게 익숙해지게 되었습니다.



잊지 못할 추억 이미지 Chau, hasta luego!

 

이미희 교원:
올해 1월 근무지를 옮기면서, 제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현재 베를린 지역 내에서 한국어 전담팀이 추진할 계획인 중고등학교 한국어 교육 사업을 맡아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지요. 하지만 라스팔마스는 어느새 저에게 ‘제2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그리움이 생길 때마다 다이안 씨와 종종 메신저로 안부를 묻고, 줌으로 만나 즐겁게 온라인 수다를 나누고 있어요.

다이안:
선생님의 빈자리가 더없이 크게 느껴지지만, 저는 여전히 한국어 공부를 계속하고 있어요.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사랑이 커지면서 우리 가족에게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빠진 제 모습을 가족들이 이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니가 한국 드라마의 마니아가 되었고, 이제 여덟 살이 된 제 딸은 한글을 읽을 줄 압니다. 그리고 온 가족이 한식을 좋아하게 되었지요. 이제 한국어와 한국문화는 가족 모두의 취미이자 행복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한국어를 쉽고 재미 있게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이미희 선생님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이미희 교원:
다이안 씨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대부분의 학습자들은 ‘한국어는 재미 있지만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서양권 국가의 학생들에게 한국어는 배우기 어려운 언어입니다. 알파벳 등 서양권 문자와는 그 특성이 완전히 다르고, 한자와 연관이 깊기 때문이지요. 제 목표는 쉽고 재미있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 전 세계 세종학당 학습자들을 위해 보다 쉽고 효과적인 교수법을 고민하고 연구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 전에 다이안 씨를 비롯한 학습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바로 ‘힘들면 쉬어 가도 된다’는 것입니다. 제 아무리 즐거운 일도 하기 싫어질 때가 오는 법입니다. 힘들면 쉬고, 다시 달리면 됩니다.

다이안:
한국어를 공부한 지 어느덧 3년째가 되지만 아직 말하기는 능숙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평생 학생’이라는 각오로 한국어 공부를 계속할 거예요. 이미희 선생님의 말처럼 힘들면 쉬어 가면 되지요. 다시 한번 선생님의 응원에 힘이 납니다.

이미희 교원:
우리는 서로에게 영원한 선생님이고, 제자이고, 친구라는 걸 기억해주세요. 그리고 이런 인연을 만든 건 세종학당이라는 것도요. 코로나19로 인해 직접 만날 수는 없어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어요. 곧 다시 만날 수 있게 될 것을. 함께 한국 음식을 나눠 먹으며 행복했던 그날처럼, 미래의 어느 날에도 우리는 다시 만나 행복할 거예요.
“Chau, hasta luego. Dyane!(안녕, 나중에 봐요. 다이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