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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샘 연세대학교 언어정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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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3-04

조회수2938

세종학당재단 새소식
제93호 | 2021년 3월

인공지능(AI) 한국어 교육의 시대

김한샘 연세대학교 언어정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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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샘교수약력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언어정보연구원 교수/연세대학교 언어정보연구원 언어관측소 소장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국어정보학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부터 2014년까지 국립국어원에서 학예연구사, 학예연구관으로 21세기 세종계획, 어휘 조사, 신어 조사, 전문용어 정비 등 국어정보화 관련 언어 정책 연구를 수행하였다.
국제표준화기구(ISO) TC/37 언어자원분과 전문위원, COLING(International Conference on Computational Linguistics) 2022 준비위원이며, 세종학당재단의 “인공지능 기반 한국어 학습 지원 서비스 구축” 사업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1. 작년 세종학당재단은 AI EXPO KOREA 2020에 참가하여 AI 기술에 기반한 한국어 대화 연습 시스템 프로토타입을 시연하며 새로운 한국어 지원 서비스를 홍보하였습니다. 이처럼 최신 IT 기술과 한국어 교육이 융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AI 기술에 기반한 한국어 대화 연습 시스템이 교육 관련 박람회가 아닌 AI EXPO KOREA 2020에서 시연되었다는 것은 AI 기술과 언어 교육의 결합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을 기획하여 개발을 추진하는 주체가 세종학당재단이라는 것은 기술 융합 교육 트렌드를 선도하는 주체가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국내외 한국어 교육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입니다.
AI 기술, IT 기술이라는 용어는 아직 일반 대중의 피부에 와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국어 교육계에 몸을 담고 계시는 분들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해서 막연하게 느껴진다고 이야기하십니다. 그런데 거창한 용어를 걷어내고 컴퓨터라고 쉽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한국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컴퓨터를 활발하게 사용해 왔습니다. 초반에는 교수자 중심으로 CALI (computer-assisted language instruction)라는 개념이 도입되었고 교수·학습의 중심이 교수자에서 학습자로 이동하면서 CALL(Computer Assisted Language Learning)로 전환이 되었습니다. 최근에 컴퓨터와 관련한 기술이 발전하면서 컴퓨터의 자리에 IT 기술, AI 기술이라는 용어가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일대다의 교수·학습 환경 한계를 극복하고 컴퓨터가 학습자 중심의 학습 자료를 제공하는 CALL은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된 최근의 교육 방식 때문에 더욱 중요한 방법론이 되었고 AI 기술이 접목되면서 교수자 혹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줄 모어 화자의 역할을 인공지능 시스템이 대신해 주게 되었습니다. 세종학당재단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한국어 학습 지원 서비스’는 AI 기술을 활용하여 상호 작용과 개별화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대화 연습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맞춤형 교육을 받기 어려운 해외 한국어 학습자들의 목마름을 해소해 줄 수 있습니다.
영어의 경우 2000년대 중반부터 이런 대화형 교육 에이전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였으나 한국어를 대상으로 한 시스템의 개발은 최근에 들어서야 본격화되었습니다. 최신 IT 기술과 한국어 교육이 융합하여 만들어진 새로운 서비스들은 교재나 수업에서 접하는 것보다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내용의 측면에서나 지나간 대화를 되짚어 보면서 문제점을 스스로 찾아내거나 발화 평가 결과를 통해 개선점을 도출할 수 있다는 기능의 활용 관점에서 국외 한국어 학습자들의 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망합니다.

2. IT 기술 혁신과 모바일 기기의 보급으로 이에 기반한 ‘승리호’, ‘스위트홈’ 등 한류 콘텐츠들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모바일 콘텐츠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재단도 비즈니스 한국어 학습 앱을 개발하며 이에 대응하고 있는데요. 모바일 기술 혁신이 끊임없이 이뤄지는 현시점에서 한국어·한국문화 교육이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요? 모바일은 말 그대로 이동성을 확보한 컴퓨터 환경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휴대전화, 태블릿 피시, 스마트 워치 같은 기기가 모두 모바일 기기에 속합니다. 모바일 기기가 발전하면서 이러한 기기를 통해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모바일 콘텐츠도 함께 진화하였는데, 음성과 텍스트 등의 단순한 매체에서 출발하여 이미지를 거쳐 멀티미디어까지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가 개발되어 왔습니다. 말씀하신 것과 같은 영화나 드라마 등의 한류 콘텐츠도 일종의 멀티미디어인데 조금 더 현대적인 의미의 멀티미디어는 컴퓨터로 검색하고 처리할 수 있으며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복합체를 가리킵니다.
세종학당재단에서 개발한 비즈니스 한국어 학습 앱처럼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특정 도메인의 한국어 학습을 돕는 서비스는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학습 콘텐츠의 좋은 예입니다. 이러한 시도에 이어 모바일 기술 혁신을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으로 풀어내려면 최신의 모바일 기술이 기존의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에서 장벽이 되었던 부분을 허물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활용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가상현실을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에 도입하는 것입니다. 가상현실을 통해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고 싶은 대상과 체험하고 싶은 한국의 문화를 스스로 선택하고 환경을 설계하게 함으로써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한국어 학습자들이 가지는 시공간의 제약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의 질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으며 학습자들이 언어와 문화를 경험하는 데에 필요한 비용을 절약하게 함으로써 한국어 학습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기술의 혁신과 이를 도입한 교육 콘텐츠의 성장이 밀접한 관계에 있으므로 컴퓨터 기반 언어 교육의 융합적 연구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교실의 풍경도 달라졌습니다. 재단도 지난해 4월부터 온라인 세종학당 운영을 시작하며 비대면 교육을 확대했는데요. 온라인 한국어·한국문화 교육 시스템이 잘 정착하기 위해서 어떤 요건들을 갖춰야 할까요? 온라인 한국어·한국문화 교육 시스템이 잘 정착하기 위한 요건은 크게 세종학당 본부에서 갖추어야 할 것과 현지 세종학당에서 갖추어야 할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세종학당 본부에서는 온라인상의 비대면 교육이 직접 교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한계와 교육 콘텐츠나 강의 내용을 저장하고 반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고려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서 현지에 공유해야 합니다. 또한 온라인 비대면 교육 콘텐츠를 보완하기 위해 온라인상의 학생 관리와 교육적 의사소통에 대한 한국어 교사 교육 프로그램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합니다. 현지 세종학당에서는 해당 지역에 온라인 한국어·한국문화 교육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한 물리적 환경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인터넷 인프라가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는지 온라인 교육 콘텐츠에 접속할 컴퓨터나 휴대전화가 잘 보급되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단지 지역적 인프라를 확인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강생 개개인의 환경을 점검해야 하며 온라인 교육 콘텐츠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에 어떤 식으로 보완을 해야 할지에 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방식의 변화는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고 나면 다시 이전의 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고 예측하기 힘든 새로운 위기 상황에 의해 다시 비대면 교육 중심으로 전환될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 한국어·한국문화 교육 시스템이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이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대면 교육과 비대면 온라인 교육이 상황에 따라 적절히 적용될 수 있는 유연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 블렌디드 러닝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합니다.

4. 앞으로 세종학당재단에 바라는 점이나 아낌없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2000년대 중반에 미국에서 한국어 말뭉치 활용을 주제로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CALI의 관점에서 컴퓨터에서 검색할 수 있는 한국어 자료를 한국어를 가르치고 연구하는 데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강의하는 자리였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교류하는 자리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괴테 인스티튜트와 공자학원처럼 세계적인 네트워크가 갖추어진 언어 교육 브랜드가 있는 것이 부럽다는 이야기가 쏟아졌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세종학당이라는 한국어 교육 브랜드를 가지게 되었고 10년간 꾸준히 성장해 왔다는 것만으로도 세종학당재단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게 됩니다.
세종학당재단은 이미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 한국어 교원의 전문성 강화, 한국문화 보급 등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고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을 제고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크게 바라는 점은 없지만 세종학당재단의 이러한 적극적인 활동에서 소외되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데에 힘을 기울이시면 어떨까 하는 말씀을 드립니다. 세종학당의 지역적 분포를 균등하게 하고, 각 세종학당의 환경을 최대한 고려해 교육 프로그램을 현지화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체계를 잘 갖추어 놓은 세종학당재단의 교육 시스템을 더욱 많은 학습자들이 누릴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이와 더불어 IT를 접목한 좋은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IT 강국으로서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한국어 학습 동기를 높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