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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향실 국제한국언어문화학회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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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2-01

조회수2244

세종학당재단 새소식
제92호 | 2021년 2월

문화 콘텐츠가 불러올 한국어·한국문화 확산

장향실 국제한국언어문화학회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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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향실 학회장 약력

상지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 국제한국언어문화학회(INK) 회장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북경외국어대학교 한국어과에서 학술진흥재단 파견교수로 근무하였고,
고려대학교 국제어학원 한국어센터 교육부장, 상지대학교 국제어학원장을 역임하였다. 2020년 세종학당재단의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온라인 한국어 학습 콘텐츠 개발” 사업의 연구 책임자로 학습 자료를 개발하였다.


1. 세종학당재단과 국제한국언어문화학회는 한국어·한국 문화의 보급과 교육 진흥을 위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작년 재단이 추진한 한국어·한국 문화 보급에 있어서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세종학당의 대폭 확대나 다양한 학습 자료 개발 등 여러 면에서 성과가 많았기에 하나만을 꼽기가 참 어렵습니다. 다만 그중에서도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온라인 한국어 학습 콘텐츠 개발’과 ‘인공지능 기반 한국어 학습 지원 서비스 구축’ 사업은 기존 사업과 차별적이면서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온라인 한국어 학습 콘텐츠’는 국제한국언어문화학회(INK)가 참여하여 개발하였다는 점에서, 저희 학회로서도 매우 뜻깊은 결과물입니다. 이 사업은 전 세계적으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한류 팬들을 한국어 학습으로 유도하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이 사업의 학습 콘텐츠는 드라마, K-POP, 예능 등의 한류 콘텐츠를 활용하여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는 것입니다. 한류 콘텐츠를 학습 자료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이를 좋아하는 학습자에게 강한 흥미와 동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콘텐츠 제작의 형태 면에서도 기존 포맷에서 과감히 탈피하였는데요, 변화하는 콘텐츠 소비문화를 반영하여 4~5분 내의 짧은 콘텐츠로 제작하였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짧은 시간에 콘텐츠 한 편을 몰입하여 소비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의도한 것입니다. 콘텐츠의 진행자도 기존의 한국어 교사나 아나운서에서 벗어나 유튜브 플랫폼에서 이미 다수의 한국어 학습자를 구독자로 확보한 인플루언서를 활용하였는데요, 이는 학습자가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교사가 교육 전문성 면에서는 인플루언서보다 더 적절하겠지만 진행 면에서는 한류 콘텐츠를 매력적으로 소화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학습 자료는 학습과 놀이의 느낌을 동시에 주어 학습자들이 한국어 학습에 대한 부담감을 낮추고 한국어를 즐겁게 배울 수 있게 할 것입니다.
한국어 입문 단계에서 머물다 학습을 포기하는 소극적 학습자들을 한국어로 유인하고, 나아가서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확산하는 계기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2. 한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 교육의 중요성도 날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이와 같은 기류를 이어나가기 위해 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학습 자료 개발을 확대함으로써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류가 끼치는 영향의 범위가 전 세계적이고 그 영향력 역시 막강하므로, 한류 콘텐츠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용 콘텐츠로서 효용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한류 팬들을 한국어 학습으로 이끌 수 있는 강력한 유인 요소가 될 것입니다.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한국어 학습자가 확대됨으로써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폭도 자연스럽게 깊어질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한류 기반 학습자들은 ‘한국 드라마나 K-POP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 한국 생활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 → 한국어에 대한 관심 고조 → 적극적인 학습’의 순서를 밟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들을 지속적인 학습으로 유도하기 위한 대중문화 기반 한국어 학습 지원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에 활용할 한류 콘텐츠의 폭을 확장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업을 진행하기에 앞서 한류 콘텐츠에 대한 국외 학습자의 요구 및 수요 분석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국외에서 인기 있는 한류 콘텐츠의 유형이 기존에 인기가 있다고 알려진 드라마나 K-POP뿐만 아니라 예능, 영화, 웹툰 등 다양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에 활용할 한류 콘텐츠의 범위도 다양한 영역의 콘텐츠로 확장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 전제되어야 할 것의 하나가 저작권 문제의 해결입니다. 이번 사업을 하면서도 가장 큰 어려움은 저작권 문제 해결이었습니다.
저작권 해결의 어려움으로 인해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고 또 어떤 콘텐츠의 경우에는 저작권이 해결되지 않아 연구 개발한 내용을 버려야 하기도 했습니다. 재단을 비롯한 관계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한류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으면 합니다. 재단은 개별적 연구자나 연구 단체가 해결할 수 없는 여러 행정적 문제를 지원함으로써 한류 확대의 기반을 확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3. 증가하는 한국어 교육 수요에 따라 한국어 교육의 질적 성장이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올해 재단은 세종학당 숙달도 평가 개발을 완성하며 한국어 교육·평가 체계의 질을 높일 계획입니다. 이와 같은 제도가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지, 한국어 교육의 질적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세종학당 숙달도 평가 개발은 응시자의 한국어 능력 인증 기회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어 능력을 측정하는 공인된 시험은 한국어능력시험(TOPIK)이 유일한데, 이 시험에 응시를 희망하는 외국인이 매우 많은 데 비해 응시 자체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어능력시험 시행 기관인 국립국제교육원에서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한국어능력시험 수요에 대한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세종학당 숙달도 평가 개발은 학습 목적이 다양한 학습자를 고려한 평가 도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세종학당을 비롯한 해외 한국어 학습자들의 경우 학습 목적이 다양하기 때문에 학습자의 다양한 목적을 고려한 평가 도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학습자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한 평가 도구가 개발된다면 한국 및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학습 동기도 고취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 시험이 빨리 시행되기를 기대하는 외국인 학습자들이 많을 것이고, 한국어 교육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저 또한 이 사업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큽니다.
다만 이 사업은 개발 초기 단계라서 문항 유형 개발, 모의시험, 채점 기준 마련 등 평가 시행을 위한 기본적인 연구 개발만 이루어진 상태입니다.
앞으로 갈 길이 멉니다. 모의시험에서 발견된 문제들을 바탕으로 문항 개발과 관련된 문제점들이 보완되어야 하고, 출제자, 채점자 등 평가 전문 인력 양성도 해야 하며, 시험 및 채점 시스템 구축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대규모 평가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평가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평가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시행에 초점을 맞춰 너무 서두르지 말고 장기적인 계획하에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재단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올해 재단의 사업 계획에 이러한 부분들을 반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연구와 데이터 관리, 환류를 통해 숙달도 평가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발 면에서 세종학당재단 측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응시자의 부담감을 낮추어 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세종학당 숙달도 평가’가 시행된다면 대부분의 한국어 학습자들은 이 시험뿐만 아니라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도 응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두 평가가 평가 목적에 따른 차별성은 있어야겠지만, 평가 체제의 이질감이나 비용 면에서의 학습자 부담감은 줄이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한국어가 대부분의 국가에서 제2외국어이거나 특수 외국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4. 앞으로 세종학당재단에 바라는 점이나 아낌없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2012년에 설립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10년이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세종학당재단이 성취한 결과들은 놀랄 만합니다. 세계 각국에 세운 세종학당이 213개에 이르고, 통일된 교육과정과 교재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성취도 평가는 물론 최근에는 숙달도 평가까지 개발하는 등 양적, 질적인 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세종학당재단은 해외의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재단의 기능이 한국어와 문화 교육이라는 교육적 면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공공외교 영역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한류의 확산은 우리 국민들에게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문화를 창조해 내고 있다는 자긍심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자칫하면 자국 문화의 우월성을 근거로 한 일방향적인 문화의 전파를 지향하는 경향을 띠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한류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각국에서는 자국 문화가 한류에 압도당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기 때문에 그로 인한 저항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저항을 최소화하고 한국 및 한국 문화에 우호적인 태도와 지지가 유지될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상호주의적 관점에 바탕을 둔 교육과 교류에 좀 더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거점 세종학당을 활용하고,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컨대 베트남과 같은 경우 15개의 세종학당을 총괄하는 거점 세종학당이 있는데, 이러한 거점 세종학당의 역할을 좀 더 능동적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베트남 내 세종학당을 총괄하고 지역 내 한국어 교육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역할에서 나아가, 한국과 베트남의 상호 문화 교류를 위한 연구 개발 기관으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지의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여 교육과 교류에 반영하는 방안은 현지의 세종학당 관계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향후 세종학당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의 보편성과 현지의 특수성을 가지고 현지에 최적화된 세종학당으로 성장하여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은 물론 우호적인 한국 인식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데에 기여할 것입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을 기반으로 공공외교를 지원하고 선도하는 세종학당재단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