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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진 한국외대 특수외국어교육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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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12-02

조회수1053

세종학당재단 새소식
제90호 | 2020년 12월

국가 경쟁력 강화의 바탕, 특수외국어 교육

고태진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수외국어교육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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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진 원장 약력

1993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어과 입학 / 2009년 델리대학교 언어학 박사(힌디어, 우르두어, 부족어 등) /
2015.3~2017.8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학부장 / 2016.3~2017.8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언어문화연구소 소장 /
2018.2~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어과 학과장 / 2020.8~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수외국어교육진흥원 원장

1. 원장님이 계시는 ‘특수외국어교육진흥원’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또한 ‘특수외국어’란 무엇인가요?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수외국어교육진흥원 원장, 고태진입니다. 반갑습니다.
특수외국어교육진흥원은 ‘특수외국어를 배우려는 국민들에게 다양하고 전문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특수외국어 구사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여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외국어교육진흥에 관한 법률』(2016년 2월 3일 제정)에 따라 한국외국어대학교가 관련 전문교육기관으로 지정되어, 특수외국어 교육의 진흥에 필요한 교육 플랫폼을 조성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입니다.
『특수외국어교육진흥에 관한 법률』 제 2조에 따르면, ‘특수외국어’는 국가 발전을 위하여 전략적으로 필요한 외국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언어를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총 53개의 언어가 지정되어 있습니다.

2. 한국외대 특수외국어교육진흥원은 최근 재단과 협업하여 특수외국어권역에 파견하는 한국어 교원을 대상으로 특수외국어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교원의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현지에 파견하는 교원들이 특수외국어를 학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는 습득이 아니라 학습의 대상일 것입니다. 학습을 하는 데 가장 큰 장애는 아무래도 모어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있어서도, 분명 언어권마다 유사하게 나타나는 발음 및 문법의 오류의 유형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 오류들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서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현지어에 대한 이해일 것입니다.
이는 비단 한국어 학습자의 언어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그 언어의 이해를 통해, 다시 말해서 문화의 일부분인 언어를 배움으로써 그들에게 살며시 다가갈 수 있는 소통의 계기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특수외국어교육진흥원은 현지어 교육 이외에 문화 교육도 함께 하고 있어, 낯선 환경에서의 적응과 문화 다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3.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는 학습자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어도 ‘특수외국어’로 볼 수 있는데요. 원장님이 생각하시기에 ‘특수외국어’를 배우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특수외국어(critical foreign language) 교육은 미국, 유럽연합,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도 국가 경쟁력 강화 및 국가 안보의 차원 등에서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통해 시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국가들은 우리나라처럼 법률에 의거하여 특수외국어의 범위를 정하지는 않아 나라마다 그 대상 언어가 불분명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어는 주요 특수외국어 중의 하나로 간주되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각국의 사정에 맞게 특수외국어의 정의 및 개념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느냐 국가적인 차원에서 다루느냐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BTS와 한국문화가 좋아 한국어를 배우는 그들에겐 한국어가 특수외국어가 아닌 특별외국어이고, 한반도의 전략적 특수성과 대한민국의 경제 등을 고려하여 배우는 누군가에겐 아마도 한국어는 특수외국어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4. 세종학당 교원들은 현지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지인의 입장에서 한국어는 ‘어려운 외국어’로 인식될 수 있는데요. 외국어를 가르치시는 언어 교육자의 입장에서, 외국어를 교육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을 조언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세상에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있어도 결국 사람(Homo Sapiens)이라는 종으로 묶을 수 있듯이, 다양한 언어가 있어도 결국은 언어입니다. 문법 체계가 다르더라도, 음운이 다르더라도, 결국 모든 언어에는 주어와 동사가 있고 모음과 자음이 있는 보편성이 있습니다.
물론 그 모습이 언어마다 다르기 때문에 유형론적으로 분류되어 구분하고 있고, 그것을 토대로 문법이 다름을 정리하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그 특수성 때문에, 모어로 인해 머릿속에 자리 잡힌 그 텃새의 영향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외국어는 배우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의 언어습득을 보십시오. 텃새도 없고 특수성도 없을뿐더러, 습득과 배움의 과정은 그저 창의적일 뿐입니다.
따라서 언어의 배움은 의사소통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틀리면 좀 어떻습니까? 다양한 언어가 있더라도 소통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앞에 그 특수성이 무너지면 좀 어떻습니까? 내가 알고 있는 언어와 비교하지 말고, 그냥 이 언어는 그런가 보다 하고 이해하고 넘어가는 과정도 때로는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수학적 잣대를 가지고 언어를 이해하기보다는, 언어는 시대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생명체와 같으니 때로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기술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언어역량평가, 즉 시험이라는 제도 앞에서 이러한 노력이 무너지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인지라, 외국어 교육 및 학습에는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5. 앞으로 세종학당에 바라는 점이나 아낌없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지구촌 구석구석마다 한국어 교육 및 확산과 한국문화 알리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세종학당은 학습자 중심의 교육, 온라인 교육, 수요자 맞춤형 콘텐츠 개발 등 전문적이고 체계적일뿐만 아니라 소통형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제가 있었던 인도에서도 세종학당의 우수성과 인기는 한국어 관련 전공이 있는 그 어떤 대학들보다 더 뜨거웠으니까요.
다만, 우리 한글의 우수성과 더불어 아름다운 한국어와 문화가 세계로 더 깊고 오래도록 전파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우리 대학은 국내 그 어떤 기관보다 해당 지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축적된 지식과 경험이 있으니, 이러한 부분에서는 저희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특수외국어교육진흥원이 세종학당과 함께 파견 교원에 대한 언어 및 문화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어의 다국어화 사업, 온라인 콘텐츠의 공동 개발, 현지 네트워크 구축 및 활용 등 다양한 분야에 많은 도움을 주고받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