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이 만난 사람들
한국어에서 직무 역량으로,
국제무대로 향하는 첫걸음
- 「국제 행사에서 활용하는 한국어」
집필자 장향실 교수님에게 듣는 교재 이야기 -
한국어교육은 단순히 일상 의사소통을 위한 학습을 넘어 학습자의 구체적인 진로와 목표 달성을 돕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세종학당재단은 국제회의기획업(MICE)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여 「국제 행사에서 활용하는 한국어」 교재를 발간했습니다. 이 교재의 집필자인 상지대학교 한국어교육학과 장향실 교수를 만나 교재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장향실 교수님. 「국제 행사에서 활용하는 한국어」를 집필하게 된 배경과 이 교재가 어떤 학습자에게 필요한 교재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들의 학습 목적이 점점 다양해지고, 일상적인 의사소통 능력뿐만 아니라 실제 직무 현장에서 필요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교육 또한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희가 주목한 분야가 국제회의기획업(MICE)입니다. MICE는 회의(Meeting), 인센티브 여행(Incentive Travel), 컨벤션(Convention), 전시·이벤트(Exhibition/Event)를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국제 행사 현장에서는 한국어를 ‘알고 있는 것’과 실제 업무 상황에서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참가자를 안내하고 등록을 돕는 일부터 참가자에게 인사하고 행사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일, 일정 변경을 안내하거나 참가자의 문의와 불편 사항에 대응하는 일까지 매우 다양한 상황에서 한국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교재는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학습한 사람이 국제 행사라는 구체적인 직무 현장에서 한국어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교재는 입문편인 「국제 행사에서 활용하는 한국어 1」과 실제편인 「국제 행사에서 활용하는 한국어 2」 두 권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1권에서는 MICE 산업 분야의 기본적인 업무 상황에서 필요한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2권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복잡한 업무 상황이나 예기치 못한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고, 다양한 업무를 한국어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보다 전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지난 9월 16일 진행된 ‘신규 교재 이야기:
저자와의 대화’에 참여 중인 장향실 교수의 모습
Q.
국제회의나 전시·컨벤션 등 국제 행사 현장에서 활용하는 한국어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한국어와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A.
가장 큰 차이는 「국제 행사에서 활용하는 한국어」가 일반적인 기업 업무가 아니라 국제행사 관련 직무에 필요한 한국어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비즈니스 한국어 교재에서는 직장 생활과 조직에 대한 이해, 방문객 응대, 이메일 작성과 전화 응대, 기획과 회의 등 기업이나 기관에서 공통적으로 이루어지는 업무 상황을 주로 다룹니다. 이에 비해 「국제 행사에서 활용하는 한국어」는 회의, 인센티브 여행, 컨벤션, 전시회와 이벤트 등 국제회의기획업(MICE) 분야의 구체적인 업무 상황에 특화돼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비즈니스 한국어 교재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국제 행사 현장의 상황을 익히고, 그에 필요한 표현을 학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의’와 관련된 내용을 보더라도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비즈니스 한국어에서는 회사 내부에서 회의를 준비하거나 진행하면서 의견을 제시하고 협의하는 등의 의사소통을 주로 다룹니다. 반면 국제회의기획업(MICE)에서는 회의 자체에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회의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현장을 준비하고 운영하는 업무가 중요합니다. 행사장과 회의실을 점검하고, 음향·영상 장비의 설치와 작동 상태를 확인하며, 필요한 경우 관계자와 문제 해결 방안을 협의해야 합니다. 또한 회의가 끝난 뒤에는 행사 결과를 정리하는 등 후속 업무도 이루어집니다.
「국제 행사에서 활용하는 한국어」 교재 표지
Q.
실제 국제 행사 현장에서는 한국어 능력뿐만 아니라 ‘상황에 맞게 말하는 능력’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기에 국제 행사에서 특히 중요한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은 무엇인가요?
A.
국제 행사 현장에서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문법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어떤 상황에서 대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표현을 선택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특히 참가자를 직접 응대하는 상황에서는 일상생활에서와는 조금 다른 표현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등록 여부를 확인할 때 일상적으로는 “등록하셨어요?”라고 물을 수 있지만, 행사 현장에서는 “등록하셨는지 확인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또 등록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등록을 안 하셨습니다.”라고 바로 말하기보다는 “죄송하지만 등록자 명단에서 성함을 찾기 어렵습니다.”라고 표현하면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현재 상황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결제나 영수증과 관련된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결제해 주세요.”라고 요구하기보다는 “결제를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거나, “영수증 드릴까요?”보다는 “혹시 영수증이 필요하신가요?”라고 묻는 식입니다.
이러한 표현은 일상적인 표현보다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표현을 길게 만드는 것 자체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상대를 배려하고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입니다. 특히 이용이 제한되거나 등록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등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사과나 양해의 표현을 적절히 사용하고, 가능한 경우에는 다음에 취할 수 있는 조치까지 안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국제 행사 현장에서 필요한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은 단순히 격식 있는 표현을 많이 알고 사용하는 능력에 그치지 않습니다. 상대방과의 관계, 자신의 역할, 행사 상황과 의사소통의 목적을 고려하여 그 상황에 가장 적절한 표현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능력, 이것이 국제 행사 현장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국제 행사에서 활용하는 한국어」에서 학습자가 실제 국제 행사 현장을 가장 생생하게 경험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학습 내용이나 활동을 하나 소개해 주신다면 무엇인가요?
A.
저는 국제회의 현장에서 참가자의 등록을 안내하는 활동을 대표적인 예로 들고 싶습니다. 등록 안내는 행사 운영자가 참가자를 처음 맞이하며 수행하는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데요. 「국제 행사에서 활용하는 한국어 1」 1단원에서도 ‘회의 등록 안내하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활동에서는 학습자가 국제회의 운영요원의 역할을 맡아 참가자를 맞이하고 등록 여부를 확인한 뒤, 등록 절차나 행사장 위치, 프로그램 등을 안내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교재에 제시된 표현을 따라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참가자의 질문이나 요청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고 적절한 표현을 선택하여 응대하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참가자의 이름이 등록자 명단에서 확인되지 않거나, 참가자가 프로그램이나 행사장 위치를 문의하는 상황을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학습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앞서 배운 표현을 활용해 문제를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를 안내하면서 실제 국제회의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교재에서는 의전과 관련된 상황을 많이 다루고 있는데요. 학습자가 의전 담당자와 귀빈의 역할을 나누어 맡고, 의전 계획에 따라 귀빈을 맞이하고 안내하는 활동도 해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학습자가 실제 업무 상황을 가정하고 국제 행사 현장의 다양한 역할을 맡아, 배운 한국어를 사용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교재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 행사에서 활용하는 한국어 1」의 "회의 등록 안내하기" 이미지

Q.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습자에게 국제회의기획업(MICE) 산업은 어떤 진로·취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A.
국제회의기획업(MICE)은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습자가 자신의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한국어 능력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진로 분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국제회의나 전시·컨벤션, 각종 국제 행사에는 여러 나라의 참가자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행사 운영 과정에서도 다양한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고려한 의사소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언어를 사용하는 참가자들이 많이 참석하는 행사라면, 해당 언어와 한국어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참가자와 행사 운영진 사이의 의사소통을 돕거나 등록과 안내, 행사 운영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국제 행사에서 해외 참가자나 주요 인사를 담당하며 의사소통을 돕고 일정과 이동 등을 지원하는 리에종(liaison) 업무도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이때 외국인 학습자의 강점은 단순히 두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언어권에서 사용하는 의사소통 방식과 그 문화적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참가자의 요구나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한국의 행사 운영진에게 적절하게 전달하는 데에도 그 역량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한국어 능력에 모국어 능력과 문화 간 의사소통 능력이 더해지면 국제 행사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직무 역량을 갖출 수 있죠.
물론 한국어를 잘한다고 해서 바로 국제회의기획업(MICE) 분야에 취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행사 운영에 대한 이해와 직무에 필요한 실무 능력도 함께 갖추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교재도 단순히 한국어 표현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국제 행사에서 어떤 업무가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어떤 한국어가 필요한지를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이 교재를 통해 세종학당 학습자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가진 언어와 문화적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진로 분야로 국제회의기획업(MICE)을 접하고 실제 진로를 설계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어를 활용해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싶은 세종학당 학습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세종학당 학습자분들께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언어 자체를 익히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한국어를 통해 관심과 경험의 폭을 넓혀 가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분야를 경험하다 보면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국제 행사에서 활용하는 한국어」도 그런 가능성을 발견하는 하나의 출발점이 됐으면 합니다. 이 교재를 통해 국제회의기획업(MICE)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경험해 보고, 여기서 배운 한국어가 교실 안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분이 각자의 나라와 한국, 그리고 서로 다른 사람과 문화를 연결하며 활동하는 데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국제 행사에서 활용하는 한국어」 보기
장향실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상지대학교 한국어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국제한국언어문화학회 회장,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심의회 위원 및 한국어교원 자격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어 발음 교육의 이론과 실제(개정판)」(한국문화사, 2026), 「국제 행사에서 활용하는 한국어 1, 2」(세종학당재단, 2025), 「한국어 교사를 위한 한국어 첫 문법」((주)공앤박, 2024), 「외국인 대학생을 위한 글쓰기의 실제」(고려대학교 출판부, 2011), 「외국인 대학생을 위한 글쓰기의 기초」(고려대학교 출판부, 201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