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업기
배움에서 일로,
한국에서 이어진 성장
- 대학원생에서 한국 기업의 직장인이 된
멜니코바 마리아 씨의 이야기 -
한국어를 배움의 언어에서 일의 언어로 넓혀 가는 멜니코바 마리아 씨. 2024년 세종학당 학습자 사례집 꿈에서 한국 유학 생활을 전했던 그가 올해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 무역회사에 취업했습니다. 낯선 업무와 직장문화를 하나씩 익히며, 계획과 다른 변화도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한국어, 러시아어, 영어로 해외 거래처와 소통하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 가는 이야기를 들어 봅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어떤 회사에서 무슨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지도 함께 소개해 주세요.
A.
안녕하세요. 저는 러시아에서 온 마리아라고 합니다. 한국에 온 지는 3년 정도 됐고, 올해
8월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뒤 현재 무역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의료기기, 금속, 석재 등 다양한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고 있는데요. 저는 그중에
서 주로 석재 관련 해외 영업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해외 거래처를 찾아 연락하고 미팅
을 진행하거나, 제품 견적과 수출입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나
라의 거래처와 직접 소통하면서 실제 무역이 이루어지는 전반적인 과정을 배우고 있습니다.
멜니코바 마리아 씨가 근무하는 무역회사 사무실의 풍경
Q.
2024년 세종학당 학습자 사례집 꿈 인터뷰 당시에는 대학원생으로 한국에서 생활하고 계셨는데요. 이후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 기업에 취업하기까지, 지난 2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
지난 2년 동안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아마 제 생각과 마음가짐인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
에서 생활하면서 생긴 변화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고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생긴 변화이기도 합니다. 대학원에 처음 들어갔을 때만 해도 공부를 잘 마치고 졸업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학교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논문을 쓰고, 취업을 준비하다 보니 앞으로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은지도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도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한국에서 3년 동안 생활하고 대학원에 다니면서 이전보다 조금 더 독립적으로 생각하게 됐고, 모든 일을 완벽하게 계획할 수는 없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계획에서 벗어나면 불안해했다면, 지금은 예상하지 못한 변화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2024년 사례집 「꿈」 제작 당시 사진 촬영을 진행하는
멜니코바 마리아 씨의 모습
Q.
올해 대학원을 졸업한 뒤 한국에서 취업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졸업 후 한국에서 취업하기로 결정한 이유와 현재 회사에 입사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들려주세요.
A.
이유는 생각보다 아주 평범합니다. 한국에서 3년 동안 지내다 보니 어느새 이곳 생활에
많이 익숙해졌고, 그동안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으며 생활 기반도 자연스럽게 마련했습니다. 러시아로 돌아간다면 다시 처음부터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지난 3년 동안 한국에서 맺어 온 관계들이 저에게는 굉장히 소중했습니다. 그래서 그 관계들을 뒤로하고 떠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외국에서 공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외국 회사에서 일하는 데까지
도전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어로 공부하는 것과 한국어를 사용하며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힘들더라도 한번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여러 회사와 직무를 알아보다가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러시아어와 영어를 활용하고 해외 거래처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현재 업무를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졸업식 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멜니코바 마리아 씨의 모습
Q.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특히 어렵거나 고민이 많았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이를 어떻게 준비하고 극복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가장 고민이 많았던 부분은 역시 한국어였습니다. 주변 친구들은 제가 한국어를 잘한다고
칭찬해 주기도 하고, 가끔은 “이제 한국인 다 됐네”라고 농담하기도 하지만, 스스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낍니다.
특히 취업한 뒤에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한국어와 회사에서 사용하는 한국어가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학교에서 존댓말을 배우기는 했지만, 실제 회사에서는 이메일을 쓰거나 전화를 받고 보고할 때처럼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표현과 말투가 달랐고, 처음 접하는 단어도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모르는 표현이 나오면 따로 메모해 두고, 회사에서 받은 이메일이나 동료들이 사용하는 표현을 살펴보며 하나씩 익혔습니다. 제가 작성한 메일이나 문장이 자연스러운지 주변 분들에게 물어보기도 했고요. 지금도 계속 배우는 중입니다. 예전에는 한국어를 ‘한국에서 생활하기 위한 언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일을 하기 위한 언어’로 다시 배우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Q.
한국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역량은 무엇인가요?
A.
제가 주로 담당하는 지역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남아시아이기 때문에 외국어 능력이 중
요합니다. 러시아어는 모국어이고, 영어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 외에도 꾸준히 독학하고 외국인 친구들과도 자주 사용해 와서 업무상 소통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는 편입니다. 한국 회사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어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요. 하지만 실제로 일해보니 언어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무역이나 영업 업무에서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제가 판매하는 제품을 잘 알아야 합니다. 왜 이 제품이 좋은지, 다른 제품과 무엇이 다른지, 고객에게 어떤 장점이 있는지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자신감 있게 이야기하는지에 따라 상대방이 느끼는 신뢰감은 크게 달라집니다. 그래서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제가 전달해야 할 내용을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근무 중인 멜니코바 마리아 씨
Q.
한국 기업에서 직접 일해 보니 학교 생활과는 또 다른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입사 후 새롭게 알게 된 한국의 직장문화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나요?
A.
저희 회사는 직원의 절반 정도가 외국인이고 나머지는 한국인이라서 일반적인 한국 회사에 비해 조직 분위기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걱정했던 것만큼 엄격한 위계질서를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학교 생활과 회사 생활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주로 제 공부나 연구에 집중하면 됐지만, 회사에서는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상황이나 분위기를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다양한 연령대와 직급의 분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한국에서는 말투나 인사, 보고 방식처럼 작은 부분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한국 회사에서는 업무 자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관계를 만들어 가는지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Q.
앞으로 현재 맡고 있는 업무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나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저는 아주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 놓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을 생각하는 편입
니다. 미래에는 상황도, 제 생각도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몇 년 뒤에 꼭 무엇을 해야겠다고 정하기보다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생각하는 것이 저에게는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지금 가장 먼저 키우고 싶은 것은 한국어 실력입니다. 특히 업무에서 사용하는 한국어를 더 자연스럽게 익혀서 해외 거래처뿐만 아니라 한국 거래처와도 자신 있게 업무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또 현재는 일을 배우는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단순히 거래처와 연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을 찾고 시장을 분석하며 계약부터 물류까지 전체 과정을 이해하고 스스로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러시아어, 영어, 한국어를 모두 활용하며 여러 나라와 사람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그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계속 성장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 유학이나 한국 취업을 꿈꾸고 있는 전 세계 세종학당 학습자들에게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하고 싶은 조언이나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너무 어렵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꿈이라도요. 세상에 정말 쉬운 일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일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지금처럼 이곳에서 이런 일을 하게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제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고 보니 오히려 저를 다른 길로 이끌어 준 경우도 많았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계획이 바뀌거나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른 길을 가게 되더라도 그것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원했던 방향과 조금 다른 곳에 도착했더라도, 나중에 보면 그곳이 오히려 자신에게 더 잘 맞는 곳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도, 생각이 바뀌는 것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시도하다 보면 결국 자신만의 길을 찾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새롭게 선보이는 ‘나의 취업기’
이번 호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나의 취업기’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학업과 취업의 길을 이어가고 있는 학습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멜니코바 마리아 씨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세종학당 학습자들의 진로와 취업 경험, 그리고 한국에서 만들어가는 새로운 일상을 전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