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K)-팝 팬덤,
한국어를 어떻게 배우고 사용하고 있을까?
> 노래 가사부터 예능·드라마까지, 케이-팝 콘텐츠가 한국어 학습의 생생한 교재가 되다
> 댄스 커버·포토카드 교환·생일 카페로 이어지는 에콰도르의 케이-팝 팬덤 문화
최근 에콰도르에서는 케이-팝의 인기가 꾸준히 높아지면서 단순히 음악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않고 노래 가사를 이해하고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한국문화를 더욱 깊이 경험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에콰도르 키토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네 명의 학습자를 만나 케이-팝이 한국어 학습과 현지 팬덤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먼저 에콰도르 키토 세종학당 세종한국어 1A 학습자인 안드레아 피넨라(Andrea Pinenla)를 만났습니다. 에콰도르 센트랄 국립대학교(Universidad Central del Ecuador)에서 무용학을 전공한 안드레아는 현재 무용가이자 케이-팝 강사, 한류 문화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드레아(오른쪽 첫 번째)와 에콰도르의 케이-팝 팬들이 공연 행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안드레아는 방탄소년단을 통해 케이-팝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초기 음악이 힙합과 랩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스트리트댄스를 전공한 자신의 경험과 연결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방탄소년단의 앨범에 담긴 사랑과 성장, 자아에 관한 메시지뿐만 아니라 심리학자 칼 융(Carl Jung)의 원형(archetype) 이론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에도 깊은 흥미를 느끼면서 한국문화와 한류를 폭넓게 탐구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케이-팝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한국어 학습으로 이어졌습니다. 안드레아는 처음에는 케이-팝 노래 가사와 케이-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어 단어와 표현을 익혔습니다. 이후 에콰도르 키토 세종학당에서 세종한국어 1A 과정을 수강하며 더욱 체계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또한 케이-팝 강사로 활동하면서 한국어 공부를 이어가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안무를 가르칠 때 노래의 의미와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가사를 해석하고, 한국어 표현과 문화적 배경을 함께 연구합니다.
안드레아가 케이-팝을 통해 가장 먼저 익힌 한국어 표현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파이팅”, “대박”, “아이고” 등 입니다. 노래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한국 콘텐츠에서 이러한 표현을 자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혔다고 합니다.
안드레아가 지도하는 어린이 케이-팝 댄스팀이 안무를 연습하고 있는 모습
케이-팝에 대한 관심은 팬 활동을 넘어 학문적 연구로도 이어졌습니다. 안드레아는 에콰도르 센트랄 국립대학교 무용학과 졸업 논문 「키토 한류 문화에 참여하는 무용수들의 체화된 경험과 움직임 특성에 미치는 케이-팝 댄스 커버의 영향(La influencia del dance cover de K-pop en la experiencia encarnada y las cualidades del movimiento en bailarines vinculados a la cultura Hallyu en Quito, 2025)」을 통해 키토 지역의 케이-팝 댄스 커버 문화가 무용수들의 신체 경험과 움직임의 특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인터뷰와 움직임 분석을 바탕으로 케이-팝 댄스 커버가 현지 무용수들의 신체 표현과 문화적 정체성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다룬 연구입니다.
안드레아는 “케이-팝을 가르치려면 안무뿐만 아니라 노래 가사의 의미와 한국어 표현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업을 준비할 때마다 가사를 분석하고 문화적 배경을 함께 연구하면서 저도 한국어를 계속 배우고 있습니다. 케이-팝은 저에게 춤과 연구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게 하는 가장 큰 동기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으로 에콰도르 키토 세종학당 세종한국어 3A 학습자이자 제1기 세종 서포터즈인 제니퍼 파차카마(Jenifer Pachacama)를 인터뷰했습니다.
제니퍼(가운데)가 에콰도르 키토 세종학당이 주최한
‘설날 문화행사 2026’에서 1기 세종 서포터즈 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제니퍼가 방탄소년단 월드 투어 라이브 뷰잉 상영회에 참석해
공연 시작 전 촬영한 영화관 스크린 모습
제니퍼는 방탄소년단의 ‘점프(Jump)’를 처음 듣고 케이-팝에 빠지게 됐습니다. 이후 방탄소년단과 세븐틴을 좋아하게 됐고, 아이돌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과 라이브 방송을 반복해서 시청하며 한국어를 익히고 있습니다. 특히 자막이 있는 영상을 먼저 본 뒤 자막 없이 다시 시청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 표현을 익힌다고 합니다. 또한 “빨리빨리”, “대박”, “진짜”, “고마워” 등은 케이-팝 팬들이 실제로 자주 사용하는 대표적인 한국어 표현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제니퍼는 “영화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콘서트 상영회에 참여해 다른 팬들과 프리비와 포토카드를 교환했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한국어 표현을 함께 사용하면서 한국문화를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세 번째로 만난 학습자는 에콰도르 키토 세종학당 세종한국어 2B 학습자이자 제1기 세종 서포터즈인 가브리엘라 부르고스(Gabriela Burgos)입니다.
가브리엘라 부르고스(가운데)가 에콰도르 키토에서 열린
아이돌 생일 카페 행사에 참가해 다른 팬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가브리엘라는 스트레이 키즈를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노래 가사를 읽고 한국어 자막으로 드라마를 시청하며 표현을 익히는 한편, 팬클럽 행사와 생일 카페, 영화관 콘서트 상영회 등 다양한 팬덤 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가브리엘라가 한국 아이돌을 주제로 직접 꾸민
에콰도르 전통 빵 ‘구아과 데 빤(Guagua de Pan)’을 포토카드와 함께 전시한 모습
특히 스트레이 키즈의 사진으로 꾸민 에콰도르 전통 빵 ‘구아과 데 판(Guagua de Pan)’을 팬들과 함께 나누고 포토카드를 교환하는 활동은 에콰도르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팬 문화라고 소개했습니다.
가브리엘라는 “케이-팝을 좋아하면서 한국어를 배우게 됐고, 팬들과 함께 다양한 문화 행사에 참여하면서 한국문화를 더욱 가까이 느끼게 됐습니다. 팬덤은 저에게 새로운 친구들과 문화를 만나는 소중한 공간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에콰도르 키토 세종학당 세종한국어 3A 학습자인 레슬리 마린(Lesly Marín)을 만났습니다.
레슬리는 유튜브에서 방탄소년단의 공연 영상을 본 뒤 멤버들의 뛰어난 퍼포먼스와 완벽한 군무에 매료돼 케이-팝 팬이 됐습니다. 이후 유튜브 콘텐츠와 한국 예능 프로그램, 케이-드라마, 노래 번역 등을 활용해 한국어를 공부해 왔으며, 현재는 세종학당에서 체계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또한 케이-페스티벌, 세종문화아카데미, 설날 문화 행사, 한국 음식 체험 행사, 케이-팝 댄스 커버 행사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레슬리(왼쪽에서 네 번째)가 ‘2026 케이-페스티벌’에서
에콰도르 키토 세종학당 부채춤 동아리
‘아라(Ara)’ 단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레슬리가 에콰도르 키토 세종학당이 개최한
케이-팝 관련 행사에서 퀴즈 대회 우승 상품으로 받은
20달러 상당의 소비 쿠폰 모습
레슬리는 “케이-팝은 저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가장 큰 동기가 됐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 행사에 참여하면서 한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하고 한국문화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네 명의 학습자는 모두 케이-팝을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한국어를 익히고 있었습니다. 노래 가사 해석과 예능 프로그램 시청, 드라마 자막 비교, 팬덤 활동, 케이-팝 댄스 수업 등 다양한 경험이 자연스럽게 한국어 학습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에콰도르의 케이-팝 팬덤은 음악을 감상하는 데 머물지 않습니다. 댄스 커버와 영화관 콘서트 상영회, 포토카드와 프리비 교환, 생일 카페, 문화 행사 참여 등을 통해 관심사를 나누고 교류하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케이-팝은 에콰도르 젊은 세대에게 한국어 학습의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한국과 에콰도르를 잇는 중요한 문화 교류의 연결고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글. 에콰도르 키토 세종학당 통신원 이달고 레아 알리손 마이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