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으로서도 크게 성장한 시간이었습니다.” 주브라질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2025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으로 활동한
길아정 님과의 만남
세종학당재단은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 국외 실습’ 사업을 운영하며 국내 대학(원)에서 한국어 교육을 전공하는 재학생들이 정식 한국어 교원으로 활동하기 전, 각국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교육 실습을 통해 관련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주브라질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예비교원으로 활동한 길아정 님을 만나 4주간의 배움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길아정 님! 반갑습니다. 먼저 ‘월간 똑똑’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상지대학교 한국어문화학과에 재학 중인 길아정입니다. ‘2025 세종학당 예비교원 국외 실습 사업’에 참여해 지난 8월부터 주브라질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4주간 실습을 진행했는데요. 어릴 때부터 국어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서 한국어문화학을 공부하면서 한국어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교수님들의 수업을 통해 외국인 학습자들이 한국어 발음이나 문법을 왜 어려워하는지 이해하게 되는 등 평소 자연스럽게 사용하던 한국어를 낯설게 바라보는 기회가 됐죠. 그 과정에서 한국어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한국어 교육’의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특히 상지대학교 비교과 프로그램인 ‘글로벌 클래스’에서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7주간 3시간씩 한국어 수업을 진행한 경험은 저에게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학습자들이 보여준 신뢰 덕분에 한국어를 가르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고, 현재는 더 전문적인 한국어 교원이 되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노력 중입니다.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 실습 기간 중 주브라질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수업 모의 실습을 진행 중인 길아정 님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 국외 실습 지원 사업’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특히 13개국 가운데 브라질을 선택한 이유와 파견 전에 어떤 준비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 국외 실습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체계적으로 한국어 수업을 구성하는 역량을 기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2년 전에 프랑스 EMBA 대학교로 교환학생을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 세종학당이 있었습니다. 당시 프랑스 친구들이 제게 한국어에 대해 질문했을 때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웠고, 외국인 학습자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습니다. 또한 교내 글로벌 클래스를 통해 중국인 유학생에게 한국어를 알려주게 되면서 외국인 학습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됐어요. 이런 과정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단순히 언어 지식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수업 구성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필요한 역량을 현장에서 쌓고자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 국외 실습에 지원했습니다.
제가 파견 국가로 브라질을 선택한 이유는 파견을 갈 수 있는 13개국 중 브라질이 가장 먼 나라였기 때문인데요. 프랑스 교환학생 시절 언어와 문화가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인지를 깨달았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전혀 몰랐던 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죠. 지구 반대편인 브라질에서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또 그 만남을 통해 어떤 새로운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 컸습니다. 그렇게 1지망으로 지원한 브라질에 파견돼 정말 기뻤어요.
파견지가 정해지고 나서는 먼저 브라질에서 사용하는 포르투갈어를 공부했습니다. 완전한 의사소통은 어렵더라도 최소한 인사말이나 간단한 표현 정도는 현지어로 소통하고 싶었거든요. 또한 주브라질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사용하는 「세종한국어」의 교수요목을 미리 살펴봤습니다. 중급 학습자를 대상으로 수업해 본 경험이 없었기에 교수요목을 교안과 모의 수업에 반영해 효과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중급 3B반 한국어 수업을 진행 중인 길아정 님
주브라질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한 달간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주브라질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진행한 4주간의 활동은 한국어 수업 참관, 한국어 수업 모의 실습, 문화 수업 등으로 구성돼 한국어 교원으로서의 역량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먼저 저를 지도해 주신 정연우 선생님의 수업을 참관하면서 수업 구성 방식과 흐름을 배웠습니다. 특히 선생님께서 학습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활동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재밌는 사진을 활용해 문법의 화용적 정보를 제시하는 등 학습 목표와 흥미를 연결하는 수업 설계 방식을 배울 수 있었는데요. 이런 모습을 보며 저도 학습자들이 문법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어 수업 모의 실습은 초급 2A반과 중급 3B반에서 총 6시간 진행하며 교안 작성과 피드백 과정을 통해 수업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어휘와 표현을 제시할 때 명시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어휘와 별도 설명이 필요한 어휘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 등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지도 선생님이 세심하게 짚어주셔서 한국어 교육 시 고려해야 할 부분들을 넓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또한 초급과 중급반의 수업 진행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점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초급반 수업에서는 ‘단계별 수업’이 효과적이지만, 중급반 수업에서는 ‘-아/어요’로 쉽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배운 문법을 적절히 활용해 설명해야 한다는 피드백을 받았는데요. 이를 통해 교재 한 과의 내용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의 수준에 맞춰 설명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후 「세종한국어」 교재의 교수요목을 다시 공부하면서 수업 구성을 더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교수 역량을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문화 수업에서는 ‘노리개 만들기’를 진행했는데요. 마침 최근 유행한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주인공들이 노리개를 하고 등장한 모습을 보여주니 학습자들이 좋아해서 저도 즐겁게 수업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노리개를 같이 만들어보면서 나비나 수자문 같은 전통 문양의 의미를 설명했을 때 학습자들이 훨씬 더 흥미롭게 반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단순한 만들기 활동을 넘어 문화적 의미까지 함께 전달할 수 있어서 보람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수업 자료로 ‘한복 입히기 활동지’를 제작해 옷차림을 주제로 한 수업에 활용했고, 학습자들의 숙제를 점검하며 한국어 쓰기 피드백을 제공하는 과정도 경험했습니다. 단순히 정답만 채점하는 것을 넘어 학습자를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를 고민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제 문법 지식도 다시 점검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길아정 님이 진행한
초급 2A반과 중급 3B반 수업 모습
노리개 만들기 활동 후
세종학당 학습자들과 촬영한 기념사진
실습 중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이나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또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점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모든 순간이 보람 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멘토링을 통해 학습자들과 소통했던 시간입니다. 멘토링에서는 학습자들의 말하기 실력 향상을 위해 이전에 배운 내용을 점검하고 학습자들과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는데요. 이 과정에서 학습자들의 개인적인 관심사는 물론 브라질 문화 전반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멘토링을 마친 후, 학습자들과 식사를 하며 교실 밖에서도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었던 시간이 기억에 남는데요. 교사와 학습자의 관계를 넘어서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멘토링 활동을 통해 학습자 중심의 수업 태도를 기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언어 교육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문화적 이해와 인간적인 관계 형성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느꼈어요.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 제가 한국어 교원으로 성장하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 같습니다.
멘토링을 진행한 길아정 님과 주브라질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학습자들
이번 경험이 앞으로의 진로나 계획에 어떤 영향을 줄 것 같나요? 또 앞으로 세종학당 예비교원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나 응원의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브라질에서 학습자들, 선생님들과 실제로 소통해보니 잘 적응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제는 해외에서 한국어 교원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이 더 큽니다. 또한 이번 국외 실습 경험을 통해 한국어 교원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 역량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앞으로 이 역량들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겠다는 목표도 새로 세우게 됐는데요.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면 어느 국가든 상관없이 세종학당 한국어 교원 파견에 다시 도전하고 싶습니다.
저처럼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을 꿈꾸는 분들이 계신다면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것이 주는 것보다 훨씬 더 많다는 걸 꼭 알려드리고 싶어요. 낯선 환경이 두려울 수도 있지만 외국인 학습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저 역시 짧은 시간이었지만 브라질 학습자들과 소통하며 한국어 예비교원으로서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크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시고 소중한 기회에 꼭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