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에 대한 확신을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베트남 거점 세종학당에서
2025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으로 활동한
조예원 님과의 만남
세종학당재단은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 국외 실습’ 사업을 운영하며 국내 대학(원)에서 한국어 교육을 전공하는 재학생들이 정식 한국어 교원으로 활동하기 전, 각국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교육 실습을 통해 관련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베트남 거점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예비교원으로 활동한 조예원 님을 만나 4주간의 배움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예원 님! 반갑습니다. 먼저 ‘월간 똑똑’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안양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조예원입니다. ‘2025 세종학당 예비교원 국외 실습 사업’에 참여해 베트남 거점 세종학당에서 지난 8월, 4주간 실습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학부에서는 중어중문학을 전공했지만 사실 한국어 교육에 대한 관심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홍콩 한국국제학교에 다니며 홍콩 중문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과 교류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했는데요. 그때 처음으로 한국어로 소통하고 가르치는 일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전공 공부와 함께 직접 커리큘럼을 만들어 학생들을 지도하는 봉사활동을 했는데 이때의 경험은 지금 교안을 작성하고 수업을 준비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해외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자모 수업, 대학원 연계 프로그램을 통한 파라과이 학생 대상 온라인 한국어 수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한국어 교육이 단순한 학문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닫고 더 깊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 실습 기간 중 베트남 거점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수업을 진행한 조예원 님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 국외 실습 지원 사업’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선발된 후 파견 전 어떤 것들을 준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사업에 지원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졸업 전에 실제 현장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전공 공부를 하면서도 ‘정말 이 길이 내 길일까?’라는 고민이 있었고, 졸업 후 해외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해외 현장에서 한국어 교육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베트남은 학위가 있어도 쉽게 교수 경험을 하기 어려운 지역이라고 들어서 이번 기회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파견 전에는 실습 경험이 전혀 없어 많이 불안했지만 사전 연수를 통해 참관일지 작성, 교안 준비, 수업 운영 등 실무적인 부분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었고, 교수님들의 밀도있는 지도로 큰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문법서를 찾아 읽고, 교안 견본을 참고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미리 보완했고, 현지 지도 선생님과의 사전 미팅을 통해 학당 운영 방식, 학습자 특성, 생활 환경 등을 질문하며 꼼꼼히 준비했습니다.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 실습 기간 중
베트남 호찌민 통일궁에 방문한 조예원 님
조예원 님이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
실습 수업을 위해 준비한 자료
베트남 거점 세종학당에서 한 달간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특히 베트남 학습자들의 한국어 학습 열기나 특징이 다른 지역과 다르다고 하는데 직접 경험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인상 깊었는지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저는 한 달 동안 베트남 거점 세종학당에서 정규 수업을 총 16시간 참관하며 일지를 작성했고, 다양한 반을 직접 경험하면서 수업 운영 방식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모의 수업을 세 차례 진행했는데요. 3A 수업을 두 번, 1A 수업을 한 번 맡아 교안을 작성하고 리허설과 피드백을 거쳐 실제 수업을 운영했습니다. 단순히 한 차시 수업을 맡는 것이 아니라 ‘교안 준비 → 실행 → 피드백 → 수정’으로 이어지는 수업의 전체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던 점이 큰 배움이었습니다.
한국어 수업 외에도 문화 특강 ‘단청 노리개 만들기’에서 메인 교사와 보조 교사 역할을 교대로 맡으며 한국문화를 현지 학습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또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한 한국 요리 수업을 참관했고, 토요한글학교 수업과 학교장 면담에도 참여하며 다양한 교육 현장을 접했습니다.
베트남 학습자들은 한국어 학습에 대한 열의가 매우 높았습니다. 오전반 학습자들은 학업적·직업적 목적이 뚜렷해 모든 학습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오후반 학습자들은 직장인들이 많아 과제보다는 수업 내 학습에 집중하는 걸 더 선호했습니다. 그래서 수업을 운영할 때는 과제 부담을 줄이고, 수업 중에 최대한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도록 활동을 구성했어요. 발음 교정의 경우에도 복잡한 설명보다는 초급 학습자가 헷갈리기 쉬운 부분(예: ‘시월’ 발음)을 중심으로 간단히 제시하며 학습자의 부담을 줄이려고 했습니다.
문화 수업에서 만든
학습자들의 단청 노리개
노리개 만들기 활동을 마친 후
촬영한 기념사진
실습 중에서 특별히 보람 있거나 뜻깊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또 베트남 학습자들과 수업·문화 교류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은 없었는지도 궁금합니다.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학습자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줬을 때였습니다. 제가 준비한 활동이나 작은 농담에도 즐겁게 반응해 줄 때 준비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죠. 반대로 어려움도 있었어요. 긴 휴일 직후 제가 담당한 수업에서 듣기 활동에 들어가기 전, 전 차시 어휘와 문법을 복습했는데 학습자들이 거의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당황한 저는 그날 수업하려던 듣기 활동 대신 복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복습 시간은 가볍게 준비했던 부분이라 불안한 마음으로 수업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다행히 수업은 무사히 마쳤지만 이 경험을 통해 ‘가벼운 복습은 없다. 모든 상황에 대비해 철저히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래도 오히려 ‘실습’이라는 안전한 환경에서 이런 경험을 먼저 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 감사했습니다. 어려웠던 경험이 저를 더 단단하게 성장하게 해준 소중한 계기가 됐어요.
4주간의 실습을 마친 후 진행된
2025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 국외 실습 수료식
수료식에서 베트남 거점 세종학당 박성민 소장님과
함께 촬영한 기념사진
이번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앞으로의 진로나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요?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 세종학당 실습을 통해 한국어 교원은 단순히 한국어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습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고민하고 그 필요를 채워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예전에는 막연히 교원이 되는 것까지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학습자의 성장과 배움을 중심에 두고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 교원의 본질이라는 확신을 갖고 임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학습자 중심의 수업을 만들어 가는 한국어 교원이 되고 싶습니다. 이번 경험은 제 진로에 대한 확신을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됐고, 앞으로 대학원에서 더 깊이 연구하며 현장 경험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온실 속에서는 무사히 자랄 수 있어도 그 상태로는 자연을 버티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현지 세종학당에서의 실습은 일종의 ‘예열 과정’이자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자연을 미리 경험해 보는 ‘사파리 체험’과도 같았는데요. 한국어 교원의 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런 기회를 통해 미리 부딪히고, 때로는 당황도 하면서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함은 현장에서 배우며 채워갈 수 있고, 그 과정 자체가 정말 값진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으니 꼭 도전해 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