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학당은 제 꿈이 실현된 곳이자
누군가의 꿈이 자라는 곳입니다.” ‘2025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우수 교원 공모전에서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한 박인선 교원과의 만남
지난 2023년 하반기부터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에서 파견 교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인선 교원은 SNS 기반의 실생활 한국어 수업과 언어·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며 학습자와 지역사회를 연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우수 교원 공모전에서 문체부 장관상(최우수상)을 받은 ‘미디어 글쓰기’, ‘파이팅! 퍼이팅!’ 프로그램의 성과, 그리고 파견 교원으로서의 보람과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인선 교원님! 먼저 ‘월간 똑똑’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월간 똑똑’에 인터뷰를 하게 되어 꿈만 같은 한국어 교원 박인선입니다. 저는 2023년 하반기,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에 파견돼 지난 6월까지 근무했고, 현재는 2025년 하반기 파견을 앞두고 사전 교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교에서 헝가리어를 전공하고 스페인어를 부전공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살아볼 수 있는 환경에 있었습니다. 그 시절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문화를 소개할 때 느꼈던 설렘은 아직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을 알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으로 선발돼 스리랑카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그 꿈을 더 키우게 됐습니다.
그렇게 대학원에서 한국어 교육을 추가로 전공한 후 마침내 저의 공식적인 첫 한국어 교육 경력을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에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은 제게 큰 의미가 있는 곳인데요. 대학 시절 교환학생으로 공부했던 외트뵈시로란드대학교(ELTE)에 소속된 학당이기도 하고, 그 시절 함께 공부했던 헝가리 친구에게 ‘언젠가 한국어 선생님으로 헝가리에 돌아오겠다’고 했던 약속을 10년 만에 지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파견됐을 당시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은 설립 초기라 기틀 마련이 필요한 단계였고, 이에 따라 저는 국내 대학교에서 행정직원으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학사 운영과 내부 체계를 정비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한 SNS 글쓰기 수업을 개설하거나 세종 골든벨, 음식문화 수업, 케이팝 밤, 학당 소풍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학습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도록 했습니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꿈이 현실이 된 시간이었기에 하루하루가 소중했고, 더욱 책임감 있게 임할 수 있었습니다.
‘2025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개회식에서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한 박인선 교원
‘2025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우수 교원 공모전에서의 문체부 장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대회 첫째 날 우수사례 발표를 통해서도 공유해 주신 ‘한국어, 교실을 나가 세상과 연결되다’ 의 수상 내용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저는 평소 블로그, 인스타그램, 스레드 등의 SNS를 즐겨 운영하며 유명 케이팝 아이돌인 BTS의 SNS 글을 활용한 한국어 교재 집필에도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세종 한국어 교재에 나오는 메신저 및 블로그 쓰기 수업에 적용했고, 인스타그램 스토리 쓰기 과제를 내주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이 SNS에서 한국어를 사용하고 싶어 하는 사실을 알게됐고, 이를 계기로 ‘미디어 글쓰기’ 수업을 기획했는데요.
‘미디어 글쓰기’ 수업에서는 신조어와 유행어 등 SNS에서 실제로 쓰이는 한국어 표현과 문체를 배우고 학습자들이 직접 헝가리를 소개하는 SNS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이 콘텐츠들은 ‘부알단(부다페스트를 알려주는 세종학당 학습자들)’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brd_sejong)을 통해 공유했는데, 헝가리에 살고 있거나 여행을 계획하는 한국인에게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제공하고 학습자가 한국어로 세상과 연결되는 경험을 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또한 부다페스트 현지의 한국인 유학생들과 세종학당 학습자들을 매칭해 언어교환 미션과 한국문화 기획 활동을 하는 ‘파이팅! 퍼이팅!’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퍼이팅’이라는 말은 헝가리어 ‘pajti(가볍게 만나는 친구)’에 영어 ‘-ing’를 붙인 것으로, ‘친구가 되는 것을 응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그 결과 학습자들은 단순 언어 수용자가 아니라 한국어로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문화의 다리’ 역할로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어 교육은 이제 단순히 지식이나 기능을 가르치는 것에서 벗어나 언어가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 됐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어 교육자는 연결자이자 기획자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제언으로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부알단(부다페스트를 알려주는 세종학당 학습자들) 인스타그램(@brd_sejong)
수상 소식을 듣고 어떤 기분이었나요?
저는 파견 종료를 앞두고 있었고, 앞서 우리 학당의 파견 교원 선생님들이 2년 연속으로 수상하신 전례가 있어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정말 큰 영광이었어요. 뿐만 아니라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에 초청돼 여러 나라에서 활동 중인 교원분들에게 다양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무척 설레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세종학당 파견 교원은 저의 오랜 꿈이었기에 지난 2년간의 파견 근무 기간은 정말 꿈같은 시간이었기에 이번 수상은 더더욱 믿기지 않았고, 첫 한국어 교육 경력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된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부담은 앞으로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성장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무엇보다 파견 기간 늘 함께해 준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교원으로 함께 일하고 있는 남편, 늘 힘이 되어준 동료 교원 선생님들, 그리고 제가 원하는 수업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 준 부다페스트 세종학당 운영요원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파이팅! 퍼이팅!’ 프로그램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는 박인선 교원
SNS 한국어 글쓰기 수업과 언어·문화 교류 프로그램 ‘파이팅! 퍼이팅!’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을 것 같은데요. 부다페스트 세종학당 학습자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미디어 글쓰기’ 수업과 ‘파이팅! 퍼이팅!’ 프로그램은 모두 학습자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미디어 글쓰기’ 수업에서는 신조어, 유행어, 일상 표현 등 실제 SNS에서 자주 쓰이는 언어를 중심으로 학습하면서 한국어가 훨씬 친숙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특히 MZ세대의 언어를 인스타그램 스토리나 게시물로 직접 활용해 볼 수 있었던 점이 인상 깊었고, 한국어를 실생활에 자연스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는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파이팅! 퍼이팅!’ 프로그램은 ‘미디어 글쓰기’ 수업을 듣는 학습자들에게 필수 활동으로 운영됐고, 그 외 세종학당 학습자들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언어·문화 교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외국인 학습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단순한 교재 학습을 넘어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고 한국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습니다. 한국인 참가자들 역시 직접 행사를 기획하고 언어와 문화를 주도적으로 나누면서 헝가리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다음 파견 활동에서도 ‘파이팅! 퍼이팅!’ 프로그램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의 고유한 프로그램으로 내재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학습자들이 지속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형태로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파이팅! 퍼이팅!’ 소풍과 수료식에 참여한 부다페스트 세종학당 학습자들의 모습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교원으로 일하면서 얻는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인가요?
세종학당 한국어 교원이 되는 것은 제 오랜 꿈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꿈을 이뤄 세종학당에서 학생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 저는 매 순간이 감사했고, 그 감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큰 보람으로 자라났습니다. 이제는 제가 품었던 그 꿈처럼 학습자들이 한국어를 배우며 새로운 꿈을 꾸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 됐습니다.
‘미디어 글쓰기’ 수업에서 학습자들이 또래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진짜 한국어’를 배워 자신의 경험, 생각, 감정을 한국어로 구성하고 글로 표현하고 콘텐츠로 완성해 한국인들과 공유하며 점점 더 자신감을 얻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교육자로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또 ‘파이팅! 퍼이팅!’ 언어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학습자들이 한국어를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한국인과의 소통을 통해 언어 너머의 문화까지 체화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배우는 언어’의 본질을 깨닫게 됐어요.
저에게 세종학당은 ‘꿈을 실현한 곳’이며 동시에 ‘누군가의 꿈이 자라는 곳’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이 공간에서 더 많은 학습자의 가능성과 희망을 응원하며 그 여정을 함께 걷는 교육자이고 싶습니다.
‘2025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개회식에서 수상한 우수사례를 발표 중인 박인선 교원
마지막으로 한국어 교육과 관련해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현재 남편은 헝가리 외트뵈시로란드대학교(ELTE) 한국학과와 주헝가리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현지 교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다음 파견 활동 때는 남편과 협력해 헝가리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과의 교류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교원 간 네트워킹을 활성화할 수 있는 워크숍이나 간담회 같은 자리를 마련해 현지 한국어 교육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좀 더 큰 그림으로 말씀드리면 ‘미디어 글쓰기’나 ‘파이팅! 퍼이팅!’처럼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는 교수법을 꾸준히 개발하고 싶습니다. 한국어가 한류로 인해 잠깐 유행하는 언어가 아닌, 세계를 잇는 역할을 하도록 돕는 것이 저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의 교육과 교육법 연구 두 가지 축에서 노력하며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널리 알리고 그 가치가 오래도록 이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