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전달을 넘어
문화적 맥락을 전하는 실전 통번역 교수법
가천대학교 국제대학 한국학전공 신윤경 교수와의 만남
지난 30여 년간 외국인을 위한 한국언어문화교육에 힘써온 신윤경 교수는 최근 한국어 교육과 통번역 교육을 융합하는 새로운 흐름에 주목하며 한국어 교육 현장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4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세종학당 통번역과정 교원 연수 워크숍’에서 ‘통번역 이론과 교수법’ 강의를 진행한 신윤경 교수를 만나 워크숍에서 진행한 강의 내용과 통번역 교육의 의미와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신윤경 교수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월간 똑똑’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함께 교수님의 연구 및 강의 분야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가천대학교 국제학부에서 한국학전공 교수로 재직 중인 신윤경입니다. 외국인 학습자를 위한 한국언어문화교육에 30여 년간 몸담아 왔으며, 최근에는 한국어 교육과 통번역 교육의 접점을 찾는
융합적 접근에 관심이 있습니다.
현재는 국제한국어통번역학회(KIT)의 초대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데요. 국제한국어통번역학회(KIT)는 한국어 교육의 영역과 경계를 넓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통번역 교육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선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연구자 및 실무자들과 정기 세미나와 온라인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으며, 외국인 학습자의 통번역 역량을 진단하고 성장 경로를 제시하는 ‘한국어 통번역 능력 검정시험’도
자체 개발해 시행 중입니다.
학문적 이론과 실제 교육 현장을 긴밀히 연결하고, 다양한 문화권 학습자들이 언어능력을 사회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학회의 핵심 목표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국제적 협력과 연구 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국제한국어통번역학회(KIT) 학술발표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신윤경 교수
지난 6월 24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진행된 ‘세종학당 통번역과정 교원 연수 워크숍’에서 ‘통번역 이론과 교수법’ 강의를 진행해 주셨는데요. 이번 강의에서 어떤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셨나요?
이번 강의는 세종학당에서 통번역 교육을 담당하거나 준비 중인 한국어 교원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저는 ‘통번역 이론과 교수법’을 주제로 2시간 분과 수업을 맡아 통번역 교육의 이론적 기반과 실제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교수 전략을 중심으로 강의했습니다.
1부에서는 유럽 번역 석사 공통 교육 기준(European Master’s in Translation Competence Framework, EMT)과 번역 수행 능력 습득 연구 모델(Process
of Acquisition of Translation Competence and Evaluation, PACTE) 같은 국제적인 역량 기반 모델을 소개하며 통번역 교육의 필요성과 이론적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교원들이 단순한 언어 전달이 아닌 언어 간 의미 전이와 문화적 중재를 수행하는 교육자로서의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2부에서는 실습 중심으로 훈련 모형 기반 수업 설계를 진행했습니다. 번역 목적 설정, 직역과 의역 전략 토의, 간단한 순차 통역 실습을 통해 학습자의 언어 수준과 문화적 배경을 고려한 교수법을
소개했으며, AI(인공지능) 번역기 시대의 후편집 교육 전략 등을 함께 다뤄 실제 교육 현장에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번 연수는 세종학당이 외국인을 위한 통번역 교육을 체계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교사들이 통번역 수업을 효과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국제한국어통번역학회(KIT) 회장으로서도 실천적 통번역 교육의 중요성과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한국어 통번역 교육의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종학당 통번역과정 교원 연수 워크숍’에서 ‘통번역 이론과 교수법’을 주제로 강의하는 신윤경 교수
베트남 현지 통번역 과정 교원들을 위한 이번 워크숍의 연수 프로그램을 교수님께서 설계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설계를 진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워크숍의 핵심은 단순한 일방향 강의가 아닌, 교수자 유형에 따른 맞춤형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실질적인 연수였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인 교원’과 ‘현지인 교원’을 분반해 교육 내용을 차별화한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교원들의 언어 배경과 수업 환경에 따라 교수 전략과 실습 방향을 다르게 설계해 실제 수업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실용성과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한국인 교원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며, 통번역 교육의 이론적 기반과 수업 설계 능력을 갖추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유럽 번역 석사 공통 교육기준(EMT), 번역 수행 능력 습득 연구
모델(PACTE) 같은 다중역량 기반 통번역 이론과 훈련 모형을 실제 수업에 적용하는 전략 중심의 교육을 구성했습니다. 반면 베트남 현지인 교원은 학습자의 모국어와 문화적 맥락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강점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모국어 기반 피드백 전략, 문화 간 의미 조정, 학습자 중심 상호작용 방식에 중점을 두고 연수를 설계했습니다.
또한 쉐도잉, 역순 전달, 후편집 등 실습 중심 활동에 루브릭 기반의 평가 체계를 연동해 교원들이 스스로 수업을 설계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연수는 세종학당의 통번역 과정이
단순히 교재 중심의 수업이 아니라, 교원 각자의 강점을 살려 교육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리는 자리였습니다.
국제한국언어문화학회(INK)와 국제한국어통번역학회(KIT)가 공동 개최한
제39차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신윤경 교수
교수님께서 강의하신 통번역 이론과 교수법 내용은 베트남뿐 아니라 전 세계 한국어 교육 현장의 한국어 교원들이 한국어 통번역 교육을 해 나가는 데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와 함께 어떤 점을 유의해서 진행하는 것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제가 강의한 통번역 이론과 교수법은 특정 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다언어·다문화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보편성과 융통성을 갖춘 교육 모델입니다. 특히 중·고급 학습자 대상의 실용적 언어 수행 교육이나
목적 지향적 언어 훈련이 필요한 수업에서 충분히 적용할 수 있습니다.
우선 교실 현장에 적용할 때는 ‘번역’과 ‘통역’을 별개의 기술로 보기보다 언어 간 의미 전환 훈련이라는 연속적인 과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번역 수업에서는 단순히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의 목적, 독자, 장르에 따라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를 중심에 둬야 합니다. 기계 번역(AI)을 활용한 후편집 활동, 간단한 순차 통역 실습 등은 교실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학습자의 언어 수행 능력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학습자의 언어 배경과 문화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해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통번역
교육은 단순히 언어 기능을 넘어서 문화 간 이해와 맥락 해석을 포함하기 때문에 항상 ‘누구를 위한 수업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약하자면 통번역 교육은 더 이상 전문가 양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언어교육의 고급화 전략이자 상호문화적 소통 역량을 기르는 교육 방법입니다. 각국의 한국어 교원이 자신이 가르치는 학습자의 특성과 교육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응용한다면 통번역 수업은 학습자에게도 교원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어 통번역 교육의 수요와 전망에 대해 어떻게 예측하시는지요. 또 이와 관련해 세종학당재단은 앞으로 어떤 것들을 준비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류 확산,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다문화 교류 확대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 통번역 교육의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디어 콘텐츠 번역과 기업·의료·관광 분야의 실무 통역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어 통번역 수준의 전문 인력에 대한 요구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또한 AI(인공지능) 기반 자동 번역 도구 등장으로 인해 번역·통역 시장은 후편집과 고급 통역 능력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입니다. 이는 단순한 언어 전달을 넘어 정확성과 문화적 뉘앙스를 살려낼 수 있는
전문적 중재 능력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종학당재단은 세종학당을 통해 이미 통번역 과정을 세 차례 시범운영 후 정규과정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16개 언어의 통번역 교재를 출간했습니다. 앞으로 이 과정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번에 진행된
‘세종학당 통번역과정 교원 연수 워크숍’을 정례화하고 한국어 교원을 대상으로 한 통번역 이론 및 교수법 재교육을 통해 교원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세종학당재단이 구축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온라인 워크숍, AI(인공지능) 기반 교육, 공동연구, 통번역 사례 데이터베이스 등의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재단 네트워크의 각국
학당들이 지식과 자원을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어 통번역 능력 검정시험’과 같은 인증 시스템을 구축·운영한다면, 학습자와 교원의 동기 부여는 물론 세종학당의 전문성도 제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
국제한국어통번역학회(KIT)와의 협력도 가능합니다. 통번역 교육은 더 이상 보조적인 과정이 아니라 국제 통·번역 서비스 시장의 필수 역량이며 특히 한류 콘텐츠, 비즈니스, 의료, 관광 분야에서 핵심
자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