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학의 꿈을 현실로 만들다
쿠바 아바나 세종학당 정호현 학당장 및
전라남도교육청 외국 인재 프로그램에 선발된
학습자 4인과의 만남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쿠바 청소년들이 한국 유학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쿠바 아바나 세종학당은 전라남도교육청 외국 인재 프로그램에 선발된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한 달간 집중
교육을 실시하며 이들의 첫걸음을 든든히 뒷받침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아바나 세종학당 정호현 학당장을 만나 학습자들의 유학 준비 과정과 그 속에 담긴 성장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정호현 학당장님! 쿠바 아바나 세종학당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학당장님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쿠바 아바나 세종학당 학당장 정호현입니다. 아바나 세종학당은 지난 2024년 6월에 설립된 신규 세종학당으로 현재 운영 첫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쿠바에서는 한류 열풍으로 인해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으며, 아바나 세종학당은 ‘한국문화와 한국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며 점점 더 많은 학습자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지리학을 전공하고 캐나다 토론토에서 다큐멘터리를 공부했습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전문 교육은 받은 적이 없지만 우연한 계기로 쿠바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활동에 참여하게 됐고, 현재는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활용한 온라인 홍보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아바나 세종학당 정호현 학당장
정호현 학당장과 아바나 세종학당 관계자들의 모습
최근 한국-쿠바 수교 1주년을 맞아, 전라남도교육청 외국 인재 프로그램에 쿠바 청소년 4명이 선발돼 한국 유학의 기회를 얻게 되었지요. 이 학생들은 출국 전 아바나 세종학당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들었는데요. 해당 프로그램의 취지와 선발 과정, 학생들의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전라남도에서는 인구 감소와 청년 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고자 해외의 우수 인재를 유치해 교육하고 정착을 지원하는 ‘외국 인재 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선발된 쿠바 청소년 4명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유학의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선발은 세종학당의 출석률과 학습 태도 중심으로 이뤄졌어요. 그중 한 명은 아바나에서 8시간 이상 떨어진 까마구웨이에 거주하는 한인 5세 후손으로 선발
이후부터 집중적으로 한국어 교육을 받으며 빠르게 한국어 실력을 향상시켰습니다. 나머지 세 명은 모두 아바나 세종학당에서 꾸준히 학습해 온 학습자들로 각자의 학교에서도 뛰어난 학업 성과를 보인
인재들입니다. 특히 장동욱 선생님이 세종학당 교재를 활용해 직접 한국어 집중 훈련을 지도해 주셨고, 학습자들이 한국에서 위축되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아바나 세종학당은 한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적 지원을 제공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해 주세요.
아바나 세종학당은 유학을 준비하는 학습자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우선 학습자들이 한국에서 다니게 될 전라남도 목포여자상업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를 활용해 한국의 수업 분위기를 간접
체험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세종학당 한국어 교재를 활용해 말하기, 쓰기, 듣기, 읽기 네 영역 중심의 한국어 집중 교육을 한 달간 진행했습니다. 또한 엄마는 한국인, 아빠는 쿠바인인 한인 2세
고등학생이 주도한 “한국에 가면…”이라는 문화 수업을 통해 교통, 음식, 유행어 등 실생활에 밀접한 내용을 알려줬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 음식 만들기 체험 수업, 명절 행사, 전통 놀이 체험 등을 통해
학습자들이 한국문화에 대한 친근감을 느끼고 전통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아바나 세종학당에서 한국 유학을 준비하며 직접 한복을 입어보는 체험을 한 학습자들
이번에 유학하게 된 학생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학생들의 이야기도 함께 들려주세요.
이번에 선발된 네 명의 학습자들 야스민, 캐틀린, 라셀, 비아트리체는 모두 순수한 관심과 열정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학습자 자신들도 예상하지 못한 기회였기에 학습자들은 “갑자기 특급열차에
올라탄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다 보면 인생이 바뀌는 기회도 찾아온다는 것을 학습자들이 이번 경험을 통해 배웠을 것 같아요.
학습자들은 유학을 앞둔 지난 1월 한 달 동안 아바나 세종학당에서 합숙 훈련을 하며 하루 8시간 이상 집중적인 학습에 임했습니다. 까마구웨이 과학고등학교 출신인 야스민은 홀로 아바나로 올라와
세종학당에서 제공한 숙소에 머물며 수업에 참여했고, 음악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캐틀린은 예술적 감각과 뛰어난 적응력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학습 환경에 적응했습니다. 라셀은 평균 성적 99.9를
자랑하는 모범생으로 책임감과 성실함이 돋보이며, 출중한 외모까지 갖춰 앞으로 모델 활동도 기대되는 인재입니다. 가장 늦게 합류한 비아트리체는 빠른 속도로 한국어 실력을 끌어올리며 팀 내 균형을 맞췄고,
늘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학습자들은 함께 유학을 준비하는 내내 서로를 의지했고, 주말이면 아바나에 사는 친구들이 야스민을 집으로 초대해 가족처럼 지내며
끈끈함과 유대감을 쌓았습니다.
전라남도교육청 외국 인재 프로그램에 선발돼 한국 유학 기회를 얻게 된 아바나 세종학당 학습자 4인
학당장님께서는 출국 당일 ‘아이들의 인생이 바뀌는 날’이라고 하셨는데요. 어떤 의미였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쿠바는 현재 심각한 전력난과 경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정전으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고 급식이 제공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으며, 무더운 여름엔 선풍기조차 틀 수 없어 바닥에 누워 자야 할
정도입니다. 스마트폰 충전조차 어려운 상황이니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환경일 것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쿠바를 떠나 전혀 다른 세상에서 공부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이들에게 있어 ‘기적’ 그 자체입니다. 정전과 물자 부족의 어려운 환경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는 경험은 단순한 유학을 넘어 삶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그날을 ‘아이들의 인생이 바뀌는 날’이라고 표현했어요.
지난 2월 14일 한국 유학길을 떠나기 전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는 학습자들
한국 인천공항에 도착해 외국 인재 프로그램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학습자들
이번 사례를 통해 아바나 세종학당의 교육적 역할이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이번 사례 이후 한국 유학을 꿈꾸는 쿠바 학생들의 문의가 크게 늘었습니다. 교실이 부족할정도로 수요가 늘어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바나대학교 언어학부, 산헤로니모대학교 등과 협력해 세종학당 한국어
강의를 개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또한 거리가 먼 학습자들을 위해 ‘찾아가는 한국어 수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한국사 강의, 음식 만들기 체험, 전통 놀이 등 다양한 문화 수업도 함께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아바나 세종학당은 앞으로도
쿠바 내 한국어 교육과 한국문화 확산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쿠바 아바나 세종학당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어·한국문화 수업 모습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유학을 떠난 네 명의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어린 나이에 가족과 떨어져 낯선 환경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너희가 참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출국 당일에 할머니, 삼촌, 이모, 그리고 친척들 모두 공항에 나와 너희를 배웅하며
보내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기대와 사랑을 마음에 품고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별처럼 너희만의 꿈을 펼쳐가길 바란다. 3년 후 한국에서 대학에 진학하든, 취업하든, 다시 쿠바로 돌아오든,
너희가 꿈꾸는 미래가 너희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항상 응원할게. 열심히 하자!
한국으로 유학을 오게 된
쿠바 아바나 세종학당 학습자 4인을 소개합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 라셀, 비아트리스, 캐틀린, 야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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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셀(만 15세)
안녕하세요. 라셀 모야 에르난데스입니다. 한국어는 처음에 독학으로 공부를 하다가 약 2년 전부터 아바나 세종학당에서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이번에 전남교육청 외국인재 프로그램에 선발돼 한국으로
친구들과 유학을 같이 오게 됐고, 현재 목포여자상업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한국에서 공부하는 게 제 꿈이었는데요. 이번에 유학생으로 선발돼 정말로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게 돼 꿈만
같았습니다. 선발 이후 아바나 세종학당에서 한달 간 집중 수업을 받았던 경험은 한국에서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현재 고등학교에서 AI(인공지능)를 전공하고 있는데요. 나중에 한국에서
AI(인공지능)와 관련된 회사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배우나 모델로도 활동해보고 싶은 꿈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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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트리스(만 15세)
안녕하세요. 비아트리스 곤살레스 브리수엘라입니다. 저도 현재 전라남도 목포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어는 2년째 공부하고 있고, 처음 한국어를 접한 건 아바나 세종학당을 통해서였어요. 아바나
세종학당에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며 좋은 추억들을 쌓았어요. 특히 설날 행사에서 전통 놀이를 함께 했던 날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한국 유학을 갈 수 있는 장학생으로 선발됐을 때는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어릴 때부터 한국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직접 한국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큰 성취를 이뤘다고 느껴요. 제 꿈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고, 언젠가 제 이름을
건 인테리어 회사를 직접 운영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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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민(만 17세)
목포에서 유학 중인 야스민입니다. 저는 약 4개월 전부터 한국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어요. 아바나 세종학당에서의 수업은 단순히 언어만 배우는 게 아니라 한국문화와 전통도 함께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장동욱 선생님과 정호현 학당장님 덕분에 항상 흥미롭게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외국 인재 프로그램에 선발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너무 놀랐고, 동시에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때부터 한국에서의 삶을 계속 상상하게 됐고, 이 기회를 통해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한국에서 친구들과 대화하고 새로운 걸 배우기 위해 학교에 가는 게 매우 즐겁습니다. 저는
앞으로 컴퓨터과학과 생화학을 전공하고 싶어요. 전공을 통해 전문성을 쌓는 한편 한국문화와 전통에 대한 이해를 넓혀 한국 사회에도 기여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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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틀린(만 15세)
안녕하세요. 저도 현재 목포여자상업고등학교에 다니며 목포에서 유학 중인 캐틀린입니다. 한국어는 3년째 공부하고 있고, 아바나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에 대한 꿈을 키워왔어요. 아바나
세종학당에서 듣는 한국어 수업은 항상 재밌었고, 특히 한국 드라마를 자막없이 보며 한국어를 배우는 시간을 통해 한국문화에 대해서도 깊이 배울 수 있어서 한국어 공부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어릴 적부터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꿈이 있어서 외국 인재 프로그램을 알게 되자마자 꼭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선발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매우 흥분했고 지금도 가끔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목포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면 서울 내 대학에 진학해서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싶어요. 대학 졸업 후에도 한국에서 지내며 직장을 다니고 싶은데, 꼭 꿈을 이룰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