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 세종학당,
한강 작가의 ❬희랍어 시간❭을 주제로 특별한 문학의 밤 열어
> 한강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을 통해 한국 문학의 깊이 탐구
> 약 20명의 학습자, 작품에 대해 토론하며 자신을 이해하고 서로와 연결되는 특별한 경험
지난 12월 13일, 룩셈부르크 세종학당에서 한국 문학 북클럽이 열렸습니다. 이번 북클럽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열린 첫 번째 모임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었습니다.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이번 모임은 한강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을 중심으로 참가자 20여 명이 모여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며 한국 문학의 깊이를 탐구한 특별한 자리였습니다.
벨기에, 프랑스, 독일과 접해 있는 지리적 특성에 의해 다문화와 다언어 환경이 공존하는 룩셈부르크라는 나라에서, 룩셈부르크 세종학당은 한국 문학을 매개로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특별한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은 말을 잃은 여자와 시력을 점점 잃어가는 남자가 고대 언어인 희랍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소설의 주제인 ‘언어와 침묵, 상실과 회복,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며 책의 메시지를 각자의 시각에서 재해석했습니다.
❬희랍어 시간❭의 주요 주제와 모임의 진행 방식을 설명하고 있는 룩셈부르크 세종학당 교원
먼저 대그룹 토론을 통해 책을 더 깊게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소설 속에서 가장 한국적으로 느껴진 부분은 무엇인가?”와 같은 문학적 질문부터 “번역된 문장 속에서도 한강 작가의 시적 감성이 느껴졌는가?”와 같은 심도 있는 질문과 논의를 통해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독창성을 탐구했습니다. 여기에 세종학당의 선생님들이 한국적 맥락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을 더하며 소설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이후 소그룹 토론을 통해 책의 내용을 일상으로 가져와 자신을 더 깊게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참가자들은 소설에서 각자 인상 깊었던 구절을 골라 각자의 해석을 공유하며 작품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확인했습니다. 한 참가자는 “한국어를 배우는 순간은 모든 것에서 벗어나 오로지 지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래서 소설 속 주인공이 희랍어를 배우며 언어를 피난처로 삼았던 것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라며, 한국어 학습이 자신에게 갖는 중요성을 한국 문학을 통해 재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왼쪽 사진) 참가자들이 적은 책 속의 인상 깊은 구절들
(오른쪽 사진) 참가자들에게 나눠준 유인물의 일부
북클럽 마지막 순서에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강연에서 발췌한 구절을 함께 읽으며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인간의 가장 연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것-그 부인할 수 없는 온기를 어루만지는 것-그것으로 우리는 마침내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라는 작가의 말은 참가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번 모임은 단순히 책을 읽는 시간을 넘어, 한국 문학을 통해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참가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되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한 참가자는 “같이 읽으니까 훨씬 이해가 잘 되고, 한국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깊이 있는 토론이 가능한 만큼 한 번 더 이 책으로 모임을 한다면 또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하며 큰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소그룹 토론 시간에 자신이 해석한 소설의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는 참가자들
룩셈부르크 세종학당의 최진영 학당장은 “한국 문학 클럽을 통해 학생들이 각자의 시각과 감정을 나누고 새로운 통찰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한국 문학을 매개로 현지인들에게 한국문화에 대한 더욱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북클럽 참가자들은 다음 북클럽에서 함께 읽고 싶은 도서 목록을 공유하며 활발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룩셈부르크 세종학당은 매월 정기적인 북클럽을 통해 참가자들이 한국 문학과 문화를 매개로 삶과 문학을 연결하고, 새로운 배움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예정입니다.
글. 룩셈부르크 세종학당 현지교원 이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