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경계를 허물고 전 세계 한류 팬들과 소통하는
방송인 우혜림
케이팝 그룹 원더걸스 전 멤버로 잘 알려진 혜림 님은 요즘 언어의 경계를 허물고 소통하는 일에 푹 빠져있습니다. 방송, DJ, 번역, 강의뿐만 아니라 세종학당재단-아리랑TV의 협업 콘텐츠인 케이챗
시즌2 의 새 MC를 맡아 올 10월 국내·외 한국어 학습자들을 만날 준비 중인 혜림 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혜림 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월간똑똑> 독자들에게 요즘 근황과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원더걸스 전 멤버였고 현재는 방송뿐만 아니라 번역, 강의 등을 하며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우혜림입니다. 요즘에는 KBS 월드 라디오 <혜림의 원더 아워스(Wonder Hours
with Hyerim)>의 DJ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전 세계 한류 팬 분들과 소통하며 한국의 대중음악과 트렌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혜림 님은 홍콩에서의 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어, 영어, 중국어, 광둥어 4개 언어에 능통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뛰어난 언어적 재능을 살려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회의통번역커뮤니케이션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다재다능한 행보를 보여주고 계신데요. ‘외국어’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껴 꾸준히 관련 공부와 활동을 이어 나가고 계신 걸까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부모님의 직업으로 인해 어릴 때 홍콩으로 가서 14년간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홍콩이 워낙 국제적인 도시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와 언어에 노출됐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 광둥어를 주 언어로 사용하는 현지 학교에 다녔는데, 수업은 영어로 진행됐었죠. 영어 애니메이션과 같은 콘텐츠도 너무 좋아해서 당시에는 외국어를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냥 생활이었어요. 이러한 성장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외국어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었고, 관련 공부나 활동을 계속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외국어의 매력은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함으로써 새로운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다는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소통의 벽이 없어지는 점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원더걸스로 데뷔하고
나서 해외 팬 분들을 만났을 때도 제가 영어를 할 줄 아니까 저를 더 편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느꼈는데요. 아무래도 저와는 통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일대일로 소통할 수 있어서 더 좋아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점이 굉장히 뿌듯했고요. 외국어의 이런 매력이 제가 계속 관련 공부와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되어 주는 것 같습니다.
KBS 월드 라디오 프로그램 <혜림의 원더 아워스> 진행을 맡은 DJ 혜림
(왼쪽부터) <혜림의 원더 아워스> 포스터,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혜림 인스타그램(@wg_lim))
그렇다면 대학에서 ‘국제회의통번역커뮤니케이션학과’를 전공하고자 하셨을 때는 혜림 님의 장점이자 특기이기도 했던 언어 능력으로 ‘졸업 후에 어떤 일을 해야겠다’라는 미래의 꿈이나 포부가 있으셨던
것인가요?
사실 미래에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어서 대학교에 진학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대학교에 가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저는 제 또래 친구들이 대학생활을 할 때 한창 원더걸스 멤버로 미국에서
활동 중이었거든요. 그래서 언젠가는 대학교에 가서 공부해야겠다는 뚜렷한 목표는 가지고 있었죠.
많은 학과 중에서도 ‘국제회의통번역커뮤니케이션학과’는 제 마음속 1순위 학과였어요. 저는 가수로 데뷔했는데 노래 실력이나 가수 활동에 대한 것보다는 항상 언어 능력에 대한 이야기로 주목받았던 것
같아요. 저와 관련된 기사 제목에도 늘 언어 능력과 관련된 수식어가 붙었죠. 그 수식어가 따라올 때마다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기분이 묘했어요. 실제로 외국어를 남들보다 조금 더 할 줄 아는 것일
뿐, 제 능력보다 너무 과대 포장돼서 이야기되는 것 같아서 스스로 속이 비어있는 느낌도 들었고요. 그러다 보니 제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고, 저에게 주어진 타이틀에
걸맞게 영어와 한국어 모두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서 한국외대 국제회의통번역커뮤니케이션학과에 지원하게 됐죠. 제 마음속 1순위였던 학과였기 때문에 합격하고 나서 정말 신나는 마음으로 공부했어요. 그리고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뚜렷한 목표도 생기니까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혜림 님은 이번에 세종학당재단과 아리랑TV 협업 콘텐츠인 케이챗(K-CHAT) 시즌2 의 MC도 맡게 되셨죠. MC 제안을 수락한 이유와 MC를 맡은 소감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케이챗 프로그램의 취지가 워낙 좋고, 한국어를 더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할 줄 아는 언어를 가지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케이팝과 같은
한류가 사랑받고 있는 만큼 세종학당재단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저는 지금까지 영어로 소통하는 콘텐츠나 외국어를 가르치는
콘텐츠에서 대부분 활동했는데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알려주는 목적으로 참여하는 콘텐츠는 처음이라 개인적으로 의미도 있어서 앞으로 케이챗 진행을 재밌게 잘해보고 싶습니다.
케이챗(K-CHAT) 시즌2 의 주제가 ‘여행’인 만큼 세종학당 학습자들에게 혜림 님이 추천하고 싶은 한국 여행지가 있다면 어디인가요? 이유도 함께
말씀해주세요.
한옥을 많이 볼 수 있는 경주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는 한국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으로 지은 한옥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서울에서도 인사동 같은 곳에서 한옥을 볼 수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도시적인 느낌이 있죠. 경주는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진 곳이라 한옥의 매력과 한국의 정취를 충분히 느껴볼 수 있는 장소인 것 같습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여행지인 강릉과 춘천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강릉은 바다도 너무 예쁘고 맛있는 것도 많아서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여행지에요. 춘천은 닭갈비도 너무 맛있고 서울에서 멀지 않아서 가볍게 다녀오기에 너무 좋은 곳입니다.
혜림 님이 추천한 여행지, 경주 ‘동궁과 월지’ 풍경
최근에는 도서 <곰돌이 푸, 단순한 행복>을 번역하셨습니다. 세종학당 학습자들 중에서도 취미 목적 학습을 넘어 혜림 님처럼 통·번역가를 꿈꾸며 한국어를 공부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통·번역
시 언어 능력과 함께 갖춰야 할 중요한 요소가 있을까요? 통·번역가가 되고 싶은 세종학당 학습자들에게 조언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우선 저는 통역과 번역의 분야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서 통·번역을 공부하시는 분들이 두 분야 중 자신에게 더 맞는 분야를 찾아 전문성을 쌓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통역과 번역을 하나로 생각했었는데요. 실제로 공부해 보니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더 맞는 분야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통역은 즉흥적으로 진행해야 해서 순발력이 중요하게 요구되는 것
같아요. 반면, 번역은 텍스가 기본이라서 단어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도 있고 틀린 부분이 있어도 다시 돌아갈 수도 있죠. 저는 조금 느린 편이기도 해서 통역보다는 번역하는 일이 더 맞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조금 차분하고 오래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번역하는 일이 더 잘 맞으실 것 같고,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일 처리가 빨리 진행되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통역하는 일이 더 잘
맞으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통역과 번역 두 가지 영역에서 모두 필요한 것은 뉘앙스(nuance)를 잘 전달하는 능력인 것 같습니다. 즉, 언어의 말맛을 살리면서도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센스(sense)가 필요한
것이죠. 어떤 문장은 문법에 맞게 다른 언어로 잘 옮겼다고 해도 말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권도 고려해야 제대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요. 특히 책을 번역할 때는
책 내용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독자들에 맞게 문장 그대로 직역하지 않고 의역해줄 필요도 있는데, 이런 필요를 아는 센스를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특히 통·번역을 위한 한국어를 공부할 때는 말하기나 쓰기 같은 언어적인 것만 공부하지 말고 한국문화와 역사에 대해서 같이 배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요즘에는 워낙 온라인에서 관련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잖아요. 한국어 통·번역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한국문화와 정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혜림 님이 번역한 도서 <곰돌이 푸, 단순한 행복> (사진 제공=혜림 인스타그램(@wg_lim))
혜림 님이 유년 시절을 보낸 홍콩을 포함해 전 세계엔 88개국에 256개의 세종학당이 있습니다. 만약 혜림 님에게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또는 한국문화 수업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내용의 수업을 진행하고
싶으신가요?
세종학당에도 케이팝을 좋아해서 한국어를 배우게 된 학습자들이 많을 것 같아요. 제가 케이팝 가수였던 만큼 케이팝 문화 안에서 쓰이는 단어들의 뜻을 알아보는 수업을 해 본다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엔딩 요정’, ‘표정 관리’와 같은 단어들이나 팬들 사이에서만 쓰는 단어들의 정확한 의미를 알아보는 것이죠. 수업이라고 해서 꼭 딱딱한 분위기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조금 더 재밌고 가볍게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해 알아갈 수 있도록 흥미를 끌 수 있는 수업을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또한, 케이팝 가사 표현을 주제로 수업해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케이팝 가사들 내용이 너무 좋고, 시적인 표현도 굉장히 많거든요. 좋아하는 케이팝 가사 하나를 가지고 표현이나 의미를 하나씩 뜯어보며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면 너무 흥미롭고 재밌을 것 같습니다.
KBS 월드 라디오 <혜림의 원더 아워스> 방송을 위해 출근하는 모습 (사진 제공=혜림 인스타그램(@wg_lim))
혜림 님은 현재도 다채로운 분야에서 활동 중이고 이미 많은 것을 이루셨지만, 가까운 미래 혹은 조금 먼 미래에 여전히 새로운 도전이나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혜림 님의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사실 예전에는 새로 도전하고 싶은 것들이 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항상 꿈을 갖고, 도전하고, 이루고 하는 삶을 오랫동안 살았다 보니 오히려 지금은 미래에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우선은 요즘 매주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잘 적응하고 싶습니다. KBS 월드 라디오 <혜림의 원더 아워스>
프로그램 진행을 지난 1월부터 해왔는데, 아직도 많이 배우고 있거든요. 그리고 라디오 진행하는 게 너무 재밌고 저에게 잘 맞는 것 같아서 이 활동을 집중해서 해보고 싶습니다.
라디오 진행은 청취자들과 소통하는 재미가 있어서 정말 매력적이에요. 원더걸스 활동이 끝난 이후에는 팬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팬 분들은 물론 케이팝을 좋아하는 전 세계
청취자분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너무 즐겁습니다. 또한 저는 음악, 영어, 사람들과의 소통하는 일, 이 3가지를 다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요. <혜림의 원더 아워스>를 진행하는 일이
3가지를 모두 다 충족할 수 있는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즐겁게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더 많은 분을 만나기 위해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해볼 생각입니다. 물론 케이챗 시즌2도 제 개인 SNS에
홍보하면서 열심히 촬영할 계획입니다.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사랑해주세요! 케이챗 시즌2 콘텐츠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분들과의 접촉점이 더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