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소피아 세종학당의 신명나는 이야기
사물놀이문화반 학습자들을 소개합니다!
소피아 세종학당은 2017년부터 소피아 세종학당 학습자와 소피아대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세종문화아카데미와 사물놀이문화반을 운영 중입니다. 사물놀이에 애정과 열의를 가지고 소피아 세종학당 사물놀이문화반에
참여하고 있는 3명의 학습자에게 사물놀이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불가리아 소피아 세종학당의 세종문화아카데미 ‘사물놀이문화반’ 학습자 3인
(왼쪽부터) 가브리엘라 마르코바, 이벨리나 마케돈스카, 마르티나 미쇼노바
안녕하세요! 가브리엘라 마르코바 님, 이벨리나 마케돈스카 님, 마르티나 미쇼노바 님 반갑습니다. 각자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가브리엘라 마르코바(이하 가브리엘라) : 안녕하세요. 불가리아에 있는 소피아대학교 한국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가브리엘라 마르코바입니다. 저는 소피아 세종학당에서 2022년부터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벨리나 마케돈스카(이하 이벨리나) : 안녕하세요. 이벨리나 마케돈스카입니다. 저는 불가리아 내 회사의 사이버 보안팀에서 근무하며 영업 관리와 인사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저도
2022년부터 사물놀이를 배우기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마르티나 미쇼노바(이하 마르티나) : 안녕하세요. 소피아대학교 한국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마르티나 미쇼노바입니다.
저는 소피아 세종학당에서 2년간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학과에 진학했어요. 그리고 2017년에 소피아 세종학당에 사물놀이문화반 강좌가 생겼을 때부터
사물놀이를 배우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약 7년간 수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처음 사물놀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케이팝, 케이드라마, 케이뷰티 등 다양한 최신 한류 콘텐츠가 있는데
한국 전통문화인 ‘사물놀이’를 배우게 된 계기를 이야기해주세요.
가브리엘라 : 제 전공인 한국학과에서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 전통, 역사 등에 대해서도 배웁니다.
대학교 교양 과목으로 사물놀이반이 개설되어서 사물놀이를 처음 접하게 됐어요. 2022년 여름에는 사물놀이 워크숍에 참여해 2주간 전라남도 진도군에 있는 국립남도국악원을 방문하기도 했었죠.
케이팝이 전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저에게는 처음부터 한국의 전통 악기와 음악이 더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이벨리나 : 저는 몇 년 전부터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아쉽게도 세종학당의 한국어 강의를 수강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등록할 수 있는 다른 프로그램을 찾던 중 사물놀이문화반을 알게 되어 관심을 가지고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매일 쓰는 화장품이 모두 한국 제품일 정도로 저는 케이뷰티에도 관심 많지만,
사물놀이는 특히 저에게 힐링이 되고, 아주 신나는 에너지를 주는 취미 활동이라 더 관심을 가지고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마르티나 : 저는 2017년에 세종학당에서 처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첫 학기 수료식에서 사물놀이 공연이 있었습니다.
그땐 사물놀이가 무엇인지 잘 몰랐는데도 그 공연이 너무 재밌었고, 저도 한번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다음 학기에 사물놀이문화반이 열리자마자 등록했어요. 처음에는 그저 재밌어 보여서 시작했는데,
사물놀이를 하다 보니 너무 흥미롭고 신나서 친구들과 함께 평생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저는 원래 케이팝을 좋아하는 학생이었어요. 그래서 한국어도 배우기 시작했고, 나중에 드라마도 시청하기도 했는데,
사물놀이로 인해 점점 한국의 전통문화의 매력을 알게 됐고 깊이 사랑에 빠졌습니다. 지금도 저는 한국의 최신문화보다는 전통문화를 더 좋아해요.
(왼쪽 사진) 사물놀이 공연 전에 김소영 선생님(맨 앞)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오른쪽 사진) 2024년 소피아 세종학당 상반기 사물놀이문화반(중급반) 수강생들의 모습
소피아 세종학당을 통해 알게 된 사물놀이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어떤 점 때문에 사물놀이에 열정을 가지고 재밌게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가브리엘라 : 저는 사실 소피아 세종학당의 사물놀이문화반 수업이 있는 날인 토요일만을 기다리며 평일을 보냅니다.
사물놀이문화반에서 만난 멋진 사람들과 함께 연습하고 악기를 연주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에요. 힘든 일주일을 보내고 나서 드디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 같고,
모두 함께 연습하는 동안 나오는 에너지에 행복해집니다. 매번 사물놀이 공연을 할 때마다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는데 공연 후에 찾아오는 만족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예요.
이벨리나 : 사물놀이는 신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음악입니다. 이런 매력 때문에 저도 계속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사물놀이를 통해 다양한 것을 경험하면서 소피아 세종학당 선생님과 한국에서 오신 세종문화아카데미 강사님를 통해 전문적으로 한국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제가 계속 열정을 가지고 사물놀이를 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마르티나 : 사물놀이의 매력은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사물놀이에는 ‘나눔’과 ‘흥’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물놀이는 단체 공연이고,
사물놀이를 이루는 모든 악기는 서로 의존하기 때문에 한 악기만 빠져도 화음이 깨지게 됩니다. 반면 다른 친구들과 시간을 나누면서 웃음소리도 공유하면 흥이 더 나게 되죠.
이 순간에는 모든 걱정이나 슬픔과 불안함이 사라지게 되는데, 이처럼 사물놀이는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마법 같은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매력 때문에 친구들과 제가 매번 사물놀이문화반 수업을 등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물놀이는 지금 저를 아주 행복하게 만드는 취미이지만,
나중에는 취미를 넘어 한국에서 국악이나 농악을 전문적으로 배워보고도 싶습니다. 저는 요즘 사물놀이문화반에서 사물놀이를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실력을 쌓고
연주도 하고 농담도 하면서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사물놀이의 네 가지 악기인 북, 꽹과리, 징, 장구 중에서 각자 어떤 악기를 주로 다루시나요? 네 가지 악기 중 특별히 가장 좋아하는 악기가 있나요?
가브리엘라 : 지금까지 저는 항상 장구를 쳐왔는데요. 이번 학기에는 꽹과리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물놀이의 모든 악기를 좋아하고, 앞으로 하나씩 배워보며 모두 잘 다루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벨리나 : 저는 처음에 장구를 먼저 배웠고, 그다음으로 북을 배웠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악기는 장구예요.
장구가 더 많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악기인데요. 소리가 훌륭하고, 강하고, 당당한 느낌이 있어서 더 좋아합니다.
마르티나 : 저는 사물놀이의 모든 악기를 다뤄봤는데, 요즘은 주로 장구와 꽹과리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두 악기를 선택한 이유는 장구와 꽹과리의 연주법이 쉽지 않기 때문인데요. 특히 꽹과리의 경우 작은 몸집에서
양손으로 여러 움직임을 통해 다양한 소리를 내는 것이 제게 아직도 신기합니다. 장구 연주도 양손으로 매번 새롭고 다양한 조합의 가락을 만들 수 있어서 너무 흥분되고 재밌어요.
(왼쪽 사진) 지난 5월 소피아시립도서관 앞에서 진행한 사물놀이 공연
(오른쪽 사진) 공연을 마치고 찍은 기념사진
소피아 또는 불가리아 내 많은 지역에서 공연도 해오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사물놀이 공연을 본 불가리아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가브리엘라 : 불가리아 사람들은 저희가 한국의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놀라워하고, 악기에 대해서도 많이 궁금해합니다.
많은 분이 저희의 공연을 보러 오시는데, 항상 저희가 사물놀이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물어보세요. 그리고 이런 음악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특히 꽹과리 소리가 독특해서 사람들이 꽹과리를 ‘냄비’라고 부르는 것도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요.
이벨리나 : 보통 저희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사물놀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언제나 반응이 뜨겁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저희의 사물놀이 공연을 보고 행복해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족들도 제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항상 행복해하고 제 취미를 지지해줍니다.
저는 소피아에서만 공연했었는데, 불가리아의 다른 지역에서도 해보고 싶어요.
마르티나 : ‘트판(тъпан)’이라는 불가리아 전통 악기가 장구 연주법과 너무 비슷해서 그런지 많은 불가리아 사람들이 사물놀이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물론, 사람들의 처음 반응은 ‘시끄럽다’로 시작하는데, 점점 사물놀이 가락에 흥을 느끼게 되면서 불가리아 전통음악의 박자와 리듬이 비슷한 사물놀이 음악에 깊이 공감하는 것 같아요.
제 가족과 친구들도 저의 사물놀이 연주를 보는 것이 너무 좋다고 합니다. 신기하게도, 제 주변 사람들은 저희가 매번 똑같은 곡을 연주해도 새로운 공연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지치지 않는다고 해요.
그리고 저는 친구들에게 “너는 양손으로 어떻게 각각 다른 박자를 연주할 수 있는 거야? 정말 신기해!”라는 말을 종종 듣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사물놀이를 배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는지 말씀해주세요.
가브리엘라 : 사물놀이를 배우는 매 순간 즐겁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하나만 고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공연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
전통음악에 열정을 가지고 즐기는 멋진 사람들과 함께하는 순간에는 실수가 있어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같이 사물놀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항상 행복하고 만족합니다.
이벨리나 : 저도 사물놀이를 연주하는 모든 순간이 다 기억에 남아서 특별한 하나의 순간을 꼽기는 어렵지만, 제가 연주 중에 파트를 잊어버린 일이 떠오르네요. 그때 팀 리더가 기지를 발휘해
제 실수가 드러나지 않게 공연을 이끌어줘서 기억에 남아요.
마르티나 : 최근에 저희는 한 친구의 졸업식에서 작은 공연을 했습니다. 그때 연주하는 장소가 너무 좁아서 당황했는데 결국에는 연주를 잘 해냈고, 친구도 너무 감동적이고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거라고 말해줘서 뿌듯했습니다. 또 기억에 남는 다른 순간은 2년 전 비가 오는 날에 소피아시립도서관 앞에서 공연했을 때입니다. 그때 잠시 그쳤던 비가 저희의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다시 내리기
시작했어요. 별달거리의 구호 ‘우리네를 비춰주네’를 부르며 저희 모두 서로 빗물에 젖은 모습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2023년 9월 사물놀이문화반 학기 첫 연습을 마치고 찍은 기념사진
주변에 한국어,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지인이 있나요? 불가리아 지인들에게 소피아 세종학당 또는 소피아 세종학당의 한국어 수업이나 사물놀이문화반을 소개한다면 뭐라고 이야기해주시겠어요?
가브리엘라 : 제 친구들도 한국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친구들과 한국 음식 등 다양한 한국문화와 관련된 행사에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SNS에서 한국학 전공과 소피아
세종학당을 홍보하기도 하고요.
이벨리나 : 저도 이미 주변 사람들에게 매일 사물놀이와 소피아 세종학당의 한국어 수업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제 딸도 7년 전부터 한국어를 배우고 있어요. 사물놀이문화반에서 수업을 듣고
연습하고 공연까지 한다는 게 어려울 수도 있지만, 매 순간 즐길 수 있다는 걸 지인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어요. 9월에 시작될 다음 학기도 기대되네요!
마르티나 : 요즘 한국어나 한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불가리아에도 10대부터 40대, 50대까지 한국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하게 있습니다. 세종학당은 한국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다양한 연령,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정말 친절한 곳이에요. 여기서 새로운 친구들도 만날 수 있고, 여러 한국문화 워크숍을 통해 다양한 기술이나 실력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저는 세종학당을 다니면서 그동안 소심하고 내향적인 면을 더 개방적이고 상냥한 면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어요. 이건 제 인생에서 큰 도움이 된 변화인데, 이런 소중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2022년 11월 소피아 세종학당 세종문화아카데미 성과발표회
<한국 전통음악의 향연>에서 북춤 공연을 선보이는 마르티나 미쇼노바(가운데)
앞으로도 소피아 세종학당에서 계속 공부할 생각이 있나요? 한국어 또는 사물놀이 수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나 진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가브리엘라 : 저는 계속 소피아 세종학당에서 사물놀이 수업을 들을 생각입니다. 사실 아직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소피아 세종학당을 통해 한국어와 사물놀이 실력을 더 기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오랫동안 사물놀이를 하고 싶어요.
이벨리나 : 저도 소피아 세종학당에서 계속 학업을 이어갈 계획이에요. 세종학당에서 만난 사람들과 가능한 연락도 계속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마르티나 : 저는 소피아에 있는 동안 그리고 소피아 세종학당에서 사물놀이 수업을 제공하는 동안 계속 사물놀이문화반
수업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사물놀이 수업에서 매주 친구들과 만나 같이 웃음을 나누며 연주하는 것이 정말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저희 반의 목적은 실력을 늘리기보다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에요. 저에게 사물놀이는 이미 취미를 넘어 제 삶의 열정이고 꿈입니다. 저는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정식으로 국악을 배워보고 싶습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선 해외 생활, 유학비
마련, 길어지는 대학 생활 등 걱정이 앞서지만, 저는 가을에 한국으로 갈 수 있는 장학프로그램 신청을 위해 한국 대학교의 학사 프로그램 조사를 시작했어요. 후회 없이 살고 싶어서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사람들이 원래 힘든 일을 겪고 나면 더 강해지는 법이라고 했듯, 저에게도 한국으로의 유학이 저를 더 강하게 만드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도 앞으로 제 앞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