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과학적인 한글을 발전시키고 널리 알리다 국립한글박물관 김영수 관장
세계적으로 자국의 고유한 문자를 가진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속에서 과학성과 체계성, 실용성까지 겸비한 한글은 단연 돋보이는 언어가 아닐 수 없다. 옥스퍼드대학의 언어학연구소에서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 등을 기준으로 정한 문자 순위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한 우리의 한글. 아름다운 한글을 제대로 알고 널리 알리는 최전선, 국립한글박물관 김영수 관장님을 만났다.
관장님, 안녕하세요? 우선 국립한글박물관과 관장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수집, 보존하고 연구, 전시, 교육함으로써 일상에서 늘 편안하게 쓰고 있는 한글이 얼마나 훌륭하고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문자인지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한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볼 수 있는 상설 전시를 비롯해 한글의 역사, 디자인 등과 관련된 다양한 기획전시를 연 2회 이상 개최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글도서관을 운영하면서 국립한글박물관에 의미 있는 날을 기념하는 행사들도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저는 1995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다양한 업무를 총괄해왔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에는 2022년 8월 말에 부임했고요. 여러 문화 정책을 수립하는 행정가이자 기획자로서 보람 있는 일들을 해왔습니다만, 박물관 업무는 처음이라 잘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출근한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국민, 시민과 직접 맞닿는 현장 행정은 처음이라 그 점이 좋았습니다. 박물관은 전시, 교육 등 다양한 형태로 관람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현장입니다. 한글이 얼마나 중요하고 유익하며 과학적인 문자인지 국립한글박물관에 와서 체감했고, 이것을 더 널리 알려야겠다는 사명과 책임을 느낍니다.
"2023 한글주간" 전경
"2023 한글문화산업전시회" 전경
한글날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관장님께 2023년 한글날은 어떤 의미였는지 궁금합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2023년 한글날을 맞아 어떤 활동을 했는지도 소개해주세요.
‘미래를 두드리는 한글의 힘!’이라는 주제로 한글날 기념행사가 10월 4일부터 10월 10일까지 진행됐습니다.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된 ‘2023 한글문화산업전시회’에서는 한글 문화상품을 비롯한 다양한 한글 산업 분야의 전시를 통해 한글 산업의 미래를 전망해 볼 수 있었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 3층에서는 기획특별전시 <서울 구경 가자스라, 한양가>가 2024년 2월 12일까지 열릴 예정입니다. 이번 기획특별전은 조선 후기 한양의 풍경을 담은 한글 노래 <한양가>를 우리 말과 글의 관점에서 소개하는 최초의 전시입니다. 관람객들이 <한양가>의 여러 공간을 직접 거니는 느낌이 들도록 전시장을 구성했습니다.
올해 또 하나의 중요한 사업인 ‘국제박물관포럼’을 10월 19~20일 성공적으로 개최했습니다. ‘디지털 전환 시대의 문자·언어박물관’이라는 주제 아래 16명의 세계적인 문자, 언어 전문가들과 함께 문자·언어박물관의 기술 활용 및 미래 지향성을 논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올해가 첫 해 개최로, 매년 정기적인 국제포럼 개최를 통해 우리 박물관의 위상과 체계를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기획특별전 <한양가> 포스터
세종학당 학습자들은 지금 한창 한글을 공부하고 알아가는 중입니다. 세종학당 학습자들이 국립한글박물관을 찾았을 때 꼭 관람했으면 하는 프로그램이나 공간을 추천해주세요.
가장 먼저 상설전시실의 전시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은 우리의 대표 문화유산이자 한글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훈민정음>에 대한 정보와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전시로 기획한 것입니다. 전시실 곳곳에는 관람객과 상호 작용하고, 전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실감형·체험형 콘텐츠를 배치했습니다. 한글의 창제 원리와 세종의 일대기를 살펴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북, 조선시대 여성의 아름다운 한글 서체를 대형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정보 영상, 체험 영상은 전시 관람에 재미를 더해줍니다. 실제로 이번 ‘2023 세종학당 우수학습자 초청 연수’ 기간 중 학습자들에게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 전시를 보여줄 수 있어 기뻤습니다.
또 다른 공간을 추천하자면 박물관 1층의 한글도서관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국내 유일의 한글 전문 도서관으로, 한글과 한글문화 관련 자료를 수집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는 여러분에게 큰 도움이 될 자료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상설 전시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을 관람 중인 세종학당 학습자들
국립한글박물관은 높아지는 한글에 대한 관심에 발맞추고, 한글의 위상을 더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국립한글박물관 관람객이 예년(약 205,912명) 대비 1.5배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외국인 관람객은 2021년 대비 384.7%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박물관 개관 이래 가장 큰 증가폭입니다. 이런 현상은 K-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인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케이 드라마, 영화, 음식, 음악, 무용 등 한국문화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바로 한글입니다. 한글을 알아야 한국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고, 또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한글 학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연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추세는 더욱 증가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에 맞는 다양한 전시, 교육, 행사 콘텐츠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고객과 의미 있는 관계 구축’을 위해 궁극적인 변화를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이·성별·국적 등과 관계없이 모든 관람객이 우리 박물관의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서로 공감하고 가치를 공유해 나감으로써 한글과 한글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끄는 박물관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글에 눈을 뜨면 ‘한글로 이루어진 세계’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세계는 얼마나 매력적이고, 어떤 가치와 가능성을 갖고 있을까요?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한글문화 가치의 확산을 위해, 한글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기 위해, 한글을 보다 쉽고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2016년부터 ‘한글실험프로젝트’라는 기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글의 가치와 가능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공예, 패션, 시각디자인, 영상,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에 한글을 접목하는 혁신적이고 흥미로운 전시 프로젝트입니다.
올해 주중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전시는 작년의 제4회 한글실험프로젝트 ‘근대한글연구소’를 재구성한 것으로, 중국 베이징을 시작으로 도쿄와 홍콩까지 아시아 3개 도시를 돌며 개최하고 있습니다. 한글과 한글문화의 가치와 가능성을 알리며 문화 교류에 앞장서는 국립한글박물관의 국외 순회전에도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문화를 확산하고 있고, 세종학당재단은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두 기관의 협력에 대한 관장님이 생각이 궁금합니다.
세종학당재단은 한글과 한국어를 세계에 알리고 교육하는 기관입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과 한글문화를 국내외에 알리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세종학당재단과 국립한글박물관의 기반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종학당재단 이해영 이사장님은 바쁘신 와중에도 지난 10월 13일 열린 국립한글박물관 학술대회의 축사도 해주시며 저희 행사에 큰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저 또한 세종학당재단의 요청이 있거나 제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 얼마든지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협력을 통해 기관의 목표이자 비전인 한글과 한국어 교육과 확산에 큰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023 국제박물관포럼" 풍경
최근 박물관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국립한글박물관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요즘 가장 관심을 두고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은 국제 교류 분야입니다. 앞으로 10여 년 후 미래에는 한글, 한글문화, 한국문화의 가치를 세계인들과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세계 문화의 다양성과 창의성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방향과 역할을 모색하기 올해 국제박물관포럼을 성공리에 개최했습니다. 이렇게 매년 정기적인 국제 포럼을 개최함으로써 ICOM(세계박물관협의회) 내에서 언어문자분과 설립의 토대를 만들고자 합니다. 한글을 보유한 국립한글박물관이 언어문자분과 설립의 주체가 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저의 목표이자 꿈입니다.
자국의 고유 문자를 가진 나라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고, 이를 콘텐츠로 하는 박물관 또한 전 세계 78개 정도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편입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세계의 문자·언어박물관 간 소통·협력망을 구축하고 나아가 한글, 한글문화, 한국문화의 가치와 공감의 확산을 통해 문화 창의성과 다양성 확산에 기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