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는 한류신흥지역이자 비아시아권 한류 열풍의 중심지입니다.
중남미 지역에서의 한류의 발생부터 현황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중남미지역은 중국, 대만, 베트남 등지에서 한류가 시작되던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은 지역이었습니다. 한국문화나 언어에 대한 몰이해는 물론이고 한국산 제품을 일본제품과 차별해 인식하는
사람들도 매우 드물었습니다.
그러나 1998년, 2005년을 기점으로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 ‘대장금’, ‘천국의 계단’이 멕시코를 시작으로
여러 나라 지상파 방송에 소개되고 2002년 월드컵이 치러지면서 한국문화는 중남미 대중 속으로 급속히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드라마나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 게임, 음식 등 한류상품 소비가 한국어
학습과 한국제품 수요, 한국기업 취업희망으로 이어지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중남미가 개인이 한류를 접하는 단계를 넘어 집단으로 한국문화를 즐기는 동호회 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라는 점입니다. 2018년을 기준으로 중남미지역 한류동호회 수는 627개로 아시아대양주,
유럽, 중동·아프리카, 북미지역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문화, 나아가 한국에 대한 인기의 원동력은 무엇이며,
한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라틴계열의 중남미 지역 20개 국가는 역사, 문화, 종교, 언어 면에서 많은 것을 공유합니다. 그만큼 대중문화가
빠르게 파급될 수 있는 동질적 토양 위에 있지요. 더욱이 도시화율, 인터넷 보급률, SNS 사용도가 높은 지역이
어서 사람들 간의 관심사나 이문화의 공유가 생활화된 곳이기도 합니다. 가난 극복의 경제사회적 경험과 현실
문제에 대한 직설적 표현이 내재된 한류상품은 중남미인들에게 호소력이 높습니다. 또한 문화적 동질성이 높은
지역이니만큼 한류상품 제작에도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고요.
거꾸로 한류에 제동이 걸릴 경우 피해도 급속히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변수로는 정치, 외교, 통상 같은 정부
차원의 조치에서도 유발될 수 있고, 관광객이나 유학생 처우, 범죄, 보건 등 사회적 갈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이미지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중남미 지역에는 11개국 15개소의 세종학당이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예정입니다. 중남미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보급하는데
명심해야 할 부분과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지역 내 동질성에 착안하여 역내 학당 운영요원 및 참여 학습자들을 아우르는 정례 워크숍을 개최하면 각종
정보와 경험 공유를 통해 사업 홍보, 확장, 위상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한편, 중남미지역은 역사적으로 외세에 휘둘린 시기가 많아 자기보호 본능이 강합니다. 한류에 대한 현지
대중의 관심과 호기심, 애호 감정이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더 깊은 수요를 스스로 주도하도록 해야 합니다.
만일 이러한 수요증가를 성과 지수화하려는 정부 기관의 실적 욕심이나 대기업의 사업욕이 가시화되는
경우에는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공자학원 사업이 중남미지역에서 기로에 놓여 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기를 바랍니다. 그나마 중국은
대중남미 금융협력을 지렛대로 버틸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건이 다릅니다.
마지막으로 세종학당재단에 바라는 점이나 격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재단은 한국어를 중심으로 한 우리 문화의 대외 교류기구로서 숭고한 일을 헌신적으로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다만, 업무방식만은 국제협력기관이라는 인식하에 추진해가기를 당부합니다. 국제협력업무에서의 성공 열쇠는
상이한 제도와 원칙의 존중에 있습니다. 여타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중남미지역은 노동법, 의료제도,
금융체계 및 회계절차가 우리나라와 다릅니다. 사업집행에서 현지의 관련 제도를 존중할 때 고유사업은
더욱 빛이 나리라 믿습니다.
김원호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원장 / 중남미학과 교수
미국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중남미지역학 박사로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협력포럼(FEALAC) 비전그룹 의장, 한국라틴아메리카학회 / 아시아대양주라틴아메리카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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