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학당 사람들 이야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전 세계 세종학당 관계자 분들께
인사드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2017년부터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세종학당에서 파견교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영엽입니다. 저희 학당의 한 해 수강생은 500여 명 남짓 됩니다. 수강생 수가 많은 만큼 한국어 교원도 12명이나 되는 큰 학당입니다. 학당이 국립아라바예프대학교 안에 위치한 관계로 수강생 중 대학생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고등학생이 많습니다. 저희 학당 수강생의 상당수는 한국 유학을 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비슈케크는 인구 100만 명 정도의 작은 수도입니다. 비슈케크 자체는 볼거리가 많지 않지만,
교외로 나가면 아름다운 산과 호수가 많습니다.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라고 불릴 정도지요.
더불어 키르기스스탄은 양, 소, 말 등을 이용한 축산업과 낙농업으로도 유명합니다.
제가 한국어 교육과 인연이 맺어진 것은 대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학시절 제 전공은 러시아어였습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저는 러시아 연방 사하(야쿠티야) 자치공화국에 있는
사한-한국학교에 한국어 교사로 파견되었습니다. 처음에는 1년만 머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어 교원으로서의 사명감이 강해지면서 4년이나 머물게 되었답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 ‘한국학’ 학위 과정을 밟았습니다. 또 국내 대학교의 어학당에서 15년 간 한국어를 가르쳤습니다. 그러다 러시아 언어권 학습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어 2016년부터 세종학당 교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당의 자랑은 다채로운 한국어‧한국문화 수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희 학당은 초급1A
부터 중급 2B(세종한국어1~8)까지 초‧중급 과정은 물론, 고급과정까지 개설되어 있습니다.
어떤 수준의 수강생들도 수용할 수 있지요. 한국문화 수업은 또 어떻고요. 전문 문화 교원을
별도로 채용해서 전통춤, 사물놀이, 태권도, 케이팝, 한국문화 체험반 등 무려 5개가 넘는 문화 강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종문화아카데미도 두 해 연속 치러 냈습니다.
오히려 수월한 점이 많습니다. 한국어와 키르기스어는 어순이 같습니다. 또 키르기스어에도
한국어의 연결어미나 종결어미와 유사한 문법이 많습니다. 그래서 키르기스스탄 학습자들이
한국어를 더 쉽게 배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언어 외적으로도 어른을 공경하고 공동체를
중시하는 점이 한국과 비슷합니다.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이야말로 최적의 한국어 학습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근하기 싫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고 대답하면 될까요? 학생들과 함께하는 매 시간이 즐겁고
보람찹니다. 교육 현장에 어찌 어려움이 없겠습니까마는 그마저도 ‘신나는 어려움’으로 받아
들이게 됩니다. 특히 저는 수업 내용을 똑같이 반복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학습자 특성에
맞춰 매번 수업 내용에 변화를 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역동성이야말로 한국어 교원의 최고
매력이라 봅니다.
교원으로서 한국어 학습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학습자 맞춤형 교육을 하기에는 수업 시간상의 제약이 큽니다. 그래서 수업 외 시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학습자들의 쓰기 과제를 점검합니다. 쓰기 과제를 보면
학습자의 언어적 특성은 물론, 개인적인 성격, 삶의 방식 등도 함께 접할 수 있어 좋습니다. 단,
자연히 제 업무가 많아지는 것이니 가끔 ‘즐거운 원망’을 할 때도 있습니다.
해외 생활의 장, 단점은 동전의 양면 같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 자체가 삶에 활력을 주기도 하고, 큰 스트레스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저는 파견지를 옮길 때마다 가족이 함께
이동할 수 없어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있습니다. 이 점이 가장 힘들긴 합니다.
우선 학당을 운영하는 사람들(학당장, 운영요원, 교원)의 처우가 좀 더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또 모든 세종학당에 독립된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의실은 물론이고 조리실, 춤 연습실, 교원 휴게실 등을 모두 갖춘 세종학당만의 공간이요. 그래서 학당의 교육자와 학습자들이
한국어‧한국문화를 풍요롭게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2월의
주인공
제66호 | 201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