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학당 사람들 이야기

 

러시아 모스크바 세종학당

김혜란 교원

본인 및 학당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러시아 모스크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혜란입니다. 현재 러시아에 19년째 살고 있고, 한국어 교원으로 활동한지는 4년 정도 되었습니다.

 

2008년에 문을 연 모스크바 세종학당은 매년 천명 이상의 수강생이 다녀갈 정도로 규모가 큰 학당입니다. 자연히 학당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많습니다. 운영요원은 7명, 교원은 14명이나 되는 북적북적한 곳이지요. 모스크바 세종학당 학습자의 70%는 대학생입니다. 최근에는 주말에도 한국어 수업을 열어서 고등학생이나 한국 기업에 다니는 회사원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고등학생 수강생들은 대부분 대학의 한국어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러 옵니다.

 

학당 자랑을 해주세요.

저희 학당의 장점은 한국어 교원들이 서로 수업 정보를 활발하게 공유한다는 점입니다. 본인이 직접 만든 교안, 활동지 등을 다른 교원들과 흔쾌히 나눈답니다. 그래서 서로 더욱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학당이 보완해야할 점은 무엇인가요?

수업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고민입니다. 현재 학당을 다니고 있는 수강생들은 물론이고, 학당에 다니고 싶어하는 러시아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에 비해 학당의 강의실은 물론 의자, 책상이 많이 부족합니다.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저희 학당이 더 넓은 시설들을 갖출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러시아인들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러시아에서 한국의 경제적, 정치적 위상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연히 한국을 더 잘 알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려는 러시아인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례로 러시아인들 중 한국으로 의료 관광을 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한국의 수준 높은 의료기술이 러시아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것입니다. 저희 학당에는 한국의 의학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들도 많습니다. 요즘에는 의료 외에도 한국의 정치에 관심을 갖는 러시아인들도 많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행정제도를 배우고 싶다면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러시아 공무원들도 있습니다.

 

왜 한국어 선생님이 되셨나요?

원래는 러시아어 선생님을 꿈꿨으나, 러시아에 살게 되면서 한국어 선생님으로 진로를 바꿨습니다. 저는 대학교에서 노어노문학를 전공했습니다. 1999년 러시아어를 더 잘하기 위해 러시아로 유학을 왔습니다. 원래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 한국인 대학생들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유학 중 지금의 이탈리아인 남편을 만나 러시아에 자리 잡게 됐습니다. 한 동안 어떤 직업을 가져야하나 막막했습니다. 제가 그간 배운 건 러시아어인데, 러시아인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던 중 외국인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치는 러시아인 친구를 보고 자극을 받았습니다. 그 친구처럼 저도 외국인에게 나의 모국어를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욱이 한국어 선생님으로 활동하면 저희 아이들에게도 어머니 나라에 대한 정체성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사이버 대학교를 통해서 한국어 교육학을 전공했습니다.

 

한국어 선생님으로서 본인만의 수업 노하우가 있나요?

러시아어를 잘한다는 것이 제 강점입니다. 저는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현지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나름 러시아어를 잘합니다. 그래서 학습자들이 모르는 단어를 바로바로 번역해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강점은 제 주변 일화를 활용해서 한국어를 재미있게 설명한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수업 중 한국의 혼례문화 소개할 때, 실제 저의 전통혼례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또 제 이탈리아 남편이 자주 틀리는 한국어 표현들을 예로 들면서, 학습자들도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낯선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선생님의 이야기라 학습자들이 더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국어를 ‘기억에 남게’ 가르쳐줘서 고맙다는 학습자들이 많습니다.

 

기억에 남는 세종학당 학습자가 있나요?

러시아 아룔대학교의 행정학 교수인 안나 씨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러시아 아룔이라는 도시에서 모스크바까지는 기차로 왕복 6시간이 걸립니다. 아룔에 사는 안나 씨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6시간을 통학했습니다. 수업 전날에 모스크바에 와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잔 후 다음 날 학당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고 다시 아룔로 돌아갑니다. 놀라운 건 이 분이 아직도 학당에 다닌다는 것입니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정이 정말 뜨거운 분이지요.

 

한국어 선생님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한국어 선생님이야말로 보람차고 즐거운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어 교원을 꿈꾸는 분이 있다면 꼭 그 꿈을 이루기를 바랍니다. 한국어 선생님으로 일하면 매일 젊고 열정적인 학습자들과 만나게 됩니다. 학습자들은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열정을 보고 있노라면 저 또한 힘이 납니다. 종종 제가 가르쳤던 제자들의 감사 인사를 받으면 그 어떤 때보다도 뿌듯하답니다. 또 내 모국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니 정말 의미 있는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8월의

주인공

제62호 | 201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