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의 미래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더합니다
글로벌세아 김기명 대표이사 부회장
글로벌세아그룹은 사회 공헌 활동에 ‘진심’입니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에 세아학교를 세워 아이티의 미래 리더를 키우고, 카라콜 세종학당까지 개원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확산하고 있는 글로벌세아의 김기명 부회장님을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김기명 부회장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부회장님과 글로벌세아그룹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희 글로벌세아 그룹은 모기업인 세계 최대 규모의 의류 제조 수출 기업 세아상역을 중심으로 설립된 지주회사입니다. 원단 생산 기업 윈텍스, 원사 생산 기업 세아스피닝, 패션 기업 인디에프와 S&A, 골판지/종이 포장 기업 태림, 해외 고급 건축 실적 1위 쌍용건설, 글로벌 EPC 기업 세아STX엔테크, 발맥스기술, 식음료 회사 태범, 문화 예술 기업 S2A 등을 보유한 대한민국의 대기업 그룹이지요.
글로벌세아는 섬유/패션, 건설, 제지/포장, 식음료, 문화/예술 분야를 주축으로 매출 10조 원, 영업 이익 1조 원 규모의 그룹으로 발전하겠다는 ‘비전 2025’ 목표를 수립하고 ‘To Help People Experience the Best of Life’라는 그룹 미션을 정립해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월마트 한국 지사장, 인디에프 대표이사, 세아상역 미국 총괄 법인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6년부터 글로벌세아의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세아학교 전경
글로벌세아는 ‘세아를 입을수록 세아는 나눕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세아재단을 설립해 적극적인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이티에 ‘세아학교’를 운영 중이신데요. 물품을 지원하는 수준이 아니라 ‘학교’를 세워 운영한다는 것이 인상 깊습니다. 세아학교는 어떤 계기로 설립됐나요?
지난 2010년 지진으로 폐허가 된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아이티를 다들 외면할 때, 글로벌세아는 미국 국무부, 아이티 정부 등과 함께 산업단지를 만들고 ‘세아학교(S&H School)’를 세워 10년 넘게 유·초·중·고 무상교육을 실시해오고 있습니다. 교육은 나라 발전의 근간으로,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교육의 힘으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학교를 짓고 병원을 만든 것이 오늘날 배재학당, 세브란스병원 등의 효시가 된 것처럼 글로벌세아는 아이티에 가장 필요한 건 교육 시설이라는 생각으로 세아학교를 설립했습니다.
세아학교는 2012년 세아상역이 아이티 북부의 카라콜 산업단지에 섬유공장을 세울 때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으로 인근에 함께 지어졌습니다. 그때 아이티에는 지속 가능한 학교 운영 체계가 전무했습니다. 2013년 9월, 유치원과 초등학교 과정으로 시작한 세아학교는 중·고등학교로 확대돼 현재 총 700여 명의 학생이 100% 무상교육 혜택을 받으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이티 최고의 교육 시설을 갖춘 세아학교에서 학생들은 모국어인 크레올어와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를 정규 과목으로 배우고, 순수·실용을 아우르는 다양한 과목을 교육받고 있습니다. 아이티에서 무료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 학교는 세아학교뿐입니다. 또한 세아학교에서는 2018년 카라콜 세종학당을 세워 한국어를 가르치고, 후원 기업들의 도움을 더해 태권도와 오케스트라 팀도 운영하고 있어서 아이티에선 일류 학교로 꼽히고 있습니다.
개교 이후 10여 년이 흘러, 코흘리개였던 입학생들이 지난해 처음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 아이들이 앞으로 아이티의 미래를 책임지는 리더가 돼 아이티에서 가난과 폭력을 몰아내고 경제와 정치를 발전시키길 간절히 바랍니다.
아이티 세아학교의 현황을 설명하는 김기명 부회장
2017년 글로벌세아는 세종학당재단과 업무 협약(MOU)을 맺고, 2018년 함께 카라콜 세종학당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세아학교 자체적으로 한국어 수업을 열지 않고 재단과 함께 세종학당을 개원해 한국어 교육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글로벌세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 북부 카라콜에서 배움의 기회가 적은 현지 아이들을 위해 최고 수준의 교육과정과 교사를 통해 무상교육을 지원하는 세아학교를 운영하던 중, 세아학교에도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는 전문성과 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때마침 외국인 업무 관계자로부터 해외에서는 ‘세종학당’이란 곳에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종학당재단과 업무 협약을 맺고 세아학교 내 ‘카라콜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카라콜 세종학당은 일반형 세종학당처럼 교육과정 설계, 교재 지원, 한국어 교원 파견 등의 지원은 받지만, 지원금을 받지 않고 운영 기관인 글로벌세아의 예산으로 운영하는 ‘협업형 세종학당’이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글로벌세아는 세아학교를 통해 카라콜 세종학당의 교육 시설 및 운영을 담당하고, 세종학당재단은 한국어 전문 교원을 카라콜 세종학당에 파견하고 한국어 교재를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 중입니다.
세아학교 안에 자리 잡은 카라콜 세종학당
부회장님은 작년 9월 세아학교 개교 10년 만에 처음 열린 세아학교 졸업식에 다녀오셨습니다. 그때 카라콜 세종학당을 직접 둘러보신 소감은 어떠셨나요? 카라콜 세종학당 운영 현황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처음 세아학교가 생길 때는 어린아이였던 학생들이 이제는 성인이 됐더라고요. 졸업생들이 ‘선생님께 사랑을(To Sir With Love)’ 노래에 맞춰 졸업식에 입장하는데, 가슴이 뭉클해지더라고요. 저희는 세아학교 학생들에게 ‘우리가 곧 아이티의 미래’라는 생각으로 공부하고, 아이티의 리더가 됨으로써 이 무상교욱의 혜택을 갚으라고 강조하거든요. 세아학교가 아이티의 미래 리더를 배출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니 무척 흐뭇했습니다.
세아학교 제1회 졸업식
카라콜 세종학당은 최순옥 학교장이 학당장을, 최유림 파견교원이 운영요원을 겸하고 있습니다. 2024년 1학기 기준 46명의 학습자들이 수강하고 있는데, 모두 세아학교 재학생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다른 언어를 우선 공부해야 해서 수강생이 많지는 않지만 세아학교에서는 정규 수업에 한국어 과목을 포함할 정도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올해 2월부터는 방과 후 수업도 시작했습니다.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한국에 관심이 많고 K-팝과 K-드라마를 좋아합니다.
그동안 카라콜 세종학당은 세아학교 재학생이나 세아상역의 현지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국어 수업을 진행했으나, 올해는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해 인근 대학 출강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세아학교가 ‘아이티의 리더 양성’이라는 목표로 세워졌지만, 한국을 알리는 역할까지 겸할 수 있게 된 것은 세종학당재단과의 협업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카라콜 세종학당 수업 모습
전 세계 세종학당에는 한국어를 배운 후 한국 유학, 한국 기업 취업 등을 통해 꿈을 이루려는 학습자들이 많습니다. 카라콜 세종학당에도 한국과 관련된 꿈을 꾸고 있거나 진로를 설계하는 학생들이 있나요?
카라콜 세종학당 학습자 대부분은 한국 음식을 맛보고 싶어 하고, 10대답게 관심 있는 아이돌의 콘서트에도 가고 싶어 하는 등 한국문화에 관심이 높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세종학당 학습자들이 글로벌세아 같은 한국 기업에 취업하거나 한국 유학을 통해 성과를 낸다면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겠지요. 세종학당에서도 많이 고민해주셔야 할 부분인 듯합니다. 또한 카라콜 세종학당처럼 여건이 좋지 않은 세종학당에도 한국어 교원이 꾸준히 파견돼 지속적으로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규 교원 파견이 어렵다면 기존 교원을 재계약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3년 카라콜 세종학당 한글날 행사
카라콜에 세아학교와 세종학당이 세워진 후 지역 내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위상, 관심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이들을 위한 글로벌세아만의 프로그램이나 혜택이 있나요?
글로벌세아의 생산 법인이 카라콜 산업단지에 들어서며 고용 창출에 크게 기여했고, 세아학교가 무상교육을 펼치고 점심까지 무료로 제공하며 예체능 교육도 실시하고 있어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50명 정원인 다음 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벌써 14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입학 원서를 냈다고 들었습니다.
카라콜 세종학당이 세워져 한국어 수업까지 병행하게 되면서 카라콜 지역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습니다. 학생들은 한국에서 파견돼 온 학당장, 교원과 소통하면서 한국문화를 직간접적으로 접하고 있습니다. 카라콜 세종학당의 학당장, 교원은 교육자이자 대한민국 홍보대사라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세아학교는 지난해 제1회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앞으로 글로벌세아는 세종학당 우수 학습자에게 졸업 후 한국 어학연수 및 유학 기회를 제공해 글로벌세아와 아이티 사이의 교량, 더 나아가 한국과 아이티의 가교 역할을 하는 인재를 배출할 수 있도록 고민하려 합니다.
수료증을 받은 카라콜 세종학당 학습자들
해외에 50개 이상의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인 글로벌세아는 아이티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에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한국경제신문사로부터 ‘사회공헌기업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세아는 세아학교 외에 어떤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 그리고 사회 공헌 활동의 보람과 성과를 어디서 찾고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글로벌세아는 2015년 설립한 ‘세아재단’을 통해 회사가 진출한 모든 국가에서 생필품·의류 기부, 불우이웃 성금 지원, 장학금 지원, 나무 심기 등의 활동으로 지역사회 활성화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이티에서의 세아학교 교육 사업이고, 아이티에서는 교육 사업뿐만 아니라 전염병 방지 위생 키트 지원, 대규모 의료 봉사 등도 진행했습니다.
특히 세아상역은 쌍용건설 및 국제 NGO인 ‘CORE(Community Organized Relief Effort)’와 함께 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방한복과 침구류를 지원하며 글로벌 상생 경영으로 공유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아동보호시설 운영 및 자매결연 아동 지원, 불우이웃 돕기 및 편부모 가정 자녀를 위한 행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빈민촌 정기 위문과 도시락 나눔 활동을 하고 있으며, 니카라과에서는 나무 심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정부 기관에 의류와 마스크를 기부하는 등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세아상역은 환경과 인권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로 선도적 동반자로서 강한 신뢰를 심어주고, 회사가 진출한 모든 국가에서 세계시민의식을 더욱 공고히 하는 등 국제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태림포장 역시 ‘선도하는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경영’이라는 좌우명 아래, 모든 임직원이 ‘사랑 나눔’의 의미를 새기며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 및 물품 후원 등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임직원 500여 명이 참여해 산책이나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인 플로깅(plogging) 캠페인을 매년 펼치고 있어 업계에서 ESG 경영 실천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원 10주년을 향해가는 카라콜 세종학당의 운영 계획, 발전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카라콜 세종학당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안정적으로 교원이 파견돼 지속적인 수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다음에는 카라콜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기초를 배우고 졸업한 학생들이 인근의 대학으로 진학할 것입니다. 지속적인 한국어 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대학과 연계해 한국어를 교양과목으로 신설할 수도 있을 겁니다. 더 나아가 아이티 현지 대학에 ‘한국어학과’가 신설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