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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학당재단

[특별 인터뷰]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번역가 페이지 모리스

글쓴이홍보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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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04-29

조회수653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번역가
“제주 4·3 비극 ··· 고통스럽지만 온전히 전하고 싶었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지난 3월 26일(현지시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의 깊은 감동이 세계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전해졌습니다. 이번 수상은 작품뿐만 아니라 그 의미와 감정을 다른 언어로 옮긴 번역가의 역할까지 주목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큽니다. 미국 뉴저지 출신의 작가이자 이번 수상 작품의 번역가인 페이지 모리스(Paige Morris)를 만나 작품 번역 과정과 번역가로서의 여정, 그리고 한국어가 가진 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한강의 문장’을 세계에 전하다!
Q. 지난달 한강 작가의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 수상 소식을 듣고 소감이 어떠셨는지요?
A. 소식을 듣고는 깜짝 놀랐고, 곧이어 깊은 감사의 마음이 밀려왔습니다. 문학계에서 번역가의 노력이 인정받는 일은 매우 드문데, 한강 작가뿐만 아니라 이 이야기를 전 세계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번역가들에게도 지지와 축하가 쏟아지는 것을 보며 정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Q. 「작별하지 않는다」 번역 제안이 들어왔을 당시 심정이 어땠는지, 번역을 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어느 날 공동 번역가인 이예원으로부터 번역 작업을 함께하자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저는 이예원 번역가를 늘 존경해 왔기에 기꺼이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그 작업이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 이후였습니다. 이예원 번역가가 저를 신뢰하고 이처럼 중요한 작업을 함께하자고 제안해 주신 데 깊이 감동했고, 오랫동안 감탄해 왔던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작품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살리고자 하는 책임감과 각오가 더욱 커졌습니다.
지난 3월 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5 출간 도서 시상식에서
한강 작가의 수상 소감을 대독하는 출판사 편집장의 모습
(사진 출처 = Arirang News 유튜브 영상 캡처)
Q.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낯선 역사와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는지, 그 과정에서 번역가님 자신이 내면적으로 변화한 부분이 있었다면 함께 나눠 주실 수 있을까요? 번역하기 위해 어떤 준비 과정이 필요했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제주어와 비극적인 제주 4·3 사건을 둘러싼 역사에 대해 많은 조사를 했습니다. 소설에는 실제 사진과 다양한 증언, 신문 기사 등이 등장하는데, 번역에서도 이러한 세부 사항을 정확히 담아내기 위해 관련 자료를 찾아가며 꼼꼼히 연구했습니다. 또한 작품 속에서 묘사되는 잔혹한 사건들을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지 감을 잡기 위해 여러 학술 논문도 참고했습니다. 그리고 제주어 표현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제주어 사전과 문법 자료들도 살펴보았습니다. 이들 자료의 상당수는 제주 지역의 연구자들과 현지인들에 의해 집필된 것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사건의 맥락과 의미가 번역 과정에서 희석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저 자신도 변화했다고 느낍니다. 이전에는 이러한 비극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 두렵기도 했지만, 이 작품을 번역하면서 고통스럽더라도 진실을 마주하고 그것을 정직하게 옮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고, 그만큼 더 단단해졌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어와 영어는 문장을 만드는 방식이 다를뿐더러 한강 작가 특유의 시적이고 섬세한 문장을 영어로 옮기는 과정 또한 상당히 어려웠으리라 짐작됩니다. 번역 과정에서 가장 까다로웠다거나 힘들었던 점과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A. 한강 작가의 산문은 시적이면서도 매우 정교하고, 분명한 비전을 지니고 있어 여러 면에서 번역하기가 수월한 편이라고 느낍니다. 사실 가장 어려운 점이자 동시에 가장 보람 있는 점은, 번역문을 다시 읽을 때 원문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을 얼마나 충실히 재현할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그 감정을 온전히 되살렸다고 느끼는 순간, 번역가로서 큰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낍니다. 결국 번역의 핵심은 의미뿐만 아니라 감정의 전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한강 작가님은 수상 소감에서 이번 작품 번역가 두 분을 “한국어에서 영어로 놀라운 연결을 만들어 준 번역자”라고 표현했습니다. ‘번역’이 아닌 ‘연결’이라는 말, 번역가님께 이 표현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궁금합니다.
A. 이 소설은 ‘연결’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에는 순환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저는 번역 또한 타인에게 다가가려는 시도, 즉 연결을 만들어 내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영어 번역본을 읽는 독자들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공간과 전혀 다른 언어적 배경에서 출발한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그 연결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증거라고 느낍니다.
Arirang News를 통해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영어제목 ‘We Do Not Part’)의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 수상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Arirang News 유튜브 영상 캡처)
◇ ‘인공지능 위기론’에 “번역, 단순한 언어 변환 아냐 ··· 여전히 해석과 판단이 필요한 문제”
Q. 한국어와 처음 만났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그때 한국어가 번역가님께 어떤 언어로 느껴졌는지, 그 첫인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제 고향은 미국에서도 문화적 다양성이 매우 풍부한 도시여서, 어릴 때부터 다양한 언어를 자연스럽게 접하며 자랐습니다. 한국어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한국어는 저에게 매우 독특한 매력을 지닌 언어로 느껴졌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역동적이고, 표현력이 많은 언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의 추천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제가 학교에서 들을 수 있는 다른 언어 수업을 모두 마친 뒤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제안에 정말 감사하고, 그 이후로도 저는 한국어에 끊임없이 도전받으며 그 매력에 깊이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Q. 다양한 업무 분야 중에서 번역가를 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A. 저는 늘 문학을 좋아해 왔고, 언젠가는 문학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번역가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2016년 풀브라이트 장학생(미국 우수 인재를 초빙해 국내 교육기관의 영어 교육과 지역사회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교류 프로그램)으로 처음 한국에 머물던 시절, 서점에서 영어로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수많은 흥미로운 작가와 작품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고향의 친구나 가족과 나누고 싶어 일부를 번역해 보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차라리 내가 직접 번역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후 미국문학번역가협회(ALTA)의 멘토링 프로그램에 지원해 2000년대 초부터 한국문학을 영어권에 꾸준히 소개해 온 자넷 홍(Janet Hong)의 멘티로 2020년 선발되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이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이 일은 저에게 큰 기쁨과 소중한 인연들을 가져다주었습니다.
Q. 지금까지 번역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던 원천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번역가는 때로 매우 고독하고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 과정에서 훌륭한 동료와 멘토들을 만난 것이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동료 번역가들의 지지와 선배들의 아낌없는 조언은 힘든 시기를 버티게 해준 중요한 원동력이었습니다.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저는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말을 떠올립니다.

“당신이 자유롭다면, 다른 누군가를 자유롭게 해야 합니다. 당신에게 힘이 있다면, 그 힘을 다른 이에게 나누어야 합니다.”

저 역시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다른 번역가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힘이 되어 주고 싶습니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번역한 페이지 모리스의 모습
Q. AI 번역 도구가 빠르게 확산되는 시대에도 번역가님은 여전히 사람의 손으로 한국문학을 옮기고 계십니다.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번역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최근 많은 사람이 AI 번역 도구에 점점 더 의존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도구들은 일정 수준의 번역 결과를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여전히 오류가 많고, 무엇보다 번역이라는 창의적 작업에서 중요한 인간적인 감각을 담아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어처럼 맥락 의존성이 높은 언어의 경우, 표면적인 의미만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뉘앙스와 함의가 많은데, 이러한 부분은 여전히 인간 번역가의 해석과 판단이 필요합니다. 번역은 단순한 언어 변환이 아니라 끊임없는 선택과 창의적 문제 해결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좋은 번역가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글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단기간에 얻어지는 능력이 아니라 오랜 독서와 집필, 수정의 과정을 통해 축적되는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분명 이점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창의성과 감각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는 인간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세종학당에서도 2022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스페인어로 번역한 파울라 마르티네스 괄 씨처럼 한국어를 배우다 한국문학 번역가로 성장한 사례가 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며 번역가를 꿈꾸는 학습자들에겐 큰 희망이 될텐데요. 예비 번역가분들께 전하고 싶은 격려와 응원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A. 언어를 배우고 계신 분들께는 그 언어로 된 책을 많이 읽으시기를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한국어를 배우는 분들은 문학뿐만 아니라 웹툰, 웹소설,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이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한국어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번역을 시작했고, 언어 능력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도 커졌습니다. 수준에 관계없이 꾸준히 공부하시고, 작은 것부터 번역에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분명 느끼실 수 있을 것이며, 그 경험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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